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옥 서울 노원구지회장 “건강·일자리 챙기는 실버택배… 우리 지회 자랑거리예요”
이순옥 서울 노원구지회장 “건강·일자리 챙기는 실버택배… 우리 지회 자랑거리예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5.26 13:30
  • 호수 5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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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택배, 마을기업으로 키워 정부 지원 받으면 경로당 대거 참여할 것
30년 군 복무… 군인공제회 등 감사 경험 살려 대한노인회 감사로 활동

▲ 이순옥 노원구지회장은 태권도 5단의 유단자로 기본자세를 보여주었다. 이 지회장은 “축구하는 지회장은 아마 나 뿐일 걸요”라며 웃었다.

“80 가까운 노인이 한달에 100만원을 가져간다.”
이순옥(80) 대한노인회 서울 노원구지회장은 이 말에 덧붙여 “택배 일을 해 그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지회장의 말은 사실이다. 지난 4월 노원구 상계9동 14단지 경로당협동조합의 실버택배원 21명 중 4명이 100만원 이상 수입을 올렸다. 실버택배란 노인들이 경로당을 거점으로 택배회사로부터 물품을 받아 주민들에게 배달하는 일을 말한다. 택배회사는 경비‧시간을 줄이고 주민들은 안심이 되고 노인들은 일자리를 갖는 등 장점이 많다. 지난 5월 중순, 이 지회장을 만나 실버택배 협동조합을 하게 된 계기와 지회 운영 철학 등을 들었다. 이 지회장은 대한노인회 중앙회 감사이기도 하다.

-이 일을 하게 된 계기는.
“8년 전 지회장에 취임하면서부터 노인들에게 어떤 일자리를 제공하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지하철택배에서 힌트를 얻어 노인들이 아파트 단지 내에서 택배를 하면 수익창출이 가능할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엔 이 지회장의 뚜렷한 노인 철학이 뒷받침 됐다. 부모가 건강을 유지하고 일을 하면 자식들이 부모의 존재가치를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부모를 공경하는 효심도 생기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이 지회장은 “노인은 집에서도 뭔가 한 가지 일을 맡아서 해야 한다”며 “손주의 등‧하교 길을 도와주던가 하다못해 화장실 청소라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협동조합이 됐는가.
“처음에 5명이 한진택배 대리점하고 구두로 업무협약을 했어요. 규모가 커지면서 주위에서 민원도 들어오고 부가가치세 등 세금 문제도 있고 해서 비영리사업체로 바꾼 겁니다. 출자금 1000만원도 마련했고요.”
-노인들이 힘들어하지 않나.
“처음 한두 달은 힘들어하지만 고비를 넘기면 별로 못 느낍니다. 이 일을 하면서 우선 건강이 좋아졌다고 해요.”
이 지회장은 “치매에도 좋다”고 말했다. 택배 배달 상황을 보여주는 ‘택배수불대장’에 동‧호수, 성명, 물품번호 등을 적는 일이 있다. 70~80대에 볼펜을 쥘 일이 없는 노인들이 이 작업을 한 시간 정도 하는 동안 머리를 쓰기 때문에 치매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어려움도 많았겠다.
“택배 물품을 받아 분류 작업하는 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이 많았어요. 다행히 노원구청장(김성환)께서 법이 허락하는 내에서 최대한 도움을 준 덕분에 잘 되고 있습니다.”
-구청의 협조가 잘 이루어지나 보다.
“구청장께서 노인들에게 너무 잘해주어 제가 ‘효자구청장’이라고 닉네임을 붙여주기까지 했습니다. 지회 내에 조직한 ‘7580 축구단’(75세부터 80세)서부터 지회 자체 교육에 이르기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으세요.”
-앞으로 운영 계획은.
“협동조합이란 조직을 갖춘 이상 농산물 직거래와 경비 등 용역사업까지 확장하려고 합니다. 현재 6개 경로당 회장들이 협동조합을 마을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예요. 노원구청과 서울시를 통과해 행정자치부에 관련서류가 올라가 있어요. 올해 안에 확정되면 앞으로 50~60개 경로당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지회장은 “이밖에도 실버택배는 주민들과 매일 접촉하는 점에 착안해 마들지구대(옛 파출소)와 함께 독거노인의 동정을 살피는 네크워크를 형성, 돌연사 등 불행한 사고를 막는 일도 하게 될 것”이라며 “6월 12일, 구청장, 경찰서장과 함께 독거노인지킴이(가칭) 업무협약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지회장은 마산 출신이다. 동아대 1학년을 마치고 집안 형편상 학업을 지속할 수 없어 해병대 하사관 시험을 봤다. 특전사, 수도경비사 등에서 30여년 군복무를 마치고 대령으로 예편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군인공제회 등에서 감사로 재직했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군 선후배, 동료들과 상계동의 보람경로당에서 어울리다가 경로당 회장직 권유를 받았어요. 회장 일을 보면서 지회 이사로 활동하던 중 전임 지회장이 그만 두는 바람에 지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해 당선됐어요.”
-연임이다. 그간의 업적이라면.
“회원 수를 7200명에서 8000여명으로 늘렸어요. 경로당 수도 40여개 늘렸고요.”

이 지회장의 업적 가운데 ‘사랑의 동전 모으기’가 돋보인다. 240개 산하 경로당이 1년 동안 돼지저금통에 모은 동전을 연말에 모아 구청의 어르신복지과에 전달해 불우이웃에 쓰도록 한다. 이 지회장은 “2011년부터 해마다 1000만원씩 동전을 모았고 2년 전부터는 액수가 두 배로 늘었다”며 “경로당마다 적게는 4,5만원, 많게는 10만원까지 모은다”고 말했다.
-대한노인회 감사이기도 하다.
“경영학을 전공한 것도, 회계사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군 지휘관으로 있으며 결재를 많이 했고 사회에 나와서도 감사직을 10년 가까이 했습니다.”
-살아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때 강원도 정선에서 적과 조우해 교전을 하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꼈고 한강 백사장에서 낙하훈련 하던 중 부실한 낙하산 때문에 물에 빠져 죽을 뻔 한 일도 있습니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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