다이어트, 안 먹어도 살이 찐다?
다이어트, 안 먹어도 살이 찐다?
  • 심경원 이화의대 이대목동병원 가정의
  • 승인 2017.04.14 13:22
  • 호수 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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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명의들이 알려주는 건강정보<8>

스물다섯 살의 여성 김고도(가명) 씨는 체중계에 올라가 본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갑작스럽게 살이 찌기 시작했고 그때부터는 몸무게 이야기만 나와도 예민해지곤 했다. 몇 차례 다이어트를 시도해 봤지만 그럴 때마다 번번이 실패했다. 그만 먹으라는 엄마의 말을 들으면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정작 먹는 것을 내려놓진 못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다른 사람에 비해 많이 먹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물만 마셔도 살찌는 체질을 물려받은 것이라 생각하며 엄마를 탓하곤 했다.
비만이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영향과 전혀 관계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비만은 유전적 요인보다 환경적 영향을 훨씬 많이 받는다. 아주 드물게 선천적 질환이나 내분비 질환 등으로 살이 찌기도 하는데, 이는 질병의 증상으로 비만이 나타난 경우다.
일반적인 비만은 식습관이나 운동 부족 등 생활습관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둘 다 비만일 경우 자녀가 비만이 될 확률은 80% 이상인데, 그 이유는 유전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의 생활습관을 자녀가 그대로 학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고도씨의 주장처럼 많이 먹지 않고도 살이 찌기도 할까? 비만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먹는 양을 과소평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무언가를 먹을 때마다 늘 만족스럽게 먹지 못하고 적게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그들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부족한 듯 식사를 끝내게 된다. 결국 본인은 먹은 것도 없는데 살이 찐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식사 일기를 적어 보면 다르다. 만족스럽게 먹지 못했을 뿐 무의식적으로 먹거나 습관적으로 섭취하는 음식량이 많은 양을 차지한다.
반대로 마른 사람들은 자신이 많이, 잘 먹고 있다고 얘기하는데 이들 대부분은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먹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배고픔이나 식욕도 덜 느끼고 그에 맞춰 에너지 소비도 잘 이뤄져 살이 잘 찌지 않는다. 살을 빼겠다며 영양이 부족한 식사를 하거나, 굶었다가 참지 못하고 갑자기 몰아먹는 경우 오히려 몸에서 요구하는 식사량은 더 늘어나게 된다. 때문에 조금만 먹어도 살찌는 체질이 되기 쉽고 폭식이나 과식의 위험도 높아진다.
더 먹으면 살이 찌고 덜 먹으면 살이 빠지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하지만 살이 찔 때는 브레이크가 잘 걸리지 않고, 살을 뺄 때는 계속 브레이크가 걸려 정체되거나 다시 살찌는 요요현상이 쉽게 나타난다. 그 이유는 인간의 생존본능 때문이다. 식사량을 줄여 살이 빠지게 되면 우리 몸은 이 상황을 위험상태로 인식한다. 그래서 기초대사량을 줄여 에너지 소비를 떨어뜨리고 식욕중추를 자극해 과식을 하도록 부추겨 원 상태로 회복시키려 한다. 이럴 때 마음을 굳게 먹고 식사량을 잘 줄이다 보면 살이 빠지기 시작하는데, 살이 빠지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 금세 마음가짐이 느슨해져 다시 살찌는 경우가 많았다.
이럴 때일수록 방심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살이 빠졌다가 다시 그보다 더 찌는 요요현상을 피하려면 근본적으로 근육량을 늘리고, 기초대사량을 높여야 하며 지속적으로 식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과거 가난했던 시절에는 살찌는 것에 비교적 관대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비만이 질명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건강을 위해서라도 살을 빼야 한다는 의견들이 지배적이다. 건강한 비만이란 없다. 뱃살이 늘어날수록 혈관은 좁아지고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피로하며 숨이 찬다는 건 비만의 신호이자, 우리 몸에 불어 닥친 건강의 적신호다. 건강의 적신호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체중 감소와 체지방 감량뿐이다.
예뻐 보이기 위해 살을 빼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내일을 위해 살을 빼도록 하자. 건강을 되찾으면 우리의 모습도 이전보다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다.
출처: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발행 ‘굿닥터스’(맥스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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