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의 저서엔 그의 통치철학이 녹아 있다
대선후보의 저서엔 그의 통치철학이 녹아 있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4.28 13:38
  • 호수 5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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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대선후보 5명의 저서 들여다보기

문재인 ‘공정사회’, 홍준표 ‘귀족노조 타파’, 안철수 ‘교육개혁’ 역설
공통적으로 부패척결 의지 나타나… 사드 배치 등 현안은 엇갈려

최근 한 후보가 철없던 시절 일으킨 사건이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었다. 해당 후보는 사과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내용은 본인이 작성한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에 실린 것이었다.
대선이 임박하면서 후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후보진영에서는 검증과 함께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정책 홍보에 전념하고 있지만 정작 후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자세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한 사람의 철학과 인생을 잘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그 사람의 저서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철학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들을 정리했다.

◇문재인 ‘대한민국이 묻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문형렬 기자의 대답을 기록한 이 책은 ‘기억’, ‘동행’, ‘광장’, ‘약속’, ‘행복’, ‘새로운 대한민국’ 등 6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개헌, 국민성장론, 사드 배치, 호남 민심 등 첨예한 주제들에 관한 문 후보의 진솔한 생각을 담고 있다.
문 후보는 책 전반에 걸쳐 부패를 척결하고 차별 없는 공정한 사회 건설을 강조한다. 그는 먼저 정의의 실천은 진보와 보수의 구분이 없다고 역설한다. 이를 근거로 불공정과 부패 척결을 위해 고위공직자뿐만 아니라 대통령과 그의 측근까지 조사할 수 있는 독립적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불공정 사례 신고를 받는 일종의 범국민 신고센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경제면에서는 소득에 따라 차등 과세하되, 개혁과 규제라는 명목으로 재벌의 활동 자체가 위축되지 않도록,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서로 상생하는 관계를 만드는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안보에서도 전시작전통제권을 우리가 갖는 자주국방 체계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군력과 해군력을 높여 병력 균형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모병제 논의 전 장병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급여는 높이되 복무 기간은 대폭 단축하는 방안이 군 문제 해결에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 말한다.

◇홍준표 ‘홍준표가 답하다’
가장 최근 발간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자서전은 홍 후보의 일대기와 대선후보로서의 공약 등 크게 두 축으로 구성됐다. 이를 통해 그는 전통적인 보수의 강인한 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전반부는 가난하고 평범한 부모를 둔 ‘흙수저’ 출신인 자신이 유신시절을 겪으며 성장해 ‘모래시계 검사’로 활약한 청년기의 이야기를 다룬다. 자신의 검찰 생활 시절 일들을 소개하며 그는 사법부가 정권에 눈치를 보지 않고 사법 정의를 실현하는 본래 목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트롱맨’을 자처하는 것과 달리 주요 현안을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닌 각료들과 합의 결정하는 리더십을 강조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이와 함께 개헌, 재벌 개혁, 일자리 창출, 전술핵 배치 등 그의 국정 운영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풀어놓고 있다.
특히 진주의료원 사태를 예를 들며 강성귀족노조에 대한 비판을 강도 높게 펼쳤다. 홍 후보는 “진주의료원의 본질은 강성귀족노조”라며 “저는 이들과 싸운 것이지 서민들이 다니는 병원을 애써서 없애고자 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안철수의 생각’
지난 2012년 대선 출마 전 발간된 책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제정임 교수의 대담을 담고 있다. 5년 전 책이지만 국가를 운영하는 안 후보의 기본 철학은 엿볼 수 있다. 총 3부로 구성된 책에서 2부 ‘어떤 현실주의자의 꿈’ 부분은 특히 눈여겨볼 만한데 양당 구조에서 발생한 폐단을 걷어내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한국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그의 생각을 차분하게 펼쳤는데 지금 우리사회의 과제를 ‘정의로운 복지국가’, ‘공정한 복지국가’로 판단하고 한반도 평화 정착의 중요성도 동시에 설명한다. 안 후보가 생각하는 복지는 단순히 있는 것을 나눠 갖고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와 복지가 긴밀하게 연결돼 선순환하는 복지이다. 그는 이를 위해 시대 상황과 현실 여건에 맞춰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전략적으로 조합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애인, 극빈층 등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취약 계층의 복지를 우선 강화하고, 동시에 민생의 핵심 영역에서 중산층도 혜택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역설한다.
극으로 치닫는 공교육의 붕괴와 학교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 개혁을 넘어 사회 개혁이 필요함을 지적하고, 원자력에너지 사안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신생에너지 체제를 구축에 대한 의지도 밝히고 있다.

◇유승민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이미지가 강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자신의 정치 인생을 정리한 책을 발간하면서 참모가 아닌 지도자로서의 정치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앞선 후보와 달리 책에선 구체적인 정책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기존 보수의 잘못된 행동을 과감히 도려내고 올바른 보수의 이미지를 정립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전반부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갈등을 다루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지도자상의 모습을 역설한다. ‘배신의 정치’ 예를 들면서 진영 논리를 떠나서 국익에 이로운 진실을 추구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현했다.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향한 깊은 슬픔, 공감과 함께 안보에서는 강고한 보수의 모습도 담겨 있다. 그는 “원내대표 시절 세월호 미수습자 조은화양의 어머니가 실종자 9명의 이름을 아느냐고 물었을 때 다 기억하지 못해 참으로 부끄럽고 죄송했다”고 회상했다.
반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는 “보수정권이 왜 단호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는지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안보에 관한 확고한 신념을 표출했다.
◇심상정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것’
가장 좌편에 치우친 진보정치인으로 살아온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실패를 통해서 미래 진보정치의 가능성을 모색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그는 노동자의 가치가 국가의 가장 우선이라는 면을 강조한다.
서울대 초대 총여학생회장이던 1980년부터 25년간 노동현장에서 활동했고 이후 노동자의 인권을 대변해 왔던 그는 책에서 ‘좋은 정치론’을 펴며 진보의 실패 이유와 미래 가능성을 제시한다. 심 후보는 “좋은 정치의 기준은 그저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것”이라며 “그런데 과거 진보 정당의 지도부는 ‘신념 윤리’에만 빠져 정파 대립 양상을 보였기에 당원과 국민들에게 상처를 줬다”며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원인을 분석했다.
이밖에 그는 앞으로 부상할 한국 사회의 주요 의제들을 짚어내고 있다. 정치와 노동운동과의 새로운 관계 형성, 사회경제적 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위한 플랜, 사회민주주의라는 진보의 전략, 다양한 정치 세력과의 연대 가능성 등을 제시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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