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가사, 문제 있다
노래방 가사, 문제 있다
  • 이동순 한국대중음악힐링센터 대표
  • 승인 2017.04.21 13:11
  • 호수 5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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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는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들이 활발하다. 타성(惰性)과 고정관념에 젖어서 고치기 힘든 것들이 어디 한두 가지이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잘못된 것은 반드시 바로잡아야만 한다. 이 가운데서 우리는 오늘 가요와 관련된 문제점 하나를 이 자리에서 제기하고자 한다.
다정한 사람들과 삼삼오오 어울려서 노래방을 가보지 않은 분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가라오케(カラオケ)’란 아름으로 일본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한국에 도입된 이 노래방문화는 도입 시기 민족적 거부감이 전혀 없었던 것이 아니나 현재는 우리 생활문화의 도구로 버젓이 자리 잡게 됐다. 노래방은 현대 한국인들의 삶에서 매우 친숙하고 사교적인 공간이 됐다. 하루의 피로를 풀고, 정겨운 사람들과의 오붓한 시간을 즐기는 방식으로 노래방이 적절한 장소로 정착이 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노래방 기기의 제작과 판매, 프로그램의 개발 등 노래방산업도 나날이 성업 중이다.
현재 두어 군데의 대표적 제조업체가 이 노래방 산업을 전국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업체들의 노래방 기기 관리는 너무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여기서 지적하는 문제점이란 주로 기계에 입력된 가사들의 심각한 오류에 관한 부분이다.
노래방 기계에 담겨 있는 잘못된 사례를 우선 생각나는 대로 몇 가지 들어보기로 하자. ‘고향의 그림자’(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 남인수 노래)의 2절, ‘종달새 외로이 떠있는 영도다리~’에서 ‘종달새’는 ‘초승달’이 맞다. 도대체 부산의 명물 영도다리 위에 종달새가 떠있다는 서술은 너무 뜬금없다. 푸른 바다 위에 초승달이 떠 있어야지 웬 종달새인가?
남북 한겨레가 함께 즐겨 가창함으로써 이제는 민족의 노래가 된 ‘찔레꽃‘(김영일 작사, 김교성 작곡, 백난아 노래) 2절에 나오는 ‘철의객점’이라는 단어는 ‘천리객창(千里客窓)’이 맞다. 천리객창은 ‘고향집을 떠나 먼 곳에서의 고달픈 객지살이’란 뜻이 들어있다. ‘못 믿을 사람아’도 ‘못 잊을 동무야’가 맞다. 분단 이후로 그토록 아름답던 ‘동무’란 어휘가 공산주의 체제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모두들 기피하는 금기어(禁忌語)가 되면서 사람, 친구 따위로 바뀌었다. ‘노래하던 동창생’은 ‘노래하던 세 동무’로 고쳐야 한다. ‘작년 봄에 모여앉아 찍은 사진’도 ‘삼년 전에 모여 앉아 백인 사진’으로 바꿔야 한다. 사진을 ‘찍는다’라고 하지 않고 ‘박는다’라고 했던 옛사람들의 어법이 그대로 풍겨나는 정겨운 말이다. ‘매일같이’도 ‘하염없이’가 맞다. 가사가 왜곡된 ‘매일같이’로 부르면 문맥의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괴기적인 한국어 조어법(造語法)이 되고 만다. ‘바라보던’도 ‘바라보니’로 바꿔야 한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이 노래의 웬만한 가사소개에서 아름다운 3절이 누락되어 있다는 점이다.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그 변조내용에 대해서는 이 노래 발표당시에 제작된 SP음반의 음원과 가사지(歌詞紙)를 확인하면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신라의 달밤’(유호 작사, 박시춘 작곡, 현인 노래)에서도 ‘금옥산’은 ‘금오산(金鰲山)’으로 바꿔야 한다. 흔히 틀리기 쉬운 이 부분을 자주 지적하는 데도 다른 회사의 여러 노래방 가사마저 모두 틀린 것을 입력하고 있다. 이른바 오류의 연쇄적 활용이다. ‘짝사랑’(천봉 작사, 한복남 작곡, 손인호 노래)에서는 ‘내가 잘나’를 ‘네가 잘나’로 바꿔야 문맥이 통한다. 이것은 가사를 입력하던 담당자의 명백한 실수로 보인다. ‘번지 없는 주막’(처녀림 작사, 이재호 작곡, 백년설 노래)에서는 틀린 맞춤법으로 가사를 써놓았다. ‘애절구려’를 ‘애절쿠려’로 고쳐야 한다. ‘고향초(故鄕草)’(김다인 작사, 박시춘 작곡, 장세정 노래) 가사도 명백한 오류투성이다. ‘곱게 피었네’가 아니라 ‘곱게 피는데’가 맞다. ‘서리도 차네’가 아니라 ‘서리도 찬 데’로 고쳐야 한다. ‘일자일루(一字一淚)’(고려성 작사, 전기현 작곡, 백년설 노래)에서는 ‘잊자니’를 ‘잊자다’로 고쳐야 한다. 그 틀린 사례가 워낙 많고 많아서 여기에 일일이 옮길 수가 없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일까? 노래방 기계에 가사를 입력해 넣는 과정에서 잘못 입력된 가사를 확인, 검색, 수정하는 절차가 전혀 없었던 것에 일차적 원인이 있다고 본다. 가사입력 담당자의 실수가 거의 대부분이다.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지만 노래방 기기 제조회사에서는 가사입력을 전담하는 전문 직원을 채용하지 않았을 터이고, 인건비 절감차원에서 대개 시급이나 일당으로 운영하는 임시고용직에게 이 일을 맡긴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
그러니까 결국 이처럼 많은 오류가 발생했고, 이후 전혀 시정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남루한 모습으로 오랜 세월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노래방 노래의 가사가 어떻게 잘못 입력되었는지 가요전문가로 구성된 조사위원회 구성의 필요성이 먼저 제기된다.
위원회에서는 그 사례부터 정확하게 조사하고 찾아내야 한다. 모든 오류가 확인 정리되면 이를 낱낱이 고증(考證) 심의해서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 잘못된 것은 시급히 수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커다란 오류는 오랜 세월 그대로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참으로 해야 할 미해결과제들이 많을 터이나 노래방문화가 드러내는 안타까운 현실은 결코 방치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관계전문가 및 가요팬들의 냉철한 판단과 각성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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