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우리를 어떻게 지배하는가?
스트레스, 우리를 어떻게 지배하는가?
  • 이홍수 이화의대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
  • 승인 2017.05.08 09:28
  • 호수 5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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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명의들이 알려주는 건강정보<11>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외래어 1위는 ‘스트레스’(stress)라는 단어다. “오늘 김 과장 때문에 스트레스 엄청 받았어”, “엄마, 공부하라고 스트레스 좀 주지 마” 등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스트레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건 적게 받건,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우리의 생활은 스트레스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마치 우리가 공기를 들이마시고 있지만 공기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스트레스를 받아들이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우리 몸에 있어 자연스러운 현상의 하나이자 필수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스트레스 반응이 일정 정도를 넘어서면 그때부터 우리 몸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난다. 스트레스에 특별히 취약한 사람의 경우 신체적‧정신적으로 여러 질병이 나타날 수 있으며 질병이 있는 경우, 스트레스는 병을 더욱 악화시키는 위험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1950년대 말 심장병 전문의인 프리드먼과 로즈먼은 스트레스가 우리 몸에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연구했다. 이들이 관상동맥질환을 앓는 환자를 관찰한 결과, 상당수가 특징적인 행동양식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인내심 없이 조급한 행동을 나타냈고, 경쟁심이나 사회적 야심과 같은 투쟁적 태도를 보였으며 분노나 공격성과 같이 타인과 불협화음을 내는 행동학적 특징을 나타냈는데, 이러한 성격을 A유형이라 규정했다.
이에 근거해 건강상태가 양호한 약 3500여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려 8년 반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행동이 급하지 않고 적대적이지 않으며 시간에 쫓기지 않는 B유형의 사람들에 비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A유형의 사람들에게서 관상동맥질환이 2배나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는 신체의 면역체계도 약화시킨다. 스트레스가 개인의 면역 방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여러 가지 일로 스트레스를 장기간 받으면 감기와 같은 감염성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부모를 간호하는 사람들을 표본대상으로 하여 일 년 이상 연구한 결과, 이들에게 면역의 여러 가지 생리적 요소들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인후염의 발병률이 높다는 것을 밝혀냈다.
무엇보다 암환자의 경우, 마음가짐에 따라 스트레스가 병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암에 걸린 어린이 25명의 부모와 건강한 어린이 25명의 부모를 연구한 결과, 암에 걸린 아이의 가정에서는 암이 발병되기 전에 일반 가정보다 훨씬 강도 높은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더불어 한 집단의 여성들을 5년 동안 추적 연구한 결과, 이 기간 동안 암에 걸린 여성들은 사소한 종양이 생긴 여성들에 비해 친척의 죽음이나 직업의 불안정성 등 큰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스트레스는 우리 몸을 지배하면서 각종 병을 일으켜 우리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우리 몸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스트레스가 없다면 우리의 삶에 활력도, 자극도 없다.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기만 하면 오히려 자극이 되어 발전해 나가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물론 스트레스를 어떻게 다스려야 하느냐의 문제는 스스로에게 남겨진 숙제다. 자신의 성격을 잘 파악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며, 나만의 취미생활을 갖는 것도 좋고, 지칠 때마다 기대어 이야기를 나눌 사람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루하루 살얼음판 같은 세상살이 속에서 어느 누구든 완벽하게 스트레스를 피할 방법은 없다. 너무 많은 욕심을 버리고 인정할 것은 받아들이며 조금씩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스트레스로부터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출처: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발행 ‘굿닥터스’(맥스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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