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가치는 완성을 위한 차별에 있다
성의 가치는 완성을 위한 차별에 있다
  • 정재수
  • 승인 2007.09.0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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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박상철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 소장

남녀 간에 평균 수명 뿐 아니라 장수도가 크게 차이나는 점을 보면서 성(性)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남녀유별(男女有別)의 개념은 사회적으로 많은 갈등을 빚어 왔다.

남녀에게 있어서는 성(性)과 관련된 육체적 차이 뿐 아니라 본질적인 신체기능 측면에서도 많은 차이점들이 부각되고 있다. 예를 들면 약물의 대사기능이라든가, 생체방어기능에 있어서도 성별차이가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화학적 발암원으로 간암을 유도하는 경우, 수컷은 암컷보다 간암이 10배나 더 빠르게 유도되며, 이 경우 수컷을 거세하면 간암 유도능력이 크게 떨어짐을 보여 준다. 반면 음주의 효과는 여성은 남성에 비하여 동량의 술을 마시게 되면 훨씬 빠르게 취한다.

전에는 남녀 간의 지방조직 양적차이 때문인 것으로 설명하였으나, 근자에는 이러한 차이가 알콜 대사의 첫째 관문인 위 조직에서의 대사량이 남녀 간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결과적으로 동량의 알콜을 섭취하면 여성은 알콜 관련 각종 질환이 남성보다 더 쉽게 걸리게 된다.

그러나 가임 기간이 끝난 폐경기 이후에는 위 조직에서의 알콜 대사가 회복되어, 노인 여성에서는 음주가 별로 문제가 되지 못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가임 기간의 여성들은 술을 먹어서는 안 되며 태아에 기형을 초래할 수 있는 태내 알콜증후군(fetal alcohol syndrome)이 일어날 수 있음으로 이를 미연에 방지하여 생명을 보호하려는 자연의 섭리임을 알 수 있다.

왜 굳이 자연에서는 생명체에 성을 분리차별화 시켰는가? 그 차별의 궁극적인 의의는 DNA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DNA분자의 구조적 특성이 풀리면서, 암수 DNA 사슬이 정확하고 규칙적인 방법으로 만나고 헤어지고 보수되고 이어져 가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생명 신비의 가장 중요한 유전이라는 속성이 분자적인 측면에서 해명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20세기 중반 이후 인류과학사에 그리고 인간의 정신사에 엄청난 혁명을 초래한 사건이다.

그렇다면 굳이 생체가 이토록 중요한 유전을 이와 같은 DNA분자의 짝짓기에 의존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바로 DNA분자의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100%의 완벽한 짝짓기는 생체 고유의 특성을 보존하려는 생명체의 절대절명의 원칙이다.

그러나 이러한 DNA분자의 짝짓기에 예외적 상황이 있다. 모든 세포내 DNA 분자는 반드시 쌍으로 이루어진 두 세트의 염색체에 들어 있다. 다만 성 세포에는 감수분열 결과 이러한 염색체가 한 세트만 갖추게 된다. 따라서 남성의 정자 속에 들어있는 한 세트와 여성의 난자 속에 들어있는 다른 세트가 만나서 수정이 된 다음 두 세트의 염색체를 갖추어야만 온전한 세포가 된다. 정자와 난자로부터 나온 각 세트의 DNA가 서로 풀려 뒤엉켜서 새로운 조합의 세트를 만들어 낸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유전자 배열이 가능해 지고, 유전형질 표현의 우성과 열성이 구별되어 진다. DNA 분자의 조합에 있어서의 유일무이한 융통성의 예외가 바로 이러한 성(性)의 만남에서 인정된다. 따라서 남성과 여성이 만나서 출산해낸 새로운 생명-바로 이 새 생명 아기는 어딘지 엄마도 닮고 아빠도 닮았으면서도 반드시 똑같지는 않다는 사실은 생명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바로 이러한 DNA분자들의 재조합 세트 형성은 생명체에 새로운 변화를 초래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이것이 진화의 요인이 되고 보다 완전함을 추구해가는 생명체의 성스러운 길이다.

그러나 한번 결정된 유전형질은 당대에는 고쳐지지 않고 평생 유지될 수밖에 없다. 이미 결정된 유전형질은 개체가 평생 어깨에 지고 견뎌 나가야 할 운명적 업보이다. 이를 회피할 수가 없다. 아니 회피할 필요도 없다. 나에게 돌려진 술잔을 과감하게 받아들이면서 십자가적 사명으로 삶을 지켜나가기를 DNA가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전의 특성, 즉 굳이 자연이 남성과 여성을 구별시킨 뜻은 이러한 차별을 통해 올바른 짝을 만나게 함으로써 보다 완전한 삶을 형성하라는데 있지 않는가? 따라서 성(性)이 생명계에서 가지는 가치는 바로 삶의 완성을 위한 여정에서의 바람직한 방법론으로써의 차별임을 깨달아야겠다. 엄숙하고 변할 수 없는 생명의 본질인 DNA내 유전정보를 개선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써 하늘은 성(性)이란 시스템을 통하여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부부이고 그 결과로 가족이 형성된다. 이와 같은 성의 구별은 삶의 완성을 위한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자연의 헌법(憲法)이다. 바로 이러한 성의 구별은 사회 발전에도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살이에서는 이와 같은 성(性)의 가치를 혼동하고, 향락적인 목적으로 오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할 뿐 아니라, 근자에는 동성애라는 미명아래 자연의 섭리를 거부하거나, 복제라는 엉뚱한 기술로 생명을 궁극적으로 파멸할 수 있는 일들이 빚어지는 현상을 보면서, 하늘이 내려준 생명의 지혜를 다시금 되새겨 본다.

이와 같이 하늘을 역행하지 말고 순응하여 남녀의 성별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서로 자신의 역할을 성실하게 하여야할 것이지 않은가? 이러한 성별차이는 궁극적으로는 사람사회에도 어울림과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따라서 남녀가 그리고 부부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사회야 말로 진정한 생명사회이고 우리는 바로 이렇게 함께 장수할 수 있는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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