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형 비디오 시대, 소비자는 즐겁다
주문형 비디오 시대, 소비자는 즐겁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6.09 13:35
  • 호수 57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70회 칸 영화제 개막 전부터 숱한 화제를 뿌렸던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공개’를 앞둔 시점에도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칸 영화제에선 수상 대상이 되냐를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면 이번엔 극장 개봉을 두고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대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과 맞붙었다. 칸에서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이유는 하나다. 주문형 비디오(VOD) 업체에서 제작한 영화라는 것 때문이다.
옥자의 제작비는 600억원에 달한다. 아카데미, 베니스영화제 등 수많은 영화제에서 주‧조연상을 받은 틸다 스윈튼을 비롯해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릴리 콜린스 등 내로라하는 할리우드 배우들이 출연하면서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다만 옥자는 극장 개봉용이 아닌 이 막대한 제작비를 제공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넷플릭스는 매달 1만원 정도의정액요금을 받고 자신들이 보유한 영화, 드라마 등을 온라인으로 공급하는 가입형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 업체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55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대략 매달 5500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막대한 수입을 바탕으로 인기 콘텐츠를 대량 확보했고 거대한 예산을 투입해 자체적으로 영화, 드라마도 제작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각종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극장 개봉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영화제 측도 극장 측도 상영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3대 멀티플렉스 체인은 극장 개봉과 동시에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공급하면 수입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개봉을 거부하고 있다. 극장 측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된다. 6~8월은 국내외 대작이 대거 개봉하는데 극장은 이 성수기에 큰 수익을 내려고 한다. 하지만 극장과 동시에 온라인에 공개되면 관객수 감소가 우려돼 극장 측에선 상영을 꺼리는 것이다.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들이 염려할 만큼 주문형 비디오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주문형 비디오는 크게 IPTV를 통해 보는 건당 요금제와 넷플릭스의 월 정액제로 나뉜다. TV가 대형화 되고 각종 오디오 장비가 발전하면서 극장에 가지 않고 집에서 편하게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개봉 일주일 후 주문형 비디오로 공개하는 작품도 많고 대부분은 극장에서 내리면 곧바로 VOD 시장으로 직행하고 있다.
주문형 비디오 업체와 극장 간의 힘겨루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문형 비디오 업체들은 콘텐츠 개발에 열을 올리고 극장 측에서도 4D, 스크린X 등 새로운 시스템을 장착하고 각종 할인혜택을 제공하면서 관객 이탈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나친 경쟁은 독이 되겠지만 선택권을 쥔 소비자들은 양쪽의 경쟁을 즐겁게 ‘감상’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