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은 다 암이 될까?
간염은 다 암이 될까?
  • 김형준 중앙대 의대 소화기내과
  • 승인 2017.06.23 13:34
  • 호수 5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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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명의들이 알려주는 건강정보<18>

40대 중반의 남성 환자 김만성(가명) 씨. 젊은 시절부터 그는 B형 간염 보균자였다. 그는 간 건강을 위해 술은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늘 운동에 열심이었다. 잔병치레조차 없을 만큼 건강해 주변 사람들은 그를 건강 체질이라 여길 정도였다. 그런데 그는 얼마 전 간암 진단을 받았다.
간염은 모두 간암으로 진행될까?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간염이라는 병에 대해 알아야 한다. 발병한 지 6개월 이내 회복되는 경우를 급성간염이라 하고, 간세포의 염증이 6개월 이상 지속돼 간이 딱딱하게 섬유화되는 증상을 동반하게 될 경우를 만성간염이라 한다. 급성간염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경우와 알코올, 약제 및 건강식품 등에 의한 독성 간염, 유전질환에 의한 간염 등이 있다.
급성간염은 6개월 이내 회복되므로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만성간염은 6개월 이상 간에 염증을 일으키고 간에 흉터가 남는 섬유화로 이어져 간경변증을 일으킬 수 있다. 반복되는 염증과 섬유화로 인해 간이 점점 굳어가는 간경화로 진행되기도 하는데, 증상이 심해지면 간암으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만성간염 중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만성 B형간염 환자들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3~4% 정도이며 약 4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만성 B형간염은 간경변증으로 진행되기도 하는데, 그 확률은 23% 정도이며, 간경변증으로 진행됐을 때 간암으로 이어질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간암 환자의 80% 이상이 간경화를 동반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또한 간경변증 없이 만성간염에서 바로 간암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만성 B형간염 환자들은 초음파 검사나 혈청 간암 표지자 검사 등 정기검진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C형간염은 감염된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이 정상인의 상처 난 피부나 점막을 통해 전염되는 감염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간염, 간경변증, 간암까지 모두 포함한 만성 간질환 환자의 약 10~15%가 C형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전 국민의 약 1%가 C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로 추정되고 있다. C형간염은 B형간염과 달리 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고 면역글로불린도 없다. 게다가 한 번 감염되면 약 70~80%가 만성간염으로 진행되고, 다시 이 중에서 30~40% 정도가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특별히 감염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C형간염의 경우 자신이 감염된 것도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혈액검사를 통해 C형간염이라는 진단을 받는다면 항바이러스 약제, 인터페론 제제, 리바비린 병용요법 등의 표준 치료법에 맞춰 하루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밖에도 알코올 지방간, 알코올 간염, 간경변증 등 술로 인한 간질환 발생은 성별이나 개개인의 상태, 유전적인 요인이나 영양상태에 따라 차이가 크다. 하지만 여성,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 바이러스 간염환자의 경우에는 소량의 알코올 섭취로도 심각한 간 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알코올 간염상태인 환자는 알코올로 인한 간경화가 온 이후에 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다.
결론적으로 B형간염 환자의 경우, 약 20%는 간염에서 바로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C형간염의 경우 간염에서 간암으로 바로 진행되는 경우는 약 5% 내외다. 그 밖의 환자들은 대부분 만성간염에서 간경변증을 거쳐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만성간염을 앓고 있다고 해서 모두 간경변증이 되거나 간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막연한 공포를 안고 살 필요는 없다. 물론 그렇다고 방심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왜냐하면 건강한 사람에 비해 간염 보균자는 간경변증이나 간암의 위험이 훨씬 높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스트레스와 담배를 피하며 술‧담배를 멀리하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 간염에서 간경화나 간암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것이다.
출처: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발행 ‘굿닥터스’(맥스Media)

김형준 / 중앙대 의대 소화기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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