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을 ‘행복공간’으로 돌려달라
광화문광장을 ‘행복공간’으로 돌려달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6.02 13:47
  • 호수 5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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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은 대승적 차원에서 천막 거두기를…

문재인 대통령 시대가 오자 공중에 붕 떠버린 느낌이다. 안심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머리 한구석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판단력과 이해력, 분석력과 인지력 같은 정신세계가 무기력해져 무슨 일이 벌어져도 옛날처럼 시시비비가 잘 가려지지 않는다. 하긴 10년간 익숙해졌던 정치․사회체제와 법 인식에서 하루아침에 180도 다른 사회체제의 테두리에서 사고와 행동을 하려니 엇박자가 날 만도 하다.
주변 일들이 앞과 뒤, 속과 겉이 뒤바뀌고 뒤죽박죽이 된다고 하더라도 변함이 없는 건 양심, 배려, 순리 등과 같은 인간의 본성, 덕목, 자연법칙이다. 법에 의한 강제력, 다수의 우격다짐도 선과 정의, 올바름을 추구하는 인간다움을 이길 수는 없다. 사욕이 공공의 이익을 침해할 때 다수가 공분하고, 버스 안에서 내 물건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일련의 행동들은 다 그런데서 나온다. 그런 행동들은 학습이나 훈련, 습성에 의해 얻어지는 게 결코 아니다.
장황하게 늘어놨지만 하고 싶은 말은 여전히 광화문광장에 을씨년스럽게 엎드려 있는 세월호 천막 얘기다. 최근 서울시는 보수단체가 서울광장에 세웠던 천막 등을 철거했다. 서울광장은 조만간 푸른광장의 모습을 되찾아 시민들에게 유쾌한 기분을 선사할 것이다. 서울시는 올 1월 21일, 보수단체가 광장을 무단점검하자 22차례나 자진 철거요청을 했다. 하지만 이행되지 않자 결국 물리력을 동원했다. 129일 만에 행정력으로 광장을 시민의 품안으로 돌려준 것이다.
이제 남은 건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천막이다. 결론적으로 세월호 천막도 서울광장의 천막처럼 거둘 때가 됐다.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천막이 들어선 것은 2014년 7월 14일이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박근혜 전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간 김영오씨 등 유가족 5명이 머물 공간으로 천막 1개가 먼저 섰다. 이후 하나둘씩 늘어나 현재 14개가 있다. 11개는 세월호 참사 당시 중앙정부의 요청으로 서울시가 세웠고, 3개는 유가족들의 불법 천막이다. 세월호와 상관없는 전국금속노조의 불법 텐트 등도 있다
천막들은 광장 전체 면적 1만8840㎡ 가운데 약 800㎡를 점유해 광장 전체 면적의 4%를 차지한다. 이곳은 광화문네거리와 맞닿아 있고 광화문광장의 초입이며 광장의 상징인 이순신동상과 가까이 있어 주목도가 높은 자리다.
서울시는 최근 세월호 추모공간을 광화문광장 남쪽에 만들겠다고 한다. 양쪽으로 늘어선 세월호 천막 가운데 공간에 추모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조성 시기나 면적 등은 유족들의 뜻에 따를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을 바람이 잘 통하고 시야를 가로막지 말고 행복한 기분으로 걸을 수 있는 공간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 재조사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마당에 감히 누가 대통령의 뜻을 거스를 수 있겠는가. 유족들도 대통령의 말을 믿고 힘겨운 노숙생활을 그치기를 바란다. 넘치는 도는 모자람만 못하다. 세월호를 등에 업고 엉뚱한 요구를 하는 시민단체들도 사라져주었으면 좋겠다.
국회에서 존경 받던 이재형 전 국회의장(1914~1992)이 한때 국민의 지탄을 받은 일이 있다. 정부가 일산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일대의 땅을 수용할 때 산본에 땅을 갖고 있던 이 전 의장이 국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때 국민들이 “서민주택 문제를 해결하려는 범국가적 사업 앞에 국회의장을 지낸 양반이 어떻게 그런 소아병적 발상을 할 수 있느냐”고 공격한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과 상처는 충분히 이해한다. 세월호 추모공간은 ‘단원고 기억교실’을 안산교육지원청에 조성한 것처럼 제3의 장소로 옮기는 게 바람직하다. 1천만 서울시민과 외국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서울의 얼굴’이 슬픔과 분노로 일그러져 있다면 국민이나 유가족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세월호 유가족은 대승적 차원에서 천막을 거두고,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추모공간 계획 자체를 다시 검토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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