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27만원 일자리라고 홀대할 것인가?
[특별기고]27만원 일자리라고 홀대할 것인가?
  • 최성재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
  • 승인 2017.06.23 14:31
  • 호수 5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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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경제활동 참여는 삶의 질 높이는 데 꼭 필요

▲ 최성재 /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

보건복지부는 올해 추경을 통해 예산(8649억) 중 682억원을 투입, 노인일자리를 기존 목표치보다 3만 개 많은 46만7000개로 확대하고, 활동 수당도 월 22만원에서 월 27만원으로 역대 최대 인상폭인 5만 원을 추가 인상한다고 밝혔다.
늘어나는 일자리는 공익활동 분야 일자리로 건강한 시니어가 취약노인 안부확인, 말벗 등의 활동을 하는 노노케어 활동, 장애인과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활동, 시니어가 가지고 있는 경륜을 아이들에게 전수하는 활동 등이 이에 해당한다. 모두 세대 통합에 기여하고, 지역사회에도 공헌하는 뜻깊은 활동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시니어들에게 한 달에 27만원을 주는 것을 좋은 일자리라 할 수 있는가, 청년 일자리가 부족한데 시니어 일자리가 중요한가라며 이번 추경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개인의 생산성은 연령에 관계없이 적합한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함에도 연령만으로 생산성과 능력을 평가하고 또한 주로 연공에 기대 임금수준을 결정하는 관습이 여전히 크게 가시지 않고 있다. 이와 더불어 노화와 노인에 대한 부정적 편견과 차별의식이 널리 퍼져 있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노화와 노인을 향한 편협한 사고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노인들은 항상 능력 없고 생산성이 낮은 사람들로 남아 있게 되고, 이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개발은 참으로 어려운 사회적 과제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양질의 노인일자리를 만드는 책임은 정부만이 아니고, 기업만도 아니고,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 모두에게 있다.
능력 있는 60세 이상 시니어들이 상당수 존재할 뿐 아니라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도 사회에 잔존한 편견 때문에 시니어들이 자신의 경험과 기술을 발휘할 기회는 거의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일단 퇴직하거나 나이가 60살이 넘게 되면 새로운 일자리 구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노후준비를 제대로 못 한 채 60세 이후 20~30년의 노년기를 보내는 경제적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최고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27만원의 노인 일자리는 임금을 받는 일자리라는 의미에서는 좋은 일자리가 아닐지 몰라도, 이 같은 노인의 경제 활동 참여는 노인 빈곤율 감소, 건강증진과 사회적 관계 개선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으므로 노인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개발과 더불어 국가 재정지원의 노인일자리 또한 오늘날 노인들에게 절실하다.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참여자의 평균연령은 75세이다. 이 중 69%의 참여자가 여성이다. 평균수명이 82세인 상황에서 노인일자리 사업을 통해 건강한 70대 노인의 소득을 보충하고,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유지하게 하고, 사회적 관계까지 증진해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더욱이 노인가구의 월평균 가구소득이 121만8000원인 상황에서 27만원의 추가소득은 생활이 어려운 시니어의 한숨과 고민을 크게 덜 수 있는 금액이다. 국가 재정지원을 통한 노인일자리를 희망하는 노인이 130만명이나 되는데 현재 제공되는 일자리는 43만7000개로 아직도 크게 부족하다. 취업난으로 전 세대가 힘들어하고 있지만, 60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고, 또한 65세 이상은 700만을 넘어선 상황에서 노인일자리 추경은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도 시름에 빠진 시니어들에게 단비가 될 수 있다.
또 흔히 노인일자리가 많아지면 청년 일자리는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실제로 조사해 보면 60세 이상 시니어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청년들이 원하는 것처럼 한 달에 200~300만 원 이상의 보수를 받고 전일제로 하는 일자리가 아니라, 한 달에 50~150만원 정도(평균 약 100만 원)의 보수를 받는 시간제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결국, 청년 일자리와 노인일자리는 영역이 매우 다르므로 노인이 청년 일자리를 뺏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청년고용이 늘어나면 노인고용도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외국과 OECD 국가에서 진행된 많은 연구 결과에서 청년 고용률이 높을 때 노인고용률도 함께 높아지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물론 정부 지원만으로는 노인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다 만들 수 없고, 예산의 한계도 클 수밖에 없다. 정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 위주의 노인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의 일자리 창출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고령사회에서 시니어를 고용하는 것은 연금, 의료비 등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인적자원을 활용한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시니어의 노동력은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바람직한 대책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시니어 고용은 사회의 부담을 줄이고 감소 추세인 생산인구를 보충하는 데 크게 기여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시니어와 기업을 잇는 시도가 더욱 활발히 추진돼야 하는 이유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노인취업 강조기간’(6.19~30일)을 지정해 2주간 시니어에 대한 범국민적인 인식 개선에 나서는 한편, 기업에게 시니어 채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이를 위한 행사인 ‘2017 60+시니어 일자리 한마당’이 6월 22, 27, 29~30일에 전북 전주, 수도권(고양), 부산에서 개최된다. 이번 행사에서는 제조업‧운수업 등 각 분야 기업이 즉석에서 현장 면접을 진행하고, 취업지원 부스도 마련돼 면접 컨설팅, 생애설계 상담 등 각종 취업지원 서비스가 함께 제공될 것이다.
누군가 미래를 보는 능력을 원한다면 지금 노인의 모습이 미래의 우리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최성재 /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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