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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
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566호] 2017년 04월 21일 (금) 글=이기영 시인 .
   

성냥

너도 나처럼 엄마 몰래 부엌에서 성냥개비 훔쳐 나왔구나
확, 그어 당기면 치이익-
이 봄 내내 가지마다 성냥불 붙는, 아슬아슬 성냥불 옮기는
모아보면 나무마다 750개비
아리랑 통 성냥, 비사표 덕용성냥 한 곽

고영민(시인)

**

매화나무 가지마다 벚나무 가지마다 온통 불이 붙어 세상이 활활 타고 있다. 불장난만큼 위험한 것도 없을 테지만 봄바람 타고 순식간에 이 나무 저 나무로 옮겨 붙은 불을 누가 끌 수 있을까. 속수무책으로 내 가슴 속에도 옮겨온 불길 따라 이 봄날 불구경이나 하러 가볼까. 봄바람이나 나 볼까. 천지사방에 찔레꽃 피고 아카시아꽃 질 때까지 그렇게 꽃향에 취해 있다가 그 불 다 사그라지고 나면 없는 계절이나 추억하며 그렇게 또 한 세상 살아갈까.
요즘에는 성냥을 보기조차 힘들다. 아리랑 성냥, 비사표 덕용성냥 한 통에 꽉 꽉 들어차 있는 750개비 빨간 성냥을 확 그어 당긴 그 맛을 여태 잊고 살았는데 매화 꽃봉오리 터지는 순간에 시인이 내게 알려주었다. 그랬다. 꽃이 터지는 순간 그 나무에 불이 확 당겨 치이익 옮겨 붙은 불타는 봉오리가 750송이다. 그래서 세상이 한꺼번에 환해진 것이다. 봄이 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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