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비정규직 연예인의 비애
영원한 비정규직 연예인의 비애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6.16 10:56
  • 호수 5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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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라는 말이 있다. 최근 마약, 음주운전으로 유독 물의를 일으키는 연예인들이 많은데 이들은 평범한 직장인보다 수십배 많은 수입을 올리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불미스러운 뉴스로 이름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일부 연예인으로 한정하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다만 전체 연예인으로 확대한다면 명백히 틀린 말이다.
연예인은 문화 및 예술 분야의 종사자를 말하지만 흔히 가수, 배우, 개그맨 등을 일컫는다. TV 무대와 스크린과 공연장을 주름잡는 스타뿐만 아니라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간간히 얼굴을 비추는 단역배우와 가수, 대학로 소극장과 길거리에서 공연을 펼치는 이들도 연예인으로 분류된다.
무명 연예인까지 포함한 연예계 종사자 수는 수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올 초 공개된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배우·탤런트로 수입금액을 신고한 인원은 모두 1만5423명으로, 연평균 수입금액은 4300만원이었다. 표면적으로 보면 직장인 평균 연봉을 웃돌지만 상위 10%를 제외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배우 10명 중 9명은 한 달에 60만원도 채 되지 않는 연 700만원을 벌고 있다. 수입 상위 1%인 154명이 연 수입으로 평균 19억5500만원을 벌었는데 이는 배우·탤런트 전체 수입의 45.7%를 차지한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매년 발생할 정도로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예인들도 노조와 성격이 비슷한 협회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지만 무명 연예인들의 처우 개선에 대해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개그맨을 제외하고는 재능과 실력이 있어도 외모가 떨어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평가 받는 연예인들이 많다. 과거에는 여배우의 경우 30대를 넘기면 연기력과 상관없이 비중없는 역할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연예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 강요가 아닌 자발적 선택에 의한 결과로 짊어진 비애는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다만 외모만 보고 캐스팅하는 방송‧영화계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다행히 많은 대중들이 예전과 달리 배우‧가수는 실력이 우선이라 생각하고 있다. 주‧조연 배우와 가수들이 형편없는 연기력과 가창력을 가졌다면 가차 없이 비판하고 등을 돌리고 있다. 대중은 외모가 떨어져도 실력 있는 연예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이제 공은 연예기획사와 제작사, 방송국으로 넘어갔다. 재능 있는 비정규직 연예인들이 걱정 없이 실력을 뽐내는 세상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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