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밥만 드시지 말고 고기·과일도 드세요”
“어르신, 밥만 드시지 말고 고기·과일도 드세요”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7.05.08 10:04
  • 호수 5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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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노인 탄수화물 섭취 비중 지나치게 높아
▲ 노인 식단에서 탄수화물의 비중이 과도해 육류·과일 등을 균형 있게 섭취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충북 옥천군의 한 경로당에서 여성 어르신들이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채식만 고집하면 건강에 안 좋아
단백질 많은 육류 섭취해야
근육량 안 줄고 동맥경화 예방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들의 식단에서 탄수화물의 비중이 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삶의 질이 낮은 노인일수록 지방·야채·과일 섭취가 부족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김미영 부연구위원이 5월 1일 발표한 ‘65세 이상 노인의 건강 관련 삶의 질에 따른 영양소 및 식품섭취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이 하루에 섭취하는 에너지 영양소 중 탄수화물의 평균 비중은 72.0%로, ‘2010 한국인 영양섭취기준’에 따른 적정 비중인 55∼65%보다 훨씬 높았다.
이는 2013∼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응한 노인 3650명의 응답 자료를 분석한 것이다.
신체적·정신적 건강상태를 반영한 삶의 질 지수인 ‘EQ-5D’(운동능력, 자기돌봄능력, 일상 활동, 통증․불편감, 불안․우울 등 5가지 평가)에 따라 네 그룹으로 분류했을 때, 삶의 질이 낮을수록 탄수화물 섭취 비율이 높았다.
삶의 질이 가장 낮은 그룹은 탄수화물 섭취 비율이 74.2%였고, 삶의 질이 가장 높은 그룹의 탄수화물 섭취 비율은 70.7%였다. 대표적인 탄수화물 음식으로는 밥·국수·떡·빵 등을 들 수 있다.
지방은 평균 12.7%로 적정 비중(15∼25%)보다 낮았다. 특히 삶의 질이 가장 낮은 그룹의 지방 섭취 비율은 11.5%에 불과했다.
삶의 질에 따라 채소 섭취량도 차이가 컸다. 삶의 질이 가장 낮은 그룹은 292g으로 가장 높은 그룹(367g)보다 훨씬 적었으며 평균(341g)에도 크게 못 미쳤다.
과일 섭취량은 더 적었다. 삶의 질이 가장 낮은 그룹은 150g에 불과했고, 가장 높은 그룹도 211g에 그쳤다. 특히 지난 하루 동안 과일을 전혀 먹지 않았다는 노인의 비율이 전체의 36%에 달했다.
보고서는 “노인에게 영양불량은 건강의 악화로 인한 사망률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적절한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건강위험의 초기 단계에서 식생활을 개선해 노인들이 건강하고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노인들이 육식을 기피하면서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다는 연구보고도 많다.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노인 3명 중 1명(31.1%)은 단백질 하루 권장량(60~72g)보다 덜 섭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이 양질의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백현욱 분당제생병원 임상영양내과 교수는 “노인들은 노화로 인해 근육량이 줄어들어 근감소증이 동반되는 만큼 동물성 식품을 통해 고단백질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들 중 동맥경화증과 같은 만성질환이 있다며 육식을 피하고 채식만을 고집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 비타민 B12가 부족할 때에도 동맥경화가 촉진될 수 있는데, 비타민 B12는 동물성 식품에만 들어 있으므로 육식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는 게 백 교수의 주장이다.
2014년 일본의 도쿄 장수건강연구센터가 장수노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90세 이상 장수 노인들은 하루에 한 끼씩 육식을 즐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수 노인 중 남성은 87%, 여성은 89%가 적어도 하루에 한 끼는 육류를 즐겨먹는다고 응답했다.
최윤재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공학부 교수는 지난해 열린 ‘축산바로알리기 연구회 공동포럼’에서 “아직 우리나라 국민은 육류를 하루 섭취권장량보다 덜 섭취하는 비율이 높다”면서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식품이 조화를 이룬 식사를 해야 비만 예방은 물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지나치게 많은 양의 육식을 자주 섭취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하지만 노인들의 경우 치아가 좋지 않아 문제가 될 만큼 많은 양의 육류를 먹기가 쉽지 않으므로 염려할 필요가 없다.
김혜련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단백질 섭취 부족은 중장년층보다 노인에게서 사망 위험을 더 높이는 것으로 나왔다”며 “건강수명을 늘리려면 건강한 노화가 중요하고, 이를 위해 노인을 대상으로 올바른 영양 섭취를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종도 기자 jdcho@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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