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청춘합창단-또 하나의 기적’…언제까지나 합창하고 싶은 시니어들의 도전
영화 ‘청춘합창단-또 하나의 기적’…언제까지나 합창하고 싶은 시니어들의 도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6.16 13:19
  • 호수 5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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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방영된 KBS ‘남자의 자격’ 오디션을 통해 결성된 ‘청춘합창단’의 이야기를 그린 이번 영화는 시니어들의 감동적인 도전을 다루며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사진은 영화 속 한 장면.

2011년 ‘남자의 자격’ 통해 결성된 ‘청춘합창단’ 이야기 담아
방송 이후 꾸준히 활동하며 유엔 무대에 도전하는 과정 그려

“내 영혼이 힘들고 지칠 때 괴로움이 밀려와 내 마음을 무겁게 할 때…”
지난 2015년 6월,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을 기리기 위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선 한 합창단의 공연이 열렸다. 합창단이 아름다운 화음으로 완성한 브라이언 케네디의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이 울려 퍼지자 공연장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당신이 나를 일으켜 주시기에, 나는 폭풍의 바다도 건널 수 있습니다”라는 곡의 절정에 달하자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평균 나이 65세의 ‘청춘합창단’이 만들어낸 화음이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에게 벅찬 감동을 준 것이다.
2011년 방송된 KBS ‘남자의 자격’을 통해 결성된 ‘청춘합창단’이 돌아왔다. 당시 방송에서 오디션과 연습과정, 최종 공연 모습을 선보이며 숱한 화제를 모았던 합창단은 방송 종영 이후 계속 활동을 이어왔다. 이 과정을 담은 작품이 6월 15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청춘합창단-또 하나의 꿈’이다.
청춘합창단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60대를 비롯해 70~80대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합창에 도전한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놀랐고, 이들이 지휘에 맞춰 한 목소리로 여러 곡을 완창하며 무대를 마치는 모습은 안방극장에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남자의 자격 종영 후 청춘합창단은 방송에서는 모습을 감췄다. 하지만 이는 곧 새로운 시작이었다. 지휘를 맡았던 록 밴드 ‘부활’의 리더 김태원의 “우리 영원히 만납시다”라는 말처럼 이들은 이후에도 활동을 계속했다.
영화는 방송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청춘합창단의 활동을 조명한다. 영화 제작자 장도현과 이혁종 감독은 그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기로 뜻을 모았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우리나라에서 합창단에 열정을 쏟는 노인들의 모습은 충분히 영화화 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합창단은 권대욱 단장의 지휘 아래 매주 화요일마다 과천에 있는 연습실에 모여 연습을 해왔다. 전국 곳곳에 흩어져 사는 단원들이 합창단이란 이름 아래 5년이 넘도록 관계를 지켜온 것이다. 80세가 넘은 양송자 어르신은 전북 완주에서 서울까지 왕복 10시간의 거리를 매주 오가는 열정을 보여줬다. 암 투병 중에 있던 단원들도 합창 연습에서 만큼은 눈이 빛났다. CEO와 음악 교사, 농사꾼과 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각자 다른 길을 걸어온 이들의 하모니는 열정과 화합의 힘을 대변한다.
영화는 방송이 만들어 낸 스타 합창단이 아닌 방송 이후 단원들의 변화된 삶을 담백하게 담아냈다. 단원들이 합창단을 통해 전에 없었던 특별한 행복을 느끼고, 이를 통해 새로운 꿈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포착한 것이다. 지휘를 공부해 또 다른 시니어 합창단을 이끄는 단원도 있고,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합창단을 맡아 가르치는 이도 있었다. 청춘합창단 활동만으로는 부족해 거주 지역에서 또 다른 합창단 활동을 하는 단원도 있다.
‘인생은 칠십부터야’라는 연습곡 제목처럼 ‘음악’이란 아름다운 문화를 다른 노인들에게, 또 다음 세대에 전파하고 있었다.
백발의 단원들은 “2011년 여름은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거야”라면서 “죽을 때까지 합창단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새 곡을 연습할 때면 삐걱거리고 진도도 늦지만, 화음이 딱 맞는 순간 느껴지는 희열에 가슴 벅차 하는 그들의 모습은 20대 젊은이보다 더 해맑았다.
유엔본부에서의 공연은 청춘합창단이 새로운 동기를 부여받기 위해 추진됐다. 분단 70주년 되는 해인 2015년 공연을 목표로 합창단은 오준 당시 유엔대사에게 편지를 썼다. 유엔에서는 “노인 공경도 중요하지만, 노인들도 공경을 받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시니어 오블리제’를 내세워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답장을 보냈고 이들은 400여명 앞에서 ‘그리운 금강산’ ‘아리랑’ ‘마이 웨이’ 등 12곡을 부르며 이에 응답했다.
권대욱 단장과 단원들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판문점과 평양 공연은 물론 세계일주 공연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영화 제목에 ‘또 하나의 꿈’이라는 부제를 단 이유다
“또 다시 가려무나. 모든 순간이 이유가 있었으니 세월아 가려무나. 아름답게 다가오라, 지나온 시간처럼.”
이들의 대표곡 ‘사랑이란 이름을 더하여’처럼 마음을 다해 시간을 대하는 노년의 꿈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어느 공연 다음날 갑자기 세상을 떠난 양송자 할머니를 비롯해 단원들은 점점 세월의 무게가 버겁게 느껴지지만 이들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2011년 어느 날 다짐한 것처럼 말이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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