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지회, “인생노트는 지난 삶의 기록이자 미래 위한 준비”
서울 동대문구지회, “인생노트는 지난 삶의 기록이자 미래 위한 준비”
  • 최은진 기자
  • 승인 2017.06.16 13:16
  • 호수 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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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지회 이문e편한세상아파트 경로당서 ‘인생노트’ 교육
▲ 지난 6월 14일 동대문구지회 소속 이문e편한세상아파트 경로당에서 ‘인생노트’ 작성 교육이 진행됐다. 교육이 끝나고 인생노트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어르신 10여명이 따로 소파에 모여 책을 꼼꼼하게 살펴보며 질의응답과 의견 교환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회 “일본의 엔딩노트 참조…2017년 특화사업으로 추진 중”
버킷리스트․사전의료의향서 등 작성…참여 어르신들 “뜻깊은 시간”

6월 14일 수요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지회 이문e편한세상아파트 경로당에서는 경로당 회원 30여명을 대상으로 ‘인생노트’ 교육을 진행했다. 인생노트는 어르신들이 자신의 지나온 삶을 기록하고, 현재를 돌아보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기록장이다. 이를 통해 어르신들은 개개인 삶에 대한 자존감을 높이고 버킷리스트, 사전의료의향서, 사전장례의향서, 상속의사 확인서 등을 작성해 주체적인 노후를 준비하는 한편 기록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다.
교육은 1시간씩 주1회, 두 차례 진행되는데, 교재 ‘삶을 기록한다 해피 엔딩노트’의 분량이 100페이지에 달해 첫 수업 시간에는 전체적으로 어떻게 작성 하면 되는지 개괄적인 설명이 이뤄진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김종환(80) 노인교양여가 강사는 동대문구 청솔우성아파트 경로당 회장으로 동대문구지회에 소속된 약 30여곳 경로당에서 인생노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김종환 강사는 현재, 과거, 미래로 구성된 인생노트 작성에 있어 “현재에 있어서는 병력, 과거는 나에 관한 출생과 사회생활 이야기, 잊을 수 없는 단 한 사람 그리고 미래에 관해서는 사전장례의향서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강사는 “두 번째 수업에서 피드백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한번 작성을 시작하면 건강 상태부터 자산 그리고 매우 사적인 이야기까지 있어 잘 내보이는 편은 아니다”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기꺼이 소개했다.
김 강사는 잊을 수 없는 단 한 사람으로 아버지를 골랐다. ‘아버지의 유산’이라는 수필집 발표를 앞두고 있다는 김 강사는 어릴 적 음악을 했다고 고백했다. “피아노가 집보다 비쌌던 시절, 아버지는 ‘네가 원하는 건 네가 공부해서 갖거라’라는 말씀을 하셨다”며 “이 말이 인생의 모토가 돼 평생을 이끌어 왔다”고 말했다. 서울리라초등학교 등에서 교직 생활을 한 김 강사는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나가며 퇴직 후에도 기업이나 노인회 등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사전장례의향에 대해서는 “수목장을 고려해 소나무도 사두었지만, 지금은 화장한 뼛가루를 뿌리는 산골과 의료계에 시신 기증 두 가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이 끝난 후에는 소파에 나란히 앉아 책을 꼼꼼히 읽으며 강사에게 질의응답을 하거나 서로 의미와 생각을 교환하는 회원들도 있었다. 그 중 이영순(73) 어르신은 이번 교육에 대해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고민하게 되고, 알았던 것도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뜻 깊은 수업이었다”고 말했다. 버킷리스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때, 이 어르신은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어릴 적에는 한 마을에 학교 가는 아이들이 둘, 셋뿐이 안 돼서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어르신은 “이제와 공부해보려고 하니, 가정에서 아내이자 어머니로서 해야 할 역할이 크고, 나이도 나이인지라 배운 걸 기억하기가 어려워 도중에 포기한 적이 있다”며 “만학에 대한 꿈을 항상 가슴에 품고 있어 여건이 된다면 언제 한번 다시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최영임(73) 어르신은 “가족들과 미국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며 탐험가적인 면모를 보였다.
김기월(73) 어르신은 “노래부르고 여행가는 등 하고 싶은 건 다하면서 살고 있다”며 “지금은 특별한 버킷리스트가 없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수업에 활용된 인생노트는 크게 현재, 과거, 미래인 나의 오늘, 살아온 길, 준비된 미래로 구성돼 있는데, 교재가 없더라도 공책에 인생노트를 작성해볼 수 있도록 간단한 작성 항목들을 소개한다.
먼저, 현재 나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사항인 이름, 본적, 주소, 전화번호, 동거인 등을 쓰기 시작한다. 그 다음에는 병력이나 복용약 등 건강에 관한 기록과 갑자기 사망하더라도 그동안 돌봐온 후원자, 반려동물, 화초 등이 계속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목록을 작성해 둔다. 그 다음에는 저축·보험·주식·귀중품·부동산 등 자산과 부채를 꼼꼼히 작성해 자녀들이 보고 참고할 수 있도록 한다.
과거를 기록할 때는 자서전을 쓴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출생, 혼인관계, 학업, 사회생활, 종교부터 내가 좋아하는 것들 까지도 기록한다.
어머니에게 엔딩노트를 선물했다는 방송인 김미화씨는 교재 속 글을 통해 통해 “엄마가 남긴 삶의 기록을 보며 같은 여자로서 이해가 돼, 엄마를 더 사랑하게 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인생노트와 자서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미래를 준비하는지에 대한 여부다.
이번 인생노트 사업 추진 배경에 대해 최명성 서울연합회 경로당광역지원센터 담당자는 “어르신 복지 쪽에서 앞선 일본의 엔딩노트를 참고했다”며 “일본에서는 웰다잉을 위한 엔딩노트에 대한 수요가 많아 다양한 출판물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교육은 서울연합회(회장 김성헌)에서 처음 시도하는 2017년도 특화 사업이다. 연합회에서는 3월에 25개구 지회장을 비롯해 경로당지도사 등 90여명을 대상으로 노인교양여가 강사양성교육을 진행했다. 하루에 여섯 시간씩 이틀간 12시간 강의를 이수한 강사들은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동안 경로당 4~5곳을 1주일에 한 번씩 1시간, 2회 강의를 진행한다. 책은 8000여권이 제작돼 경로당 회원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배부하고 수업을 진행한다.
최은진 기자 cej@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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