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린 봄
웅크린 봄
  • 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17.04.28 13:21
  • 호수 5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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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웅크린 봄

고양이 등에도 봄이 왔다
살금살금

너는 언제 올래?

제민숙(시조시인)

**

햇살이 눈부시게 들이치는 곳을 향한 저 기다림의 자세를 무어라 부르면 좋을까. 따뜻한 봄 햇살이 살금살금 발끝까지 와서 어느 사이 온 천지가 봄빛으로 환한데, 망부석처럼 굳어버린 고양이 등에도 분명 봄이 왔는데, 여전히 시리기만 한 저 등을 어쩌면 좋은가. 아직 웅크리고 기다리는 일밖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이 봄, 눈물 나게 서러운 이 봄, 기다리는 사람은 언제 올까? 오긴 오는 것일까? 무작정 진종일 발목이 시리도록 기다려본 사람은 알 것이다. 온 몸의 모든 세포 하나하나가 그 사람 발자국 소리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희망이 될지 절망이 될지 모를 저 기다림의 자세를 하루 빨리 풀어버릴 따뜻한 소식이 어서 도착하기를.
세상은 시끄러워도, 해마다 돌아오는 제비의 숫자가 줄어들어도 봄은 어김없이 온다. 온 세상이 따뜻해지고 모든 이의 시린 등까지 골고루 다 따뜻해지는 그런 봄으로 어서 행복해지기를.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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