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어르신들 오디션 도전!
“내 나이가 어때서”… 어르신들 오디션 도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4.21 10:34
  • 호수 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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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가수‧합창단 등 오디션 방식 선발… 고령의 참가자들 뜨거운 경연

“오디션 공고를 보고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지원했고 당당히 뽑혔어요.”
임병수(74) 어르신은 평소 이용하던 인천 연수문화원이 지난달 주최한 ‘알프스 요들, 마마파파!’ 합창단(이하 요들합창단) 오디션에 참가했다. 은퇴 후 취미로 노래를 부르다 월드비전 합창단으로 활동하며 실력을 쌓았던 그는 요들송에 대한 도전과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오래 고민하지 않고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임 어르신은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합류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 단원을 모집하느라 급급했던 단체들이 실력을 갖춘 노인들이 증가하면서 오디션을 통해 선발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인천 연수문화원에서 진행된 ‘알프스 요들, 마마파파’ 합창단의 오디션 장면.

인천 연수문화원 요들합창단 오디션에 30여명 몰려… 최종 17명 뽑혀
노인대학‧복지관서 갈고닦은 실력자 많아… 5월엔 시니어가요제도 열려

K팝스타 종영 이후 방송가에서 잠잠해진 오디션 바람이 노년세대로 옮겨가고 있다. 기존에 개별면접을 통해 단원들을 모았던 단체들이 공개 오디션으로 전환하고 있고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가요제도 열리면서 노인들의 숨겨왔던 재능을 자극하고 있다
오직 실력으로만 선발하는 오디션은 2009년 방영된 Mnet ‘슈퍼스타K’ 성공 이후 기업에서도 신입사원 채용에 이를 적용하는 등 사회 전반으로 확대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합창단, 연극단 등 문화단체는 오디션을 열기가 힘들었다. 참여자들이 그리 많지 않아 경연 없는 모집을 통해 인원을 충원하기 급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노인대학과 복지관 등을 통해 문화생활을 즐기고 전문가 못지않은 노래와 악기 연주 실력을 뽐내는 노인들이 늘면서 해당단체들도 서서히 오디션을 통해 옥석을 가리고 있다.
연수문화원의 요들합창단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기 단원은 일반 모집을 통해 선발했는데 2기는 공개 오디션으로 전환했다. 요들합창단은 스위스 전통음악인 요들송을 비롯 스위스 민속악기인 카우벨, 우드스푼, 아코디언을 직접 연주하는, 60세 이상으로 구성된 ‘시니어 요들 전문예술공연단’이다. 발족한지 1년 밖에 안 됐지만 매주 강도 높은 연습을 통해 실력을 쌓았다. 또 지난해 10월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개최된 ‘2016 실버문화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등 매달 각종 공연에 초청되면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보다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기로 한 요들합창단은 급기야 2기 단원을 선발하게 됐는데 1기와의 실력 차를 고려해 모집이 아닌 오디션을 통한 충원을 결정했다. 당초 10명만 뽑기로 했지만 수준급 실력을 갖춘 실력자들이 대거 응모하면서 최종적으로 17명의 단원이 충원됐다.

▲ 오디션으로 단원을 뽑은 ‘알프스 요들, 마마파파!’ 합창단이 공연을 하는 모습.

지난 4월 19일 연수문화원 연습실에서 만난 임 어르신을 비롯한 오디션 합격자들은 요들송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가성으로 내는 고음과 흉성으로 내는 저음을 빠르게 교대하는 요들창법을 배운지 2주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수준급 실력을 뽐냈다. 오디션을 통해 기본 실력을 갖춘 단원을 선발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방윤식 요들합창단장은 “오디션을 통과한 만큼 요들송에 대한 이해가 빠른편”이라면서 “오는 8월 열리는 공연부터는 투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디션으로 시니어 가수를 선발해 매주 진행되는 공연에 투입하는 곳도 있다. 경기 용인시 처인노인복지관은 4월 6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바람골 카페에서 매일 30분씩 공연하는 노인 가수를 오디션으로 뽑았다.
복지관 외부 공터에 휴식공간인 바람골 카페를 조성한 복지관은 지난해부터 점심시간을 활용해 콘서트를 선보여 왔다. 이용객들의 반응이 뜨겁자 올해에도 시니어 가수를 선발하기 위한 오디션을 열었다. 총 33명이 참여해 각축을 벌였고 최종적으로 신영자(68) 씨를 비롯한 8명의 어르신이 선발됐다. 이들은 두 명씩 짝을 이뤄 밴드와 연습에 들어갔고 다음 달부터 오는 10월까지 바람골 카페 가수로 활동할 예정이다.
신영자 씨는 “열정과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기쁘다”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5월에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대형 오디션도 열린다. 충북 단양군은 다음달 25일 소백산 철쭉제 때 ‘대한민국 실버가요제’를 연다. 가요제에는 65살 이상 노인만 참가할 수 있는데 5월 17일 예심을 통해 결선 무대에 설 12명을 뽑고 이날 최종 우승자를 선발한다.
대상 수상자는 상금 300만원과 가수 인증서를 수여해 명실상부한 ‘시니어 가수’로 활동할 자격을 준다. 지난해 열린 1회 대회 땐 전북 익산의 김태훈(67) 씨가 ‘남자를 말합니다’라는 곡으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단양군 관계자는 “어르신들의 성취감·자긍심을 높이고자 대회를 열었다”면서 “시니어 가수를 통해 지역을 상징하는 노래도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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