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뽑을 것인가”
“누구를 뽑을 것인가”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4.28 13:22
  • 호수 5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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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1874 ~1965)은 “선거공약은 이기기 위한 미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맞는 얘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8대 대선에서 자신이 당선되면 모든 노인들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을 주겠다는 선거공약을 내세웠다. 이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겠지만 돈이 없어서 그러지를 못했다. 그런 사정을 빤히 알고 있는 노인들이 먼저 양보를 했다. 대한노인회는 “다 안줘도 된다. 국가가 먼저 살고 볼 일”이라며 대통령의 체면을 살려줬다. 그 결과 하위 70%에게만 기초연금을 주게 됐다.
19대 대선후보들도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내걸고 있다. 이들은 모든 노인들에게 기초연금 25만~30만원을 준다고 큰소리를 친다. 거짓말이 될 것이 뻔하다. 올해 기초연금 예산은 10조6000억원이다. 후보들이 약속을 지키려면 추가로 4조~8조원이 든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700만명의 노인이 3년 후인 2020년에는 820만명, 2033년에는 1400만명으로 불어난다. 물가상승을 감안하더라도 2020년에는 18조~20조원이 들고 2030년에는 80조원이 필요하다.
기초연금 뿐이 아니다. 대선후보들은 육아수당, 아동수당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한 후보는 0~11세가 있는 가정 중에 소득하위 80%까지 10만원씩, 또 다른 후보는 0~5세에 월 10만원씩을 약속했다. 이들이 약속을 지키려면 연 2조6000억~6조9000억원이 든다. 우리나라는 현재 아동수당이라는 이름만 없을 뿐이지 0~5세 아동에게 보편복지가 시행되고 있다. 현재 0~5세 이동에게는 보육료, 양육수당, 유아학비라는 각기 다른 이름으로 복지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거기에 현금 제공을 더하자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이 노인과 아동 두 계층을 위해 약속한 공약에 총 25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대선후보들은 이 돈을 어디서 구하느냐고 묻자 누구도 현실성 있는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한 후보는 아무런 대답도 안하고 또 다른 후보는 재정지출 합리화와 같은 상투적인 말만 했다. 새로 예산을 창출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다른 예산을 줄이거나 항목을 변경해 쓰겠다는 말이다.
물론 일부 지자체장들이 사업을 축소하거나 소유자산을 처분해 빚을 탕감한 예는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3년 6개월 동안 하루 11억 원씩 경상남도 채무를 갚은 끝에 1조4000억 원의 채무를 모두 청산했다고 한다. 최성 고양시장은 킨텍스의 부지를 매각해 악성채무를 해결했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5년 동안 불필요한 사업을 줄여서 7조5000억원의 채무를 탕감했다고 말했다. 이런 일들은 써야할 곳에 쓰지 않고 허리띠를 졸라맨 덕에 가능한 일들이다. 국가 차원에서 국민에게 꼭 써야 할 복지예산에선 그런 임시방편이 통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이 결정을 내릴 때 후보들의 선거공약은 큰 작용을 한다. A후보가 내세우는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에 청년층은 솔깃해 한다. 국민연금과 연계하지 않고 기초연금 30만원을 모든 노인들에게 준다는 공약에 노인층은 마음을 빼앗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공약들은 대부분 현실 불가능하다. 선거공약을 보고 후보자를 선택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은 도대체 무얼 기준으로 대통령을 뽑을 것인가.
이론적으로는 쉽고 간단하다. 먼저 평소의 말과 행동을 살펴야 한다.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는 안보‧일자리‧저출산‧고령화‧교육‧문화 등에 대한 후보자들의 소신과 철학이다. 두 번째는 배려와 정직이다. 약자를 위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가를 따져야 한다. 이 부분에서 대부분의 후보들이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 항목은 행복한 나라이다. ‘과연 저 후보가 대통령이 됐을 때 국민은 행복할까’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부탄이란 국가는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세계 11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사는 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이는 드물다. 이런 생각을 바꾸어놓을 만한 인물을 찾아 그에게 표를 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가능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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