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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여는 고전의향기<3>늦봄의 단상
[566호] 2017년 04월 21일 (금) 강만문 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 .

늦봄의 단상

어느 누정의 편액을 ‘유춘’이라 했으며
조부님 글씨가 먼지에 묻힌 세월이 몇 해나 됐을까
이렇게 내가 편액을 발견하게 된 것 우연이 아니어라
처마 끝에 높이 달고 보니 먹빛이 새롭구나
何樓眉額號留春 (하루미액호류춘)
手澤埋深幾歲塵 (수택매심기세진)
顯晦由來非偶爾 (현회유래비우이)
檐端高揭墨花新 (첨단고게묵화신)

3월 꾀꼬리가 노래하는 어느 새벽
꽃이 핀 지 얼마 안 됐건만 또 꽃이 지네
향설헌 문미에 ‘유춘’이란 편액을 새로 거니
이제 봄빛이 느릿느릿 흘러가겠구나
三月流鶯啼曉暉 (삼월류앵제효휘)
花開未幾又花飛 (화개미기우화비)
軒眉新揭留春字 (헌미신게류춘자)
贏得韶光緩緩歸 (영득소광완완귀)

**

안변(安邊) 관아에 누정이 있었다. 이름은 향설헌(香雪軒)으로, 선원(仙源) 김상용(金尙容, 1561~1637)이 부사(府使)로 재직할 당시에 관아 건물을 지었는데, 그 뜰에 배나무를 심고 누정을 지은 후 이름을 그렇게 붙였다고 했다. 이백여 년 후 부사가 된 홍경모가 배꽃이 만발한 어느 봄날 이곳에서 노닐었는데, 그 봄이 끝나가는 3월 어느 날 안변 관아의 창고에서 홍경모는 선조부(先祖父)인 홍양호(洪良浩, 1724~1802)가 직접 쓴 편액을 발견하게 된다.
그때는 한창 만발해 있던 꽃잎이 져가고 있던 차였다. 꽃잎이 한 장씩 땅에 떨어질 때마다 그의 마음속에서 봄이 한 걸음씩 떠나가고 있었다. 그에게 꽃은 곧 봄이었다. 변심한 정인이라면 소매라도 붙들고 잡아보련만 꽃은, 봄은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나타난 것이 바로 선조부의 친필 편액이었으니, 어쩌면 하늘이 그를 기다려 편액이 나타나게 한 뜻이 있었을까. 편액을 보니, 같은 피를 가진 분이라 그의 마음을 먼저 알았던 것일까. 봄이 떠나가는 것을 만류하고 싶어 하는 그의 마음과 꼭 같은 뜻의 글귀였다.
하긴 그와 선조부는 여느 다른 조손(祖孫) 사이와는 달랐다. 겨우 세 살 때 부친을 여읜 그에게 선조부는 때론 엄한 아버지요, 때론 자애로운 할아버지였으리라.
이젠 무감각해질 만도 하건만 꽃이, 봄이, 그리고 세월이 떠나가는 것이 아쉽고 서글프다. 아니, 그런 마음은 오히려 더해만 간다. 선조부가 저 편액을 몇 세 때 썼는지 모르겠지만, 선조부가 세상을 떠날 당시 홍안의 청년이었던 그도 어느덧 손주를 볼 나이가 되었다. 선조부의 마음을 알 것 같다. 편액을 새로 칠하고 이화우(梨花雨) 흩날리는 향설헌에 높이 건다. 배꽃이 비 오듯 떨어지는 그 슬프도록 눈부신 광경 앞에 눈앞이 아득해진다. 시간이 느릿느릿 흘러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서글프기도 하지만 든든하기도 했으리라. 
▷출처:한국고전번역원(http://www.itk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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