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활동비… 노인복지예산으로 돌려라”
“특수활동비… 노인복지예산으로 돌려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5.26 13:23
  • 호수 5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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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위층의 ‘돈봉투 만찬’으로 알려진 특수활동비. 국민은 이제까지 자신들이 피땀 흘려 낸 세금이 공직자들의 쌈짓돈으로 쓰여졌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몰랐다.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특수활동비의 사용 내역으로 인해 국민들은 다시 한 번 국가와 공직자들에 대한 분노와 불신, 허탈감을 뼛속 깊이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정부는 특수활동비로 8조5631억원을 썼다. 작년의 경우 특수활동비를 가장 많이 받아간 부처는 국가정보원이다. 무려 4860억원이다. 그 다음이 국방부(1783억), 경찰청(1298억), 법무부(285억), 청와대(266억원) 순이다.
국회도 78억원, 감사원 37억원, 국세청 54억원이다. 정부의 17개 부 중 하나에 불과한 미래창조과학부는 국회 전체와 비슷한 70억원을 가져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책 어젠다’로 내세우며 만든 부처답게 특수활동비 액수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다. 호시절을 보낸 것이다.
놀라운 것은 국민 편에서 ‘최소 비용, 최대 효과’란 경제 원칙을 바탕으로 예산을 집행했음직한 부처들도 특수활동비를 물 쓰듯 써댔다는 사실이다. 국민안전처 77억원, 국민권익위원회 4억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8000만원, 공정거래위원회 4000만원 등이다. 국민안전처는 무얼 하는 곳인가. 국민안전처 홈피는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국가적 재난관리를 위한 재난안전 총괄기관으로서, 체계적인 재난안전관리시스템 구축을 통하여 안전사고 예방과 재난 시 종합적이고 신속한 대응 및 수습체계를 마련하기 위하여 설치되었습니다.”
특수활동비란 무언가. 특수활동비는 한마디로 비밀유지 수사 목적의 지출에 들어가는 돈이다. 즉,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이에 준한 국정수행활동 등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주로 정보제공자에 대한 사례금, 정보활동비, 정보원 관리비 등으로 쓰인다. 예산 편성단계부터 세부내역 없이 총액으로 편성되며, 집행 후에도 세부내역이 공개되지 않는 예산이다. 당연히 영수증 없이 사용하기 때문에 비용을 부풀리거나 사적인 용도로도 쓰인다.
산불을 끄고 오염된 바다에 황토를 뿌려 정화시키고 호루라기 불어대며 사람과 자동차를 수십분간 얼어붙게 만드는 민방위 훈련을 하는데 기밀을 요하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 황토구입처를 비밀로 해야 할 특별한 사연이라도 있는 것일까. 당연히 그런 일들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뻔하다. 서민들은 접하기 어려운 값비싼 음식을 먹어대며 서로 격려금을 주고받은 ‘돈봉투 만찬’ 그 이상도 그이하도 아니다.
공직자들이 특수활동비로 스트레스를 풀 때 국민은, 특히 노인들은 너무 졸라매 부러질 듯한 허리를 더 세게 조이고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기초연금 20만원씩 지급’이라는 선거공약을 했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고 기초연금이 들어올 통장을 준비하며 가슴을 설렜다. 그러나 그건 꿈에 불과했다. 정부는 620만명(2014년) 노인 모두에게 20만원씩을 주었다가는 나라곳간이 거덜 날 것이라며 미적거렸다. 결국 대한노인회가 먼저 나서서 “노인들은 괜찮다. 국가가 먼저 살고 볼일이다.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지급하라”며 소득 하위 70% 지급을 수용했다.
정부와 국회는 노인복지지원 요구에 늘 예산 타령을 한다. 노인전문교육원만 해도 그렇다. 지난해 12월, 완공을 눈앞에 둔 무주의 노인전문교육원은 인건비‧운영비‧집기마련 등의 예산 문제로 개원식을 예정대로 치르지 못할 처지였다. 대한노인회 측은 황급히 국회로 여야 대표들을 찾아가 이듬해 예산안에 편성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으나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은 제살 깎아먹기식의 고통과 희생을 통해 가까스로 교육원 문을 열 수 있었다.
당시 노인전문교육원에 필요한 예산은 23억원이었다. 국회 특수활동비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여야 대표들이 자기들이 쓰는 특수활동비를 십시일반 떼어주었더라면 노인들이 그렇게 좌절하지도, 힘들어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특수활동비의 변태적 사용이 온 천하에 드러난 이상 당장 없애는 것이 도리겠지만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을 고려해 노인복지예산으로 돌리는 것도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노인을 섬긴다는데 반대할 국민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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