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특별 칼럼]백세시대와 노후준비
[복지부 특별 칼럼]백세시대와 노후준비
  •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 승인 2017.04.14 13:44
  • 호수 5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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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73.5세였던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2016년 81.8세로 늘어났다. 영국의 의료저널 ‘랜싯(The Lancet)’ 최근호에서는 “2030년 한국 남성의 기대수명은 84세, 여성의 기대수명은 91세로 한국은 세계 최고의 장수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수는 오복(五福)의 하나라는 옛말이 있듯, 국민의 장수는 축복받을 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현실을 보면 장수사회가 장밋빛일 것만 같지 않다.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 소득자 비율)은 49.6%(2014년 기준)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삶의 만족도도 떨어진다. 65세 이상 노인 중 25.6%만이 삶에 만족하고 있어 65세 미만(35.4%)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였다(2016년 기준, 보사연).

국민연금 수급자의 월 평균수령액은 88만원(2016년 기준)에 불과하다. 노후에 질병을 치료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크다. 건강보험에서 노인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7%에 달하고(2014년 기준), 의료비 액수도 해마다 10%씩 오르고 있다. 독거노인과 공원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노인은 이미 우리사회의 오래된 문제가 됐다. 노인들은 빈곤, 질병, 고독, 무위라는 ‘노후 4고(苦)’를 겪고 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노후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직장과 집만을 오가면서 자녀를 키워낸 우리 국민은 정작 본인의 노후는 준비하지 못했다. 곧 은퇴하게 될 베이비부머 세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민간연구소에 따르면 50대 이상 현업에 근무하는 사람 중 은퇴 후 필요한 소득을 계산해 본 적이 있는 비율이 고작 28%에 불과했다.

현재 한국 사회는 급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다. 2018년 노인인구 비중이 전체의 14%를 넘는 고령사회, 2026년에는 21%가 넘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에 따른 복지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청장년 6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지만, 2060년에는 청장년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게 된다. 따라서 청장년의 소득세를 대폭 인상하지 않는 한 국가적인 노인부양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저성장 시대에 청년층의 삶도 팍팍해져 이들의 부담을 늘리는 건 녹록치 않다. 또 복지수혜자인 노인세대와 부양자인 청년세대 간 갈등을 야기할 우려도 크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민 개개인이 젊을 때부터 노후를 준비하고, 정부는 국민의 안정적이고 활기찬 노후생활을 돕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말 제1차 노후준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발표했다. 중장년 및 노인 일자리 지원 확대, 안정적인 노후소득보장체계 구축, 지역사회 기반 의료 및 요양서비스, 중고령층 대상 여가 프로그램 등이 주된 내용이다. 또 전 국민을 대상으로 소득, 건강, 여가, 대인관계 네 가지 분야의 노후준비를 돕는 노후준비서비스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현재 우리나라 모든 국민은 전국 109개 국민연금공단 지사에서 노후준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개인의 노후준비 정도를 진단하고, 여생에 소요될 돈과 은퇴 전까지 매달 저축해야할 돈이 얼마인지를 미리 알고 준비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 건강한 생활습관, 노후를 위한 여가생활, 대인관계에 대해 진단하고 개선책을 바로 실천에 옮길 수 있게 알려주는 방안도 마련돼 있다. 다양한 연계기관도 소개해준다. 지사를 방문하기 어렵다면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 내 연금 사이트(http://csa.nps.go.kr)에서 본인의 노후준비 정도를 진단할 수 있다. 노후준비 상담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상담결과에 따른 실천 여부를 사후관리하며, 정기적으로 본인의 노후준비 정도를 체크할 수 있다. 건강검진을 하듯 노후준비 진단도 정기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노후는 인생의 여백이 아니다. 미리 준비한다면 남은 인생을 풍요롭게 채우고 마무리할 수 있다. 물론 정부는 고령사회에 대비해 노인복지대책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것이지만, 정부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정부와 국민 개개인이 함께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국민 모두가 노후 4고를 본인의 문제로 인식하고 노후준비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길 부탁드린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국민의 노후를 위해 준비한 양질의 서비스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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