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에 난데없이 살아난 ‘AI’ 악몽… 사육 환경 개선 등 근본 조치 시급
초여름에 난데없이 살아난 ‘AI’ 악몽… 사육 환경 개선 등 근본 조치 시급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06.09 13:40
  • 호수 5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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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퍼질 우려가 커짐에 따라 정부가 위기 경보를 최고 등급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범정부 차원의 ‘AI 중앙사고수습본부’도 꾸려졌으며, 전국 모든 가금류 농장과 관계자들의 이동 금지 조처도 취해졌다.
이번 AI는 전북 군산의 종계농장으로부터 중간 유통상과 전통시장 등을 통해 유통된 오골계 3600마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군산 종계농장을 비롯해 군산에서 오골계를 사 간 제주, 부산 기장, 경기 파주, 경남 양산, 전북 익산 등의 농장에서 AI가 확인됐다. 당국은 약 3만 마리 이상의 가금류를 살처분한 상태이며, 군산 종계농장에서 오골계를 더 판매한 곳이 없는 지 추적 중에 있다.
이번 사태는 제주시 애월읍의 작은 토종닭 농가 주인이 시장에서 오골계 다섯 마리를 사온 이후 모두 폐사하자 AI가 의심스러워 신고를 한 것이 발판이 됐다. 방역 당국이 경로를 추적한 결과, 이 오골계는 지난달 27일 군산의 종계 농장에서 공급된 것으로 조사됐다.
닭·오리 6000마리를 사육하는 부산 기장군의 축산농가에서도 AI 간이검사를 한 결과, 일부 양성반응이 나왔다. 지난달 27일 군산시 같은 종계농장에서 650여 마리의 오골계를 사 왔는데 이 중 일부가 폐사한 것이다.
AI가 급속도로 확산된 데에는 농장주들이 의심사례를 숨겼기 때문이다. 일례로, A농가에 오골계를 판 S농장은 군산 종계농장에서 사온 오골계가 집단 폐사했는데도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신고하지 않았다.
제주의 농장에서 연락을 받은 군산 종계농장도 ‘다른 질병일 수 있다’며 신고하지 않았으며 부산 기장의 사육 농가도 오골계 폐사가 있었는데 신고하지 않고 있다가 ‘군산 AI 의심’ 뉴스를 접하고서야 뒤늦게 신고했다. 경각심 부족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방역 당국도 섣불리 AI 종식을 선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국은 지난 4월 충남 논산을 끝으로 AI가 잠잠해지자 지난달 30일 ‘구제역‧AI 특별방역 대책기간’을 종료하고 평시 방역 체계로 전환했다. 하지만 종료 선언 후 바로 AI가 또다시 발생했다. 서둘러 AI 종료를 선언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농가의 신고에만 의존하는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다 보니 초동 대처의 적기를 놓치고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AI는 이전과 양상이 사뭇 달라졌다. AI의 활동성이 떨어지는 초여름철에 발생한 데다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 크다. 그러다보니 예방과 방역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농가는 소독을 철저히 하고 이상 징후가 있으면 즉각 신고해 확산을 막는데 앞장서야 한다. 초동 단계에서 차단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으며, 바이러스가 대규모 사육 단지로 유입되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외부인 출입 통제와 철저한 소독, 외국인 근로자들 교육 등 농가들의 각별한 경계가 최선의 방어책이다.
또한 방역 외에도 AI가 경제에 미칠 여파를 관리하는 데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해 AI 발생 이후 아직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한 시중 계란 가격이 다시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번처럼 계란 한 판에 1만 원이 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여름철 수요가 높은 닭고기 가격 폭등 때문에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양계 농가와 식당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제 더 이상 방역실패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AI가 더 퍼지지 않도록 강력한 방역조치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하며, 재발을 막기 위한 가금류 사육환경 개선과 백신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정부의 홍보 강화와 함께 방역체계를 전반적으로 개편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더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선제적 대응이다. 늑장 대응으로 허둥댄 이전 정부와는 다른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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