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쟁이 이상민이 박수받는 이유
빚쟁이 이상민이 박수받는 이유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5.26 13:24
  • 호수 5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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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방송가에서 가장 핫한 스타는 이상민(44)이다. 10년 넘게 독주체제를 유지해온 개그맨 유재석을 제치고 5월 예능 방송인 브랜드 평판 1위에 오른 것이다. 20%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SBS ‘미운 우리 새끼’를 비롯해 그가 출연하는 대부분의 방송이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기세도 좋다. 5월 21일부터는 정상급 방송인의 척도인 ‘섹션TV 연예통신’의 MC를 맡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방송에선 늘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실 그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70억원에 가까운 채무를 가진 빚쟁이였다. 1990년대 혼성그룹 ‘룰라’로 데뷔해 큰 성공을 거둔 그는 연애기획자로 변신해 또 한 번 도약한다. 행사 한 번에 수억원을 쓰고 헬기를 타고 이동할 정도로 한때 막대한 부를 쌓기도 했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진다.
일반인이라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빚을 지고 집까지 잃어 찜질방을 전전하는 생활을 했지만 이상민은 파산신청을 하지 않았다. 하루에도 수차례 찾아와 멱살을 잡고 돈을 내놓으라는 채권자들에게 빚을 반드시 갚겠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빚을 갚을 방법이 용이하지 않았다. 가수로서 전성기가 지났고 같은 그룹 멤버들 역시 구설수에 올라서 동반 침체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에 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방송에 출연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려한 그는 2012년 방영된 Mnet ‘음악의 신’으로 반전에 성공한다. 가상과 실제를 오가며 망한 기획사 사장을 연기한 그는 주변의 조롱에도 굴하지 않고 허세를 부리는 모습을 통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이후에 근근히 방송활동을 이어나가다 지난해 방영된 ‘음악의 신2’를 통해서 삼류에서 일류 방송인으로 거듭난다. 10년 넘게 포기하지 않고 빚을 갚아나가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동정표를 얻은 것도 한몫 했다. 한 방송에서 이 정도 추세라면 올해 안에 모든 빚을 청산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자신의 잘못으로 진 빚을 갚는 건 당연한 일이고 10년 만에 70억원을 벌 만큼 돈벌이가 좋은 연예인을 왜 동정하냐는 인식도 있다.
단 돈 몇 만원을 안 갚는 사람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충분히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납세의 의무를 저버린 고액체납자도 수천 명에 달한다. 이런 점에서 사력을 다해 빚을 갚아나가는 이상민의 자세는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
빚을 졌으면 갚아야 한다. 금액이 크건 작건 말이다. 이를 따르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현실에서 당연한 이치를 실천해온 그의 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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