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일부 경로당을 어르신공동체 공간으로 바꾼다는데…
행자부, 일부 경로당을 어르신공동체 공간으로 바꾼다는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5.19 10:46
  • 호수 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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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지는 좋지만 노인회 지회와 협의를”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2010년 준공된 충북 청주시 서원구 성화휴먼시아4단지에 지난 4월 공동부엌이 들어섰다. 860세대로 구성된 단지에는 유독 1인 가구와 독거노인이 많이 살고 있는데 이들이 ‘혼밥’을 먹지 않게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관리동의 물품보관소를 무상임대 받아 리모델링한 것이다. 최신 설비는 물론, 야외 가든까지 갖춘 공동부엌 덕분에 쓸쓸히 밥을 먹는 주민들이 줄었다. 노인들과 젊은이들이 한데 어우러진 정겨운 풍경 뒤에는 행정자치부의 ‘어르신‧아파트공동체 활성화 사업’(이하 어르신공동체)이 있었다. 서홍춘(77) 어르신은 “바로 옆집 사는 주민도 잘 몰랐는데 타 동 사람들과도 어울리면서 아파트 단지에 활기가 돌게 됐다”고 말했다.

전국 23개 아파트단지서 경로당‧유휴시설 주민교류 공간으로 바꿔
LH와도 손잡고 단지 조성 때부터 경로당 특화 모델 공급할 예정
주민자치위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할 경우 일부 어르신 소외될 우려

행정자치부가 실시하는 어르신공동체 사업이 주민 간 교류가 적어 삭막해진 아파트 환경을 바꾸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행자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2월까지 아파트 경로당 및 유휴공간 23곳을 대상으로 ‘어르신공동체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어르신공동체 사업’은 아파트 내 경로당과 유휴공간을 개선해 입주민 간 소통의 기회를 늘리고, 화합을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시행됐다. 도서관, 공동작업장, 마을사랑방 등으로 리모델링해 노인 일자리, 문화활동, 생활복지 등을 돕는 사업을 말한다.
행자부에서 최대 4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해당 지자체에서 모자란 부분을 충당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총 사업비 8000만원이 들어간 성화휴먼시아4단지 ‘공동부엌’의 경우 1인 가구, 독거노인이 많은 아파트 환경을 고려해 건강요리, 환자식요리 등 요리 기초지식을 갖출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한 주민이 함께 준비하고 즐길 수 있는 ‘아나바다 장터’와 ‘주민축제’도 계획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 만촌1동 메트로팔레스 5단지는 주민쉼터 사랑방으로 꾸몄다. 아파트 내 경로당과 유휴공간을 녹색나눔터, 카페, 도서관, 주민소모임 장소로 리모델링했다. 그동안 개최했다가 중단한 단오제 축제를 부활해 창포머리감기, 투호놀이, 윷놀이 등 잊혀져가는 민속놀이 체험을 통해 주민화합의 장으로 이용할 예정이다.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 8단지 제2경로당은 고령층이 참여하는 택배 사업, 공동 작업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 우성빌라트 경로당은 아파트 1층 유휴공간을 활용, 공동작업장을 조성해 에코백‧머그잔 등 관광상품을 개발‧판매하고 수익금을 지역주민의 문화활동, 소외계층 나눔활동 등에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경로당을 관리하는 대한노인회와 해당 경로당의 동의 없이 무분별하게 경로당 관련 사업을 하는 건 삼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취지가 좋더라도 역으로 불편함을 느껴 경로당을 떠나는 노인들도 있기에 사전에 충분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지회 관계자는 “현재 경로당 관련 사업 중 상당수가 지자체나 해당 아파트 주민자치위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일이 많다”면서 “이렇게 진행된 사업에 대해 오히려 불만을 제기하는 회원들도 많아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진행해야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행자부는 LH와 손잡고 건설단계부터 경로당을 휴게공간에서 벗어나 어르신들의 일자리, 문화, 복지를 아우르는 어르신공동체 활동의 거점공간으로 육성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행자부는 최근 LH와 업무협약을 맺고 공공임대아파트 경로당에 어르신공동체가 활동할 수 있도록 공동체프로그램 개발, 운영 등을 지원하는 한편, LH가 개발한 경로당 특화모델을 각 지자체에 확산시킬 예정이다.
행자부는 먼저 올해 LH와 공동으로 시범사업지 4곳을 선정하고 지자체와 협력해 소득활동, 취미활동, 건강관리 등 어르신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내년부터는 시범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자체에 특화모델을 확산시켜 기존 경로당을 ‘어르신공동체 활성화의 거점공간’으로 기능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LH는 경로당에 기존의 공동 휴게공간 외에 사무공간, 취미공간, 건강·체육공간, 텃밭 등을 추가해 어르신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특화모델을 개발했는데 조성 중이거나 조성 예정인 아파트를 대상으로 특화 모델을 보급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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