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기술 익히고 주민과 사귀고… 최소 3년은 준비”
“영농기술 익히고 주민과 사귀고… 최소 3년은 준비”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7.05.08 11:04
  • 호수 5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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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귀농귀촌은 어떻게… 박람회를 통해 알아본다
▲ 지난 4월 28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7 귀농귀촌 청년창업 박람회’에서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한 시니어가 귀농 전문가와 상담을 하고 있다.

인터넷 강의 활용해 기초지식 습득… 농업기술센터 문 두드려야
지역 주민과 친밀감 중요… 농지는 임대해 지어본 뒤 차차 구입을

서울 노원구에 살고 있는 김신농(가명·55) 씨는 곧 있을 퇴직에 대비해 귀농을 염두에 두고 있다. 자영업에 손댄 주변 사람들이 큰 낭패를 겪는 걸 보고는 차라리 공기 좋고 새로운 성장 가능성이 있는 농촌으로 가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귀농귀촌에 성공한 사례들이 언론에 소개되는 것을 보았고, 건강장수를 염원하는 100세시대에는 좋은 식재료를 구입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을 거란 판단이 섰다. 문제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늦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 만큼 실패가 없어야 한다는 두려움도 넘어야 할 숙제다.
김 씨처럼 귀농귀촌을 모색하는 사람들을 위한 박람회가 열려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 4월 28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양재동 aT센터 제1전시장에서는 '2017 귀농귀촌 청년창업 박람회'가 열렸다. 농림축산식품부 주최로 열린 이 박람회는 최근 급증 추세인 귀농·귀촌인의 성공적인 정착을 유도하고, 4차 산업혁명이 결합된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의 미래상을 제시하기 위한 행사였다.
경기·전남·경북도 등 광역지자체와 함평군·단양군 등 기초지자체, 11개의 기관·기업이 186개의 부스를 설치하고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들에게 다양하고 실용적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했다.
특히 각 지자체 부스에서는 귀농귀촌에 성공한 사람들이 상담자로 나와 지역 정착에 성공할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 현실적인 조언을 하는 등 귀농귀촌 희망자 유치에도 적극적이었다.
귀농 전문가들은 귀농귀촌에 대해 지나친 환상을 버려야 하지만 너무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한다. 귀농귀촌 희망자들을 위한 교육시스템과 각종 지원정책이 잘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은숙 한국농업아카데미 교육사업단 실장은 “귀농귀촌에 관심이 있으면 이러한 박람회를 찾아보거나 귀농귀촌종합센터 홈페이지(www.returnfarm.com)에 들어가서 기초정보를 수집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최소 3년을 철저하게 준비한 뒤 실행에 옮기면 정착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텃밭재배나 주말농장 운영을 통해 영농의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미리 체험해보는 것이 필요하고, 가족 특히 배우자의 동의를 얻는 게 중요하다.
가족을 동반하지 않고 혼자 귀농하는 경우도 있지만, 농촌 생활의 외로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도시로 되돌아가는 사례가 많다고 유 실장은 귀띔한다.
귀농 결심이 서게 되면 투자 가능금액과 적성, 기술수준 등 자신의 능력과 여건에 적합한 농산물 품목을 정한 뒤 영농기술을 배워야 한다.
귀농귀촌을 할 경우 교육은 필수다. 향후 영농 정책자금이나 주택자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라도 최소 100시간의 교육을 마쳐야 한다. 영농자금 지원 대상자를 교육 수료자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합교육은 대개 기초과정 35시간, 중급과정 72시간으로 편성된다. 온라인 강의도 50시간의 교육을 인정받을 수 있으므로 집에서 온라인으로 기초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영농교육을 받는 것과 동시에 어느 곳에 정착할 것인지를 물색하는 것이 좋다. 선택한 영농 품목에 입지가 적합한지 여부와 연고나 지원정책 등 생활환경을 고려해 정착지를 결정한다. 지자체의 자금 또는 교육지원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지역 농업기술센터와 읍·면사무소를 들를 필요도 있다.
일반적으로 귀농인 정책자금은 최대 3억원까지 저리(연 2%)로 대출해주고 있고, 주택자금은 7500만원까지 빌려준다. 이 경우 무작정 큰돈을 빌려 투자하기 보단 처음엔 농지를 임대해 농사를 지어보고 차차 구입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유은숙 실장은 “귀농 후보지가 정해지면 다리품을 팔아서라도 자주 그 마을을 찾아가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마을 이장과 주민(어르신)들을 만나 친밀감을 쌓으며 지역의 문화에 잘 적응하는 사람에게는 ‘텃세’가 있을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주민들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단양군을 비롯해 여러 지자체들은 귀농인의 정착을 돕기 위해 ‘귀농인의 집’ 같은 시설을 빌려주기도 한다. 예컨대 단양군은 단양에 정착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귀농인의 집’과 농지를 빌려주고 6개월~1년 거주하면서 경험을 쌓도록 하고 있다.
이날 귀농귀촌 박람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정보를 얻고 개별 상담을 받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경북 문경이 고향이라는 홍 모(68)씨는 “중국 베이징에서 상사 주재원으로 20년간 근무하다 은퇴했다”면서 “아내와 고향 근처로 귀촌할 계획인데 오늘 동향지역 사람들을 만나 여러 가지 정보를 들을 수 있어 유익했다”고 말했다.
현재 개인회사를 운영한다는 이 모(57)씨는 “10여명의 동호회원들과 함께 앞으로 5년 뒤 귀농하기 위해 주말농장을 하면서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 영양에서 열대과일인 백향을 재배하고 있는 이선화 씨는 “귀농한지 5년이 지났는데 농촌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함께 귀농했는데 일단 도시의 경쟁적 교육에서 벗어나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했다.

◇귀농과 귀촌=귀농은 도시에서 다른 일을 하던 사람이 농업인이 되기 위해 농촌 지역으로 이주해 전입신고를 하고 농업인으로 등록한 경우를 말한다. 이에 비해 귀촌은 더 넓은 의미로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농촌으로 이주해 생활하는 것을 말한다.
조종도 기자 jdcho@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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