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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고민 많지만 그 덕에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됐지요”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570호] 2017년 05월 19일 (금)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하버드대 생물학 박사… “나이 상관 없이 일 계속 할 수 있어야”
까치 연구 20년째… “시끄럽게 울면 반가운 손님” 이유 밝혀내

   
 

한해 6000곳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오고 1회 강연에 500만원을 받는다. 축구장 90배에 달하는 국립생태원(서천)을 만들어 입장객 100만명을 불러 모았고, ‘개미제국의 발견’ 등 쓰는 책마다 이슈가 되는 초능력(?)의 생태학자. 최재천(63)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의 얘기다.
최 교수는 모두가 우려하는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의 반이 없어질 것이라는 말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 5월 중순, 이화여대 자연과학관에서 만나 자신 있게 장담하는 이유를 물었다.

-요즘은 어떤 동물을 연구하고 있나.
“까치를 들여다본 지 20년째 들어가요. 우리나라에선 길조지만 까치는 집에 들어가 뭘 훔쳐가곤 해 전 세계적으로 환영을 못 받는 새에요. 성질이 사나워 연구하기도 힘들고요.”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데.
“연구 결과 까치가 머리가 좋은 몇 안 되는 새 중의 하나란 걸 알게 됐어요. 10여명의 연구생 중에 열심히 까치둥지를 뒤진 학생을 알아보고 쫓아가 부리로 쪼아댑니다.”

연구생들은 일주일에 한두 번, 이사용 사다리차를 타고 올라가 까치둥지에서 알을 꺼내 줄자로 재고 새끼 무게를 달고 피도 뽑는 등의 연구 활동을 한다. 까치가 남보다 자주 자기를 괴롭히는 사람을 알아보고 정조준 해 공격한다는 말이다. 최 교수는 “(다른 연구생에게)같은 옷을 입혀 걷게 하고 모자를 씌워 얼굴을 가려보아도 까치는 정확히 그 연구생만 쫓아갔다”며 “까치가 시끄럽게 우는 건 마을에서 못 보던 사람을 발견하고 반응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동물 연구가 인간에게 어떤 도움을 주나.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새만 80여년을 연구하고 있어요. 박새가 환경변화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행동하는가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박새는 새해 어느 날 둥지를 틀기 시작하는데 해가 갈수록 일찍 둥지를 틉니다. 기온이 높아간다는 뜻이지요. 우리가 선진국이 되려면 반도체만 잘 만들어서 되는 게 아니에요. 연구 분야에도 선진국다운 그런 연구가 있어야 합니다.”

강릉 출신의 최재천 교수는 서울대 동물학과를 나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곤충학과에서 ‘알래스카 바닷새의 체외기생충 군집 생태학’으로 석사학위를, 하버드대 생물학과에서 ‘민벌레의 진화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와 미시간대에서 학생을 가르치다 귀국해 현재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로 있다. 국립생태원 초대원장을 지냈고,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 생명다양성재단의 대표를 맡고 있다. ‘개미제국의 발견’(2001년)‧‘과학자의 서재’‧‘통섭의 식탁’(두 권은 2011년 발간) 등 60여권의 저서가 있다.

-박사학위는 민벌레가 연구대상이었다고.
“민벌레는 곤충학자들 가운데서도 직접 본 이가 드물 정도예요. 대한민국 사람으로 최초로 민벌레의 성 선택을 연구했습니다. 민벌레는 길이가 2mm밖에 안되지만 짝짓기를 할 때 다양한 구애 행위를 해요. 심지어 행위 중에도 선물을 줍니다. 연구를 시작할 때 관련 논문은 2쪽이 전부였어요. 논문을 쓸 정도로 제가 자료를 몇 백배로 늘려놓은 거지요.”
-생명의 연속성이란 무언가.
“이 세상 모든 생물체는 죽지만 생명은 이어갑니다. 생명은 태초에 자기복제를 하는 묘한 존재예요. 할아버지가 죽으면 아버지에게, 아버지가 죽으면 아들에게 유전자(DNA)가 이어집니다. 생명은 한계성을 가지면서 연속성을 지닙니다.”

최 교수는 이어 “생명체를 횡적으로 보면 태초에 하나에서 왔다. 600만년 전 침팬지의 조상과 우리 조상이 한 조상일 때가 있었다. 오징어는 20만년 전에, 나무는 수십억년 전부터 있었다. 그런데 제일 늦게 태어난 인간이 저만 살겠다고 ‘집안 양반’들을 죽이고 베어버리고 한다. 얼마나 버르장머리가 없고 못된 짓인가. 꼬락서니를 보면 우리가 한 짓 때문에 우리가 당한다”고 말했다.

-생태학적 관점에서 고령화 사회란.
“12년 전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는 책에서 제가 그 문제를 언급했어요. 진화적인 문제에요. 침팬지는 여전히 숲에서 주워 먹고 그러는데 반해 인간은 기계문명을 일으켜 거들먹거려요. 그 차이가 어디서 왔을까 연구하다가 고령화가 답 중의 하나라는 게 드러났어요. 침팬지 암컷은 새끼를 키우고 기르는 것밖에 모르지만 인간 사회에는 딸의 자식을 키우는 할머니가 생겨났어요. 다른 동물은 할머니가 없지요. 그런 바람에 젊은이들이 시간여유가 생겨 언어를 계발하고 기계문명을 일으키고 해서 만물의 영장이 됐어요.”

최 교수에 따르면 고령화가 마냥 나쁜 것은 아니고 인간은 고령화 덕분에 성공가도를 달렸다는 것이다. 저출산에 대해서도 최 교수는 견해를 달리한다. 지금도 지구의 인구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저출산은 일부 잘 사는 국가의 문제일 뿐이며 인구이동을 허락하는 게 답이다. 아이 많이 낳는 나라에서 덜 낳는 곳으로 데리고 가 키우자. 이걸 대부분 싫어하는데 인간이 그런 마음을 고쳐먹어야 한다. 여러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면 저출산 걱정할 필요 없다. 최 교수는 “이 얘기를 10년 전에 했다가 맞아 죽는 줄 알았다”며 웃었다.
-노인 자살률도 높다.
“자살을 왜 해요. 우리나라 어르신들이 자식보기 민망하다고 죽는 건 말이 안돼요. 훈장을 받아도 모자랄 판인데요. 고령화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꿔야 문제를 풀 수 있어요. 할머니는 아이들만 키우는 게 아니에요. 과거 수많은 전쟁을 겪었던 할머니는 전쟁에 나가는 족장에게 “너희 아버지는 이러다가 전사했으니 너는 그런 전철을 밟지 마라”고 일러줍니다. 아들은 그 말을 듣고 다른 방법을 연구해 전쟁에서 이겨요. 할머니가 있는 부락이 그렇지 않은 부락보다 풍요롭게 잘 산다는 연구논문도 있어요.”
-젊은이 3명이 노인 한명을 부양하는 시대가 온다고.
“얼굴도 모르는 노인 부양을 위해 내 월급봉투 절반이 날아가는 걸 용납 못하겠지요. 세대 간 갈등이 가장 위험한 겁니다. 노인들이 집에 안 가면 청년 실업이 큰일 날거라고 합니다. 그게 아니에요. 정년을 없애 모든 이가 죽을 때까지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합니다. 부자나라는 정년이 없어요. 미국의 교수들은 자기가 하고 싶을 때까지 합니다. 청년과 노인의 일자리를 잘 분배하면 가능해요. 정년은 인권의 문제이기도 해요. 멀쩡해서 일하고 싶은데 국가가 무슨 권리로 일하지 말고 뒷방노인으로 물러나라고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준다고.
“요즘 노래 부르고 춤추는 이들이 교수나 샐러리맨들보다 더 돈을 많이 벌어요. 과거에 그건 일이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어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계가 많은 일을 하면 그걸 지켜만 보는 것도 일이 될 수 있어요. 일자리가 줄어드는 거지 일거리가 없는 건 아닙니다. 생각을 바꿔 가면서 적응해 나가야지 자꾸 숫자가 얼마 안 된다고 거기에 코를 박고 ‘아이고 어떡하지, 이 사람 쫓아내야 하는데…’ 그렇게 어리석은 생각하면 안돼요.”
-노인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공자는 10년 단위로 생을 나누었지만 저는 크게 자식을 키우는 ‘번식기’와 자식들이 떠난 ‘번식기 이후’로 나눕니다. 이제는 백세까지 살아요. 60대에 죽던 옛날을 생각해 남은 40~50년을 잉여로 여기고 뭉그적거리면 허무합니다. 김형석(97) 연세대 명예교수가 TV에 나와 ‘70대가 가장 좋았다’는 말을 했어요. 두 번째 인생을 허투루 살지 마시고 멋지게 당당하게 신나게 살아야 합니다.”
-노인에게 권할만한 책은.
“제가 쓴 책 중에 ‘열대예찬’(2011년)이 있어요. 죽기 전에 꼭 가야할 곳이 열대에요. 열대는 생명이 퍼덕퍼덕 뛰는 곳입니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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