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의 시시비비 가릴 묘책은 없나
표절의 시시비비 가릴 묘책은 없나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4.28 13:25
  • 호수 5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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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지난해 초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던 tvN ‘응답하라 1988’의 삽입곡 ‘걱정말아요 그대’의 첫부분이다. 취업난에 시름하는 청춘들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야근을 불사하는 직장인들의 심금을 울린 이 노래는 단숨에 많은 사람들의 애창곡으로 등극했다. ‘거위의 꿈’으로 유명한 가수 이적이 불러 화제를 모았지만 원곡은 국내 대표 밴드 들국화의 전인권이 불렀다. 2004년 발매된 4집에 수록된 이 노래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드라마가 히트하면서 ‘국민송’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최근 이 노래가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46년 전 발표된 독일 노래와 유사하다는 주장을 담은 게시물이 4월 26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논란이 불거진 것. 글을 작성한 네티즌은 1970년대 독일 쾰른에서 활동한 그룹 블랙 푀스의 ‘드링크 도흐 아이네 멧’(Drink doch eine met)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로 시작하는 후렴구가 흡사해 문제가 확산됐다.
논란이 되고 있는 두 곡의 후렴구는 노래의 키, 즉 조성은 다르지만 유사한 코드와 멜로디로 진행된다. 후렴구 코드와 이어지는 다섯 째 마디부터의 코드진행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곡전개가 유사해 번안곡 수준이라고 비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섣불리 판단하기 힘들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표절이란 원작자가 문제 제기를 하고 소송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없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인권 역시 해당곡을 들어본 적도 없고 순수하게 아내를 위해 쓴 곡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표절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포토그래프’라는 노래로 지난해 그래미상을 받았던 세계적인 팝가수 에드 시런도 이 노래로 표절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2000만 달러의 돈을 지불하고 합의해 큰 충격을 줬다.
신경숙 사태와 유명인의 논문 논란에서 알 수 있듯 표절은 문화사회 전반에서 발생하고 있다. 창작자의 양심에 맡기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이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대중들의 판단에 맡기고 있지만 이는 마녀사냥식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다. 한 번 표절 올가미가 씌워지면 아니라 해도 빠져나올 수 없다.
언제까지 법의 판단으로만 표절의 진위여부를 가릴 수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문화관계자들이 모여 표절에 대한 해결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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