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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은 신진 피아니스트로 소개된 영훈이라는 이름을 들여다보았다
이효석 장편소설 화분 <32>
[566호] 2017년 04월 21일 (금) 글=이효석 그림=이두호 화백 .
   

피아노의 매력에 비기면 단주 역시 한 마리의 나귀 폭밖에는 안되었다. 훌륭하고 높은 것이 아닌 평범하고 속되고 다른 천만 가지와 고를 바 못되는 흔한 것으로밖에는 안 보이는 것이다. 가엾기는 하나 어쩌는 수 없는 이런 감정으로 단주와 작별하면 쏜살같이 집으로 돌아와 피아노 앞에 앉는다. 마음은 조급하게 앞을 내닫건만 손가락은 제 고집만을 피우는 초조한 심사로 건반 위에 임할 때 천분에 대한 의혹이 생기면서 악기점에서 자기를 모욕한 젊은 피아니스트의 기억이 마음속에 떠오르는 적이 많았다.
“차차 천분이 알려지나.”
현마는 동경서 돌아온 뒤로부터 침착해진 듯 보이며 다시 점잖은 아저씨로 돌아가고 사(社)의 일도 바빠져서 미란과 지내는 시간이 많지 않게 되었다. 저녁에 식사나 마치고 나면 대청에 들어가서 피아노 앞에 놓인 교칙본을 들고는,
“겨우 요것밖엔 못 나갔어.”
하고 페이지를 들척거린다.
“소설책이라구 뭐 며칠에 뗄까요.”
미란은 샐쭉해지면서도 속으로는 부끄럽기도 하다.
“하긴 둔재는 일년두 걸린다더구만――아침부터 밤중까지 둥둥거리구 그래 겨우…….”
책을 놓고 담배를 붙여 물면서,
“천분이 있다구 해두 바른 방법과 적확한 연습이 필요한 것인데.”
“선생을 얻어 주세요 어서.”
“배우는 바에는 격식대로는 좇아야지.”
이런 의론이 난 후부터 현마는 미란의 계발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에 훌륭한 선생을 염두에 두게 된 하룻밤 역시 대청에서 미란과 식후의 잡담을 건네다가 라디오를 틀었을 때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왔다. 피아노라면 귀가 뜨이게 된 미란은 주의가 집중되어 가는 동안에 그 곡조가 귀 익은 생각이 났다. 폭풍우같이 열정적이다가 금시 고요해지면서 낙엽이나 떠는 듯 잔잔하고 서글픈 멜로디로 변하는 대목――갈데없이 천재소녀에서 들은 「환상 즉흥곡」임에 틀림없었다. 쇼팽의 쓸쓸한 그 곡조였다. 연주하는 기술도 흡사 그날 밤의 소녀의 것과 같은 능란한 것임을 느끼면서 그 자리로 아침 신문을 헤치고 라디오란을 찾았다. 지방 방송의 연예시간에서 쇼팽의 작품집이라는 대목을 발견하고 신진 피아니스트로 소개된 영훈이라는 이름을 신기한 것으로 들여다보았다. 영훈, 영훈――이름을 익히려는 듯 속으로 외어 보면서 쇼팽을 살리는 사람은 천재소녀뿐만이 아니라 가까운 한 고장에 그런 숨은 사람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또 한 사람의 공명자를 얻은 듯 마음이 빛났다. 예술의 길은 서로 통하는 듯, 다 같이 소팽을 목표로 하는 천재소녀, 영훈, 자기……사이에는 한 가닥의 피의 흐름이라도 있는 듯이 친밀히 느껴지며 그런 이해를 가지고 들을 때 음악도 한층 정답고 아름다웠다. 동경의 밤의 감흥을 다시 느끼면서 감격에 취하는 반면 예술에 대한 조바심이 더욱 치밀어 오른다.
“얼른 선생을 얻어 주세요, 영훈이를 밀치구 소녀를 따라가게.”
조를 때 현마도 쇼팽을 웬만큼 짐작하는 터에 감동 속에 잠겨 있다가 정신을 차리며,
“알구 보니 제일 가까운 곳에 선생이 있군 그래.”
라디오를 가리키면서,
“같은 쇼팽 해석자구 십상 됐어.”
“영훈이 말예요?”
예술가의 이름은 소락소락 불러도 좋다는 듯 신문에서 알았을 뿐인 모르는 사람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면서 미란은 딴은 그 생각을 그럴듯한 것으로 여겼다.
“정말 것두 그래요.”
동의하고는 금시 졸라댄다.
“그럼 영훈이를 교섭해 주세요.”
결국 영훈을 초빙하기로 작정하고 이튿날 현마는 방송국을 통해서 주소까지를 알아냈다. 여학교에서 음악시간을 맡아보는 외에 개인 연구소를 열고 제자들을 가르친다는 영훈을 현마는 미란과 함께 그날 오후 연구소로 찾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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