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사회도 여성지도자시대 오나, “섬세함, 유연한 사고 갖춘 여성회장 역할 커질 것”
노인사회도 여성지도자시대 오나, “섬세함, 유연한 사고 갖춘 여성회장 역할 커질 것”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6.09 10:34
  • 호수 5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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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만 해도 경기 동두천시 여성 경로당 회장은 2~3명에 불과했다. 전체 107개 경로당 중 2%도 안 되는 비율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달라졌다. 40여개 경로당을 여성 회장들이 이끌고 있다. 경로당 안에서 보이지 않게 형성돼 있던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 섬세함과 유연한 사고를 갖춘 여성 지도자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경로당에서도 여성 회장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무주노인교육원에서 진행된 제1기 노인지도자 교육에 참석한 여성 경로당 회장들(왼쪽)이 교육을 받는 모습.

바뀐 시대 분위기 발맞춰 여성 경로당 회장 증가… 부산은 45% 달해
예전엔 여성 문맹률 높고 가부장제 영향 탓 비율 낮아… 이젠 반전

동두천시지회 관계자는 “바뀐 시대 환경에 따라 경로당도 달라지고 있다”면서 “남성 회원들도 여성 회장의 장점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설명했다.
최근 캐나다 정부가 남녀 동수 내각을 구성하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단계적으로 여성 고위 공직자를 중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여성 지도자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경로당에서도 여성 회장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본지와 대한노인회 중앙회가 공동으로 실시한 ‘2016년 경로당 활성화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로당 대표자(회장)의 비율은 8대 2(남자 80.9%, 여자 19.1%)로 여전히 남성 회장이 앞도적으로 많았다.
다만 2011년 실시한 같은 조사보다 여성 비율이 3.5% 높아져 느리지만 서서히 여성 참여도가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동두천시지회 외에도 부산의 경우는 여성 경로당 회장비율이 45%에 달한다.
현장에서 여성 회장이 적은 이유는 남성보다 문맹률이 높다는 점과 활동성이 떨어진다는 점, 가부장제의 영향으로 남성 회장을 더 선호한다는 점을 꼽고 있다.
경로당 회장의 경우 경로당 관련 각종 문서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한글을 읽고 쓸 수 있어야 가능한데 고령 여성 회원 중 상당수가 시대적 환경 때문에 교육을 제때 받지 못해 한글 깨우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의지가 있어도 현실적으로 회장직을 맡기 어려웠다.
또한 회장은 경로당에 부족한 물품을 충당하기 위해 지회 혹은 지자체에 이런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각종 단체의 후원을 요청하는 등 외부활동을 활발히 해야 하지만 주부로 살아온 여성 회원들이 많아 이러한 적극성도 부족했다.
가부장제의 영향으로 회장직은 남자가 해야 한다는 선입견도 작용해 그동안 여성 회장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
하지만 최근엔 문해교육으로 인해 한글을 깨친 고령 회원들이 늘고 여성도 남성만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인식이 노년사회에도 확대되면서 여성 회장 비율이 점차 늘고 있다.
충북 청주시 청운경로당 이정례 회장은 “예전에는 대체적으로 여자는 회장을 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무주노인교육원 등을 통해 지도자 교육을 받으면서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경로당에도 확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회 관계자나 현재 회장직을 맡은 여성 회장들은 여성 지도자의 장점으로 섬세함과 유연한 사고, 그리고 소통 능력을 꼽고 있다. 경로당 내 분쟁이 발생했을 때 혹은 중요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회원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설득하는데 있어 강점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경로당의 역할이 강조되고 개방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성 회장의 활약도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종애 경기 광명시지회장은 “비록 아직까지는 여성 회장이 적지만 노인의 역할과 여성 리더십에 대한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점차 숫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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