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종양이나 위장에 문제 있어도 ‘빈혈’ 나타나
악성 종양이나 위장에 문제 있어도 ‘빈혈’ 나타나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04.28 13:42
  • 호수 5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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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혈 증상과 치료법
▲ 빈혈이 나타나면 쉽게 피로해지면서 두통, 현기증 등과 함께 피부가 창백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노인에게 발병되는 빈혈은 위장질환 등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이다.

적혈구‧혈색소 부족하면 발병… ‘철 결핍성 빈혈’ 가장 흔하게 나타나
쉽게 피곤하고 얼굴색도 창백해져… 커피‧녹차 피하고 철분제 복용 필요

강분옥(71) 어르신은 최근 심한 어지러움을 느끼자 동네 병원을 찾았고, 그곳에서 혈액검사를 받은 결과, 빈혈 증상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곧바로 대학병원 혈액내과를 찾은 강 어르신은 철분검사를 받은 결과, ‘철 결핍성 빈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처럼 갑자기 ‘핑’ 도는 어지럼증을 느끼면 보통 빈혈을 의심하게 된다. 그러나 어지럼증이 있다고 해서 병원을 방문해 진단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시적인 증상으로만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증상이 수시로 반복된다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빈혈 자체가 특수한 질병이라기보다는 신체 내에서 어떤 질병이나 병적인 과정이 진행되는 것을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도 있어서다.
빈혈은 일반적으로 혈액 내 적혈구 수나 혈색소(헤모글로빈)량, 또는 두 가지 모두가 정상인보다 떨어져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 몸속의 적혈구는 폐에서 산소와 결합해 심장 순환을 통해서 온몸에 산소를 공급해주는데, 이것이 적어지면 산소 운반도가 떨어지면서 혈액 내의 영양소가 부족해지게 된다. 그러면 대사에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저산소증을 일으키고 이러한 조직의 산소 부족이 결국 ‘빈혈’을 발생시킨다.

◇빈혈 종류와 증상
빈혈에는 ‘철 결핍성 빈혈’, ‘비타민 결핍성 빈혈’ 등이 있다. 철 결핍성 빈혈은 혈색소의 주재료인 철분의 부족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빈혈의 종류이다. 비타민 결핍성 빈혈은 혈구세포를 구성하는 DNA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비타민 B₁₂나 엽산의 결핍으로 발생한다. 이 경우는 악성 빈혈로 불려지기도 하는데, 적혈구 성숙과정에 장애가 나타나 골수의 조혈모세포(무형성빈혈)가 없거나, 조혈 시스템에 이상이 발생(골수이형성 증후군, 백혈병)되기도 한다.
또한 용혈(적혈구가 붕괴해 헤모글로빈이 혈구 밖으로 용출하는 현상) 또는 실혈(위장관 출혈 등)이 나타나거나 신장 질환과 종양 때문에 적혈구 생성 인자가 부족한 경우에도 빈혈이 발생한다.
장명희 일산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는 “특히 철분 필요량이 증가하지 않는 50대 이상 폐경기 여성과 남성에게 빈혈 증상이 나타나면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일 수도 있다”며 “이 시기에 빈혈이 나타나면 악성종양이나 위장질환 여부를 확인해보는 게 좋다. 위·장의 기능이 떨어지면 헤모글로빈을 만드는 단백질, 비타민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아 빈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통 빈혈이 나타나면 쉽게 피곤해지고 온몸에 힘이 빠지는 증상을 보이게 된다. 피부는 혈색이 없고 창백해지며 많은 혈액이 지나야 하는 심장은 산소 부족으로 가슴이 뛰고 아프기도 하며 몸이 붓기도 한다. 계단을 오르거나 등산을 할 때에는 쉽게 숨이 차기도 하고, 현기증과 두통 등의 증상이나 집중력이 떨어져 정신이 흐릿해지는 증상을 보이며, 손발이 저리거나 차가워지기도 한다.
빈혈이 얼마나 심한지 확인하려면 눈동자 주변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동자 주변 하얀 부위에 핏줄을 볼 수 있다. 눈동자 주변에 혈관이 잘 보이지 않고 하얀 부분이 평소보다 많다면 빈혈을 의심해볼 수 있다.
장 교수는 “심장기능이 안 좋은 노인의 경우에는 빈혈이 생기면 몸이 잘 붓는 증상이 생기게 되고, 아주 경미한 치매가 있는 노인은 빈혈이 오면 치매증상이 더욱 심해진다”면서 “특히 노인들의 경우 빈혈의 원인이 3~4가지 이상 되므로 원인을 찾는 검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빈혈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적혈구 지수를 포함한 일반 혈액 검사와 말초 혈액 도말검사가 포함된 선별 검사를 통해 적혈구의 수, 크기, 모양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만약 빈혈로 진단이 된다면 더 자세한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추가적인 검사를 할 수도 있다. 철 결핍성 빈혈은 기존에 알고 있거나 불명의 궤양에서 만성적인 출혈이 있어서 생길 수 있고 대장의 양성 용종, 대장암, 종양 또는 신부전으로 인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질환과 빈혈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상황들에 대해서도 검사가 필요하다.

◇빈혈 치료
빈혈은 원인에 따라서 치료가 달라진다. 가장 흔한 철 결핍성 빈혈의 경우에는 철분제를 복용하면 1~2개월 이내에 정상 수치로 회복되나, 빈혈의 원인이 교정된 상태에서 적어도 4~6개월간 복용을 해야 충분한 철분이 몸에 저장돼 적혈구의 생산이 원활해질 수 있다.
체내 비타민 B₁₂의 고갈과 흡수 장애로 인해 빈혈이 생기는 경우에는 부족한 비타민을 경구나 근육 주사로 공급함으로써 빈혈을 교정할 수 있으며, 만성질환에 동반되는 빈혈 또한 만성질환을 치료하면 자연스럽게 호전된다.
장 교수는 “빈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검진을 통해 만성 출혈의 원인이 될 만한 병이 있는지 살펴봐야 하며 철분이 풍부한 음식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며 “커피, 녹차, 홍차 등에 함유된 타닌은 철과 결합해 철 흡수를 방해하므로 식사 중이나 전후로는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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