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상담에 미세먼지 차단까지… ‘자판기’ 무한 변신
고민상담에 미세먼지 차단까지… ‘자판기’ 무한 변신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06.02 14:06
  • 호수 5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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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이색 자판기
▲ 과거 음료, 커피 판매에 머물었던 자판기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생필품, 패션 소품 등에 이르기까지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혜화동에 위치한 고민상담 자판기 ‘마음약방’.

고민상담 자판기 위로와 재미 제공… 꽃 자판기 시들지 않은 꽃 간편히 구입
샐러드 자판기 건강식 섭취에 도움… 마스크 자판기 시중가격 보다 25% 저렴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판기하면 커피나 캔 음료 자판기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신문, 마스크, 샐러드 등의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이색 자판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판기가 수용하는 제품이 음식에 국한되지 않고 생필품, 패션 소품 등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끝없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색 자판기의 증가는 눈치 보지 않고 상품을 살 수 있으며, 구매자의 익명성까지 보장되는 점 때문에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서다. 이에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이색 자판기의 종류에는 무엇이 있는 지 알아본다.

◇고민상담 자판기
마음약방은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고민상담 무인자판기다. 지난해 서울시청 시민청 내에 설치된 이후 대학로 서울연극센터, 대구문화예술회관 등에도 설치됐다. 이용법은 동전 500원을 자판기에 넣고 21가지 증상 중 하나를 고르면 끝이다. 자판기에서는 선택한 증상에 따라 간단한 처방전이 발급된다.
하지만 일반적인 처방전과는 조금 다르다. 위로가 되는 그림엽서를 선물하거나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책을 추천하는 등의 재미있는 처방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위로와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관련된 영화를 추천해주고, 증상에 도움이 될 만한 요리 레시피를 처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상실 후유증’ 버튼을 누르면 ‘엿 먹어라 세월’이란 문구로 포장된 엿, 마음을 위로해주는 시가 적힌 메모, 상실감 치유에 도움이 되는 영화소개와 문화·예술거리 등을 담은 지도가 포함된 패키지가 나온다.
마음약방 치료 항목에는 △꿈소멸증 △외톨이 바이러스 △유행성 스마트폰 중독 △분노조절장치 실종 △미래막막증 △자존감 바닥 증후군 △월요병 말기 △습관성 만성피로 △의욕상실증 △현실도피증 △후천적 실어증 △상실 후유증 △가족남남 신드롬 △노화자가증상 등 다양하다.

◇꽃 자판기
지난해 첫선을 보인 꽃 자판기는 종류가 20가지 넘는 드라이플라워를 언제 어디서나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여러 가지 종류의 꽃다발이 한 번에 진열돼 있기 때문에 모양을 보고 손쉽게 살 수 있으며, 가격대도 1만2000원부터 시작해 4만9000원까지 선물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이곳에 진열돼 있는 꽃다발은 시들고 마는 생화가 아닌 드라이플라워(급속 건조 처리한 꽃)와 프리져브드 플라워(약품처리한 보존화)로 오랜 기간 생화의 아름다음을 간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빛과 광택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반영구적으로 보관이 가능하다.
구입 방법은 간단하다. 원하는 꽃을 선택한 뒤 해당 상품의 번호를 확인한 후 번호를 누르고 카드나 현금 등으로 결제하면 선택한 상품 번호 문의 잠금 장치가 해제돼 문을 열어 꺼내는 식이다. 기존 자판기처럼 꽃다발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손상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꽃다발은 하루에 한 번씩 빠진 상품을 채우는 식으로 관리가 되며 전국 번화가, 영화관, 터미널 등 곳곳에서 운영 중에 있다.

◇샐러드 자판기
채소와 과일의 신선함은 그대로 유지한 채 쉽고 간편히 먹을 수 있도록 고안된 샐러드 자판기도 있다. 가공식, 패스트푸드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샐러드를 섭취하게 함으로써 식습관을 개선시키자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종류는 3가지이다. 운동하는 사람에게 단백질 보충으로 좋은 ‘단백질 보틀’(발사믹 드레싱과 함께 제공)과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 한 끼 식사용으로 좋은 ‘단호박 보틀’(어니언 드레싱), ‘닭가슴살 보틀’(이탈리안 드레싱) 등이 있다. 가격은 3900원부터 5500원까지 다양하다.
결제는 카드만 가능한데 후불 교통카드, 티머니 등도 사용할 수 있다. 우선 자판기에 있는 카드결제기에 카드를 긁어준 뒤 원하는 상품번호를 선택하고 구입 버튼을 눌러주기만 하면 샐러드가 나온다.
샐러드는 재료 고유의 맛은 살리고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 육류 및 해산물은 가장 아래에 위치하게 하고 뿌리채소 및 과일, 잎채소 및 견과류 등의 순서로 담는다. 신선한 샐러드 공급을 위해 아침에 만든 샐러드를 냉장상태로 포장해 자판기로 옮기며, 주기적으로 관리해 샐러드의 품질을 유지시키고 있다.
현재 샐러드 자판기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서울대입구역 근처 헬스장인 ‘휘트니스 FM’과 직장인들을 위해 여의도 ‘금호리첸시아’ 지하상가에 위치해 있다.

◇미세먼지 마스크 자판기
수도권대기환경청은 시민들이 손쉽게 보건용 마스크를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한국쓰리엠과 함께 수도권 주요 역사에 마스크 자동판매기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실시간 미세먼지 정보를 알아보기 쉽게 제공하기 위해 설치한 ‘미세먼지 예보 신호등’도 함께 설치돼 있다.
미세먼지 예보 신호등은 미세먼지 농도를 οο㎍/㎥ 등의 수치로 표현하는 대신에 이해하기 쉽도록 초록, 노랑, 빨강색으로 표현된다. 설치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대기측정소의 미세먼지(PM10) 측정결과를 실시간으로 전송받아 80㎍/㎥ 이하면 초록색, 81∼150㎍/㎥는 노랑색, 151㎍/㎥ 이상은 빨강색으로 보여준다.
미세먼지 마스크 자판기는 수도권 역사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현재 안산 중앙역, 수원역, 평촌역, 영등포역, 평택역, 청량리역 등에 설치돼 있다. 특히 안산 중앙역과 영등포역의 마스크 자판기에는 미세먼지 신호등도 함께 있다. 미세먼지 마스크 자판기는 등굣길, 출·퇴근길 등 생활공간 내에서 국민들이 쉽게 미세먼지 예보 정보를 얻으면서 보건용 마스크를 간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자판기에서 판매되는 마스크는 유통 단계를 최소화해 마트나 약국 등 시중에서 판매되는 금액보다 약 25% 저렴하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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