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익 민족통일중앙협의회 의장 “대한노인회와 한 가족이 돼 통일의 꿈 이루길 바라요”
이정익 민족통일중앙협의회 의장 “대한노인회와 한 가족이 돼 통일의 꿈 이루길 바라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5.12 13:16
  • 호수 5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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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의장 맡아 회원 배로 늘려 “모바일앱 통해 100만명 달성 계획”
활발했던 북 지원 이명박 정부 때 끊겨…요즘 탈북자 가재도구 지원

“행복한 노인사회를 향해 가는 대한노인회가 통일사업을 하나 더 추가해 우리와 함께 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 이정익(79) 민족통일중앙협의회 의장이 한 말이다. 이 의장은 대한노인회 부회장이기도 하다. 이 의장은 “노인회가 됐든 민통이 됐든 나이 들어 가만히 앉아서 죽는 것보다는 뭔가 사회와 국가를 위해 보람 있는 일을 해야 한다”며 “70여년 우리 민족이 염원해온 통일에 기여를 한다면 그게 가장 위대한 업적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의장은 이날 서울 경희궁길에 위치한 서광종합개발 회장실에서 통일사업과 관련해 민통과 대한노인회의 동행 필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이 의장은 43년째 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해온 CEO이다.

-며칠 후 큰 행사를 치른다고.
“매년 해왔듯이 5월 17일(수), 창설 36주년 기념식을 개최합니다. 이번엔 좀 특별하게 대한노인회 임원들을 초청해요. 지난 3월 정기총회에서 노인회와 통일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었지요. 그걸 잘 살려야지요.”

민통과 대한노인회는 협약식에서 통일연합회를 결성해 ▷민족통일 기반 다지기 위한 관련사업 ▷북한주민들의 평화통일 의지 고취와 북한 사회변화를 위한 공동노력 ▷남남갈등 해소 및 국민화합을 위한 사업 ▷통일 리더 양산 ▷해외동포 통일의지 일체감 조성 등의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구체적인 성과를 보았는지.
“진행 중이에요. 우리보다는 회원 수가 훨씬 많은 노인회와 한 가족과 같이 이 사업을 해나가면 국가적으로나 민족적으로나 크게 기여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민통은 어떻게 결성됐나.
“1970년대 국민 사이에서 통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 후 남북고위급대화를 하면서 민간단체의 필요성을 느끼고 민족과 통일이란 단어를 넣어 1981년 최초의 민간통일운동단체를 만든 거지요.”
-당시 회장은 어떤 이가 맡았나.
“처음엔 국회의원 출신이 맡았고 세 번째는 국무총리 출신이, 그 후로는 통일부장관이 퇴임 후 자리를 이어갔어요.”
-정부 지원도 받는지.
“초창기에는 받았어요. 서울 천호동에 자체 건물도 갖고 잘 나가다가 예산이 줄면서 한때는 거의 없어지다시피 했어요. 그러다 이명박 정부 때 살아났다가 지금 다시 줄어들었어요. 십시일반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 이정익 민족통일중앙협의회 의장(오른쪽)과 이 심 대한노인회 회장이 3월 15일, 업무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했다.

민통은 대한노인회와 조직이 비슷하다. 전국 17개 시도 협의회가 있고 그 아래 230개 시군구 협의회가 있다. 손재식‧임동원 등 전 통일부 장관이 명예의장이고, 이수성 전 국무총리 등이 고문이다.
-4년째 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간의 업적이라면.
“민통은 한때 회원 수가 30만명이었다가 제가 들어갈 쯤에 5만명으로 줄었어요. 회원이 적어서는 안되겠다 싶어 3년 동안 배로 늘렸어요. 1대 1 회원 모집은 갈수록 어려워요. 요즘 모바일앱을 구축해 거기서 회원들끼리 통신을 하고 정보교환도 하고 친구들은 물론 모르는 사람들까지 끌어들입니다. 시작은 좀 힘들지만 세월이 지나면 폭발적으로 늘어 100만명 되기는 쉽다고 봅니다.”
-민통은 어떤 사업을 하나.
“통일에 주안점을 두고 통일포럼, 통일강좌를 열어요. 초등학교 4학년 이상 전국민과 해외동포를 대상으로 한민족통일문예제전을 개최합니다. 올해가 48회입니다. 여기서 어른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새롭고 감동적인 글들이 나와요. 대통령 상을 비롯해 국회의장 상, 국무총리 상 등 상을 많이 줍니다. 전국 임원 워크숍, 통일안보견학도 하고 통일지를 매월 발간합니다.”

민통은 과거 남북이 왕래했던 시절 북에 대한 지원을 많이 했다. 의약품부터 버스까지 대주었다. 홍수나 예기치 않은 사고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모두 끊겼다. 이 의장은 “올해부터 탈북자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다”며 “하나원에서 3개월 교육을 받고 나온 이들이 당장 밥솥, 이불 같은 가재도구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그런 것들을 지원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익 의장은 서울 사직로 출신이다. 한양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국제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미국 프레스톤 유니버시티에서 경영관리 철학 분야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동탑산업훈장 수상. 이 의장은 실향민이 아니다. 그런데도 통일에 대한 의지는 누구보다 강하다.

-왜 통일해야 한다고 보는가.
“세계가 글로벌화하면서 혼자서는 살 수 없고 서로 소통하고 이용하는 시대가 됐어요. 만약 남북이 통일되면 다른 국가와 거래하지 않아도 우리끼리 충분히 살 수 있어요. 북의 자원과 남의 기술력이 합해지면 부족한 게 없습니다. 그걸 왜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 넘겨주려고 합니까. 통일비용을 말하는데 통일되면 그보다는 몇 십 배의 이득을 볼 수 있어요.”
-통일 방법은.
“우리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게 언제, 어떻게 될지 기대하기도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힘의 원리에 의해 강자에게 북한이 양보를 해 통일이 되는 길이 가장 빠르지 않나 봅니다. 합의에 의해서라면 백번 좋지만 그게 아니라면 무력을 써서라도 돼야 하지요. 이때는 물론 우리하고의 무력이 아니라 (북한과)강대국과의 무력입니다.”
-통일에 대해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은.
“통일사업이란 건 어떤 정부가 됐든, 정치권이 어떻게 바뀌든 관여하지 않고 우리 나름으로 밀고 나가는 겁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여도 야도 아닌 입장에서 일을 해왔어요.”
-김정은을 만난다면 무슨 말을 할 건가.
“민통 일로 통일부장관과 자주 접촉할 기회가 생기곤 하는데 그 자리에서 북과의 거래를 못하게 하는 건 이해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에게 기회를 줄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해요. 북에 가서 김정은을 만나면 더 좋고 그렇지 않으면 그 아래 간부들을 만나 정말 같이 싸우지 말고 통일의 길로 가자는 말을 하고 싶어요.”
-통일부장관은 뭐라고 대답하나.
“가서 사고 나면 어떻게 하냐고 해요. 내 나이에 사고가 난들 그런 게 겁나면 어떻게 일을 해요. 갈 기회가 생기면 막지만 말아달라고 합니다. 사업도 보면 국가와 국가 간의 거래는 직접적으로는 안됩니다. 민간이 가서 거래를 터주어야 국교도 성사되고 그래요. 국가끼리는 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대한노인회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이 심 회장과 특수대학원 공부를 하며 30여년 친분을 맺어왔어요. 이 심 회장이 저에게 같이 노인회 일 하자고 처음 그랬을 때 제가 ‘아직 젊었는데 무슨 노인회냐’고 거절했던 게 엊그제 같네요(웃음).”
-노인의 사회적 역할이라면.
“80에도 건강해서 사회 활동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70에도 건강 등이 따라주지 않아 움츠린 노인이 있지요. 일할 수 있는 노인은 일할 기회를 갖고 사회를 책임지는 역할을 하면 좋아요. 그러면 건강도 유지됩니다.”

이정익 의장은 인터뷰 말미에 “민통과 노인회가 한 가족이 돼 민족의 염원인 통일에 중추적 역할을 했으면 더 바랄 게 없다”며 두 단체의 최대한 협력관계를 거듭 강조했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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