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 잘못하면 큰일 난다
목욕, 잘못하면 큰일 난다
  • 강희철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가정
  • 승인 2017.04.28 13:29
  • 호수 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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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명의들이 알려주는 건강정보<10>

여자들은 수다 떨러 가는 곳이라 한다. 남자들은 술 깨러 가는 곳이라 한다. ‘찜찔방’, 이른바 대중목욕탕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찜질방이 우리 문화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요즘, 찜질방은 목욕하는 곳인 동시에 오락과 여가의 장소로까지 여겨지고 있다.
이처럼 대중목욕탕이 우리 생활 속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현실 속에서 뉴스를 통해 ‘사우나를 하던 70대 남성, 호흡곤란으로 사망’과 같이 안타까운 기사들을 종종 접하곤 한다. 목욕 중 몸에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목욕은 신체적으로는 피부를 깨끗이 하고 피부의 말초신경과 피하조직을 자극함으로써 순환상태를 증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목욕을 하는 동안에는 관절의 움직임과 근육긴장의 증진, 호흡의 깊이와 빈도를 자극하게 되고 심리적으로는 이완시켜 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는 공중목욕탕, 찜질방 등을 통해 사람들 간에 친목을 도모하고 정보를 교류한다.
이 설명만으로 본다면 목욕은 흠잡을 데 하나 없이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에게 있다. 목욕이 일반인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사람에 따라 몸 상태가 다를 수 있으므로 목욕할 때에도 그런 점들을 고려해야 하는데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쉽게 간과하고 만다.
건강한 사람에게 뜨거운 사우나는 혈액을 순환시켜 피로를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고혈압이나 심장병 환자, 또는 뇌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환자는 뜨거운 사우나에 오래 있다 보면 혈류량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 사망에까지 이를 만큼 위험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특히 남성들의 경우 과음을 한 후 찜질방을 가면 술이 빨리 깬다고 생각하고 찜질방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위험한 일이다. 술을 마시면 맥박 수와 혈압이 높아지는데, 찜질방의 뜨거운 온도로 인해 혈압과 맥박 조절 능력이 떨어져 심장에 큰 부담을 주어 위험해질 수도 있다. 특히 술을 마신 후에는 몸속 수분이 부족해지는데, 여기에 땀까지 빼면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음주 후 2시간 이내에는 찜질방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뜨거운 사우나 직후 냉탕에 들어가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대단히 위험한 행동이다. 확장된 혈관이 갑자기 수축되면 순간적으로 혈압이 오를 수 있고, 이런 경우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심근경색증, 뇌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그 밖에도 갑상선기능항진 등으로 에너지 소모가 많은 환자나 빈혈이 심한 환자, 천식환자 역시 대중목욕탕에서는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자신의 몸 상태를 파악해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여성들 중에는 사우나에서 장시간 목욕하다가 탈진상태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땀을 빼다가 그런 것이라는데, 사정을 자세히 들어보면 땀이 아니라 살을 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대단히 잘못된 발상이다. 목욕을 하는 동안 일정한 열량이 소모되는 것은 맞지만 찜질방에 오랜 시간 있다고 해서 그 이상 열량이 소모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흘리는 땀이 늘어나면서 몸에서 일시적으로 수분이 빠져나가 목욕 후 1~2kg 정도 감량효과를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수분을 섭취하면 원 상태로 금방 회복되므로 고생스럽게 땀을 빼봤자 헛수고일 뿐이다. 반신욕의 경우에도 발한을 통해 체중이 감소될 수 있다고 해 널리 이용되고 있다. 수압으로 마사지를 지속적으로 하는 경우 체질량지수가 감소됐다는 연구가 있으나 반신욕 자체의 체중 감소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진 바가 없다.
어린 시절, 목욕탕에서 나올 때 아버지가 빨대를 꽂아 건네줬던 우유의 신선한 맛을 아직도 기억한다. 몸은 노곤하지만 몸과 마음이 상쾌해지면서 건강해지는 느낌, 목욕탕도 좋고 찜질방도 좋다. 우리 몸이 상쾌해지는 그 정도로만 목욕을 즐기자.
출처: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발행 ‘굿닥터스’(맥스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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