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쇼’에 관한 뒷담화
‘뒷담화쇼’에 관한 뒷담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6.23 13:31
  • 호수 5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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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0일 한때 두각을 나타냈던 재미교포 방송인 에이미가 자살을 기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국적을 가진 그는 마약의 일종인 프로포폴을 투약했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재차 투약해 결국 강제추방을 당했다. 간간히 근황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국내 활동 길이 막혀 대중에게 서서히 잊혀지던 중 전해진 안타까운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에이미가 자살을 시도한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정황상 전날인 19일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이하 풍문쇼)에서 방송된 내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방송은 방송가에 떠도는 풍문을 전하는 포맷을 취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연예인 뒷담화쇼로 봐도 무방하다. 이와 유사한 방송은 몇 가지 있다. 기자들이 미처 지면에 싣지 못한 이야기를 전하는 E채널의 ‘용감한 기자들’을 비롯한 유사한 프로그램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연애인들의 가십을 쏟아냈다. 보도된 내용이었더라도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를 첨가해 또다시 해당 사건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했다.
‘풍문쇼’에서는 에이미가 기자에게 20만원을 빌렸고 구치소에서 만난 기자에게 얼굴 보정을 부탁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또 에이미가 교제 중인 10세 연하 남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고 이에 한 출연자가 “한국 사람과 결혼하려는 목적이 다시 한국에 들어오기 위함이라는 주장도 나왔다”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뿐만 아니라 “법무부에 따르면 그런 경우에도 입국이 쉽지 않다더라”는 당사자 확인도 없이 사족을 붙이기도 했다. 굳이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싶은 내용을 내보낸 것이다.
해당 방송은 한 주 전에도 모 배우의 가슴 아픈 가정사를 후벼 팠다. 이미 수년이 지나 대중의 기억 속에서 거의 사라지고 당사자인 배우도 사경을 헤매다 재기에 성공한 상황에서 이중으로 고통을 부여한 것이다.
에이미 사건으로 이 프로그램에 호의적이지 않았던 여론도 들끓었다. 풍문쇼도 급기야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사과를 했지만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누군가에게 불리한 내용을 방송하려면 당사자에 대한 입장도 함께 전해주는 것이 일종의 룰이다. 하지만 뒷담화쇼들은 이런 룰을 과감하게 무시하고 자극적으로 편집해 내보냈다. ‘맞으면 좋구 아니면 말구’식의 방송으로 수많은 연예인들이 가슴앓이를 하면서도 불이익을 당할까봐 대부분 항의도 못하고 넘어간다.
시청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다. 다만 대중은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알고 싶어 하진 않는다. 쓸데없는 뒷담화로 전파낭비와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방송가 관계자들에게 강한 경상도 어조로 한마디 하고 싶다.
“앵간히(어지간히) 좀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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