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로 즐기는 소소한 행복
‘굿즈’로 즐기는 소소한 행복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6.02 13:49
  • 호수 5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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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책은 국내외 유명 작가의 소설도, 에세이도, 실용서도 아니었다. 이례적으로 해외잡지가 차지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협상가’로 소개한 ‘타임’ 아시아판이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것이다. 5월 10일 출간돼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만 총 4만7000부가 판매됐다. 앞서 5월 8일 예약판매를 시작한 지 4시간 만에 1만부가 완판되기도 했다.
책을 구입한 사람들은 이 책을 ‘타임지’ 대신 ‘문재인 굿즈’라 부른다. 굿즈란 특정 인물의 이미지를 활용해 제작된 각종 소품을 말하는데 주로 아이돌 가수 등 유명 연예인 관련 상품을 일컫는다. 소위 ‘문빠’라 불리는 열혈 지지자들이 읽기 보다는 소장용으로 책을 구입하면서 발매 한 달도 안 돼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책에 이름을 올렸다.
과거에도 굿즈는 존재했다. 현재 3040세대는 학창시절 하이틴스타의 사진이 들어간 책받침과 이들이 출연한 영화 포스터를 쟁탈하기 위한 경쟁을 펼쳤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당시에는 지적재산권이 희미해서 무단으로 이미지를 도용해 제작‧판매된 상품이 많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법이 강화되고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일명 ‘공식’ 굿즈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기획사에서 직접 판매에 나서면서 해당 연예인들에게도 판매 수익이 돌아가고 있다. 연예인이 자신의 이미지를 팔아서 수익을 얻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 이미지를 쌓기 위해 노력한 것을 감안하면 합당한 대우다. 다만 굿즈 판매 과정에서 일부 연예인들이 현금만 받거나 상품 질에 비해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하면서 이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실제 한 연예인의 팬클럽에서는 이런 문제를 거론하면서 공식적으로 지지를 철회하기도 했다.
이런 단점만 보완된다면 굿즈는 경제적 측면이나 개인의 행복추구권 보장, 공익 차원에서 권장할 만하다. 위안부 피해 어르신을 돕거나 유기견을 돌보는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싸우는 단체를 위한 굿즈는 금전적 지원뿐만 아니라 해당 상품을 통한 의미도 되새기게 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5월 25일 세종시 조치원체육공원에서는 제17회 대통령기 전국 노인게이트볼대회가 열렸다. 이날 선수들의 유니폼은 제각각이었지만 한 가지는 똑같았다. 참가자 모두 대회주최 측에서 ‘굿즈’로 나눠준 빨간 모자를 쓰고 있었다. 참가자 중 한 어르신은 “푸른 잔디 위에 붉은 장미가 핀 것 같다”며 좋아했다. 나이를 떠나서 ‘굿즈’를 통해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건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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