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엄마 우리는
왜?
할미꽃이야
나는 어제 겨우
꽃을 피웠단 말이야
박해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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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죠. 어제 막 피어난 어린 꽃의 투정이 안쓰러우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됩니다. 하지만 어린 할미꽃은 얼마나 억울할까요. 허리가 조금 굽었을 뿐인데, 씨앗이 잘 날아가도록 새하얀 깃털을 머리카락처럼 휘날릴 뿐인데 말이에요. 사람이라면 제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개명신청을 할 테지만 마음대로 바꿀 수도 없는 답답한 마음을 누가 알아줄까요. 할미꽃만큼 억울한 이름을 가진 꽃이나 풀이름들이 많이 있습니다. 며느리밑씻개, 쥐똥나무, 애기똥풀, 쥐오줌풀, 송장풀, 말오줌때, 낙지다리, 곰보배추 등 식물들이 제 이름을 알아듣는다면 정말 싫다고 다른 이름을 지어 달라 집단 소송을 낼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어린 할미꽃아, 너는 어떤 이름으로 불려도 이쁘단다. 뺨에 와 닿은 보송보송한 햇살이 저리 눈이 부셔 빛나잖니! 세상에 늙은 꽃은 없단다.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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