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불치병인가?
암은 불치병인가?
  • 안중배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 승인 2017.06.30 13:30
  • 호수 5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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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명의들이 알려주는 건강정보<19>

멀리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20년 전만 해도 “암입니다”라는 진단을 받으면 그 말은 불치병, 곧 죽음을 의미했다. 드라마 속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지극 정성으로 간호하는 이성의 사랑을 받으며 세상을 떠났고, 그것이 드라마의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주변을 돌아보면 암을 앓았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은 암을 앓았지만 지금은 완치돼 잘 지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뿐인가. 암에 걸려 완치 판정을 받고 십 수 년이 지나 다른 암에 걸려 수술 받는 환자들도 많다. 그러고도 완치돼 잘 생활하는 환자들을 보면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지만 암 치료에 있어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 원인 1위는 여전히 암이며, 암 발생률은 해마다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치료방법이 발전했지만 암은 여전히 우리 모두를 공포에 빠뜨리는 질병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묻는다. 암은 여전히 불치병인가?
50대 남성 환자가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건강검진의 일환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다가 암을 발견한 것이다. 대장에 있던 선종성 용종이 오랜 시간에 걸쳐 암으로 발전한 대장암 2기 환자로, 비교적 일찍 발견해 암이 다른 장기로까지 전이되지는 않은 상태였다.
환자는 담담히 암을 받아들이며 말했다. “지금이라도 암을 발견했다는 게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이 드네요. 대장내시경 검사 안 받았으면 어쩔 뻔했어요.” 그의 말처럼 조기에 암을 발견한 덕분에 그는 수술을 잘 받았고, 지금은 회복 중에 있다.
암이 완치됐다고 판정하는 5년 생존율, 즉 암 치료를 받은 후 5년 후에도 살아 있는 환자 수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2006년~2010년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57.9%로 1993~1995년(40.3%)와 비교하면 무려 17.6%나 향상됐다. 생존율이 향상된 것은 건강검진 등으로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고, 다양한 치료방법이 도입돼 치료성적도 향상됐기 때문이다.
이제 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도 가능하며, 암으로 발전하기 전 세포의 변형 등 의심스런 상태에서 발견한다면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병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암은 절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되는 병이라는 점이다. 암세포는 자라면서 근접한 장기, 또는 멀리 떨어진 장기로까지 전이를 일으키며, 치료 이후에도 재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암의 이러한 속성은 환자들의 발목을 붙잡곤 한다. 암 발병 이후 치료를 받고 완치 판정을 앞두고 있는 환자에게서 암이 재발하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돼 나타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암을 어떻게 다스려야 암이 완치될 수 있을까? 암 치료는 암의 완치를 목표로 하는 적극적인 치료와 암과 관련된 증상을 완화하고 생존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완화치료가 있다. 완치를 목표로 하는 암의 치료방법은 수술이나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등이 있으며, 이 세 가지 무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 환용하느냐에 따라 암 치료 성적은 달라진다.
수술은 백혈병이나 림프종 같은 전신성 질환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고형암에 적용되는 치료법으로, 암 덩어리와 그 주위 조직을 깨끗하게 제거하는 것이 관건이다. 조기 암이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았을 때 주로 수술이 이뤄지며 완치도 기대할 수 있다.
수술 이후에는 보조적으로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 등을 병행하는데, 이를 통해 완치율을 높이게 된다. 최근에는 수술 전에 항암‧방사선 치료를 먼저 해서 암의 크기를 축소시킨 다음 수술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야 수술 절제 범위가 줄어들어 수술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암이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암은 결코 불치병이 아니다. 조기에 발견한 후 치료한다면 완치도 가능하며, 진행된 병기에서도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방법들을 동원한다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출처: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발행 ‘굿닥터스’(맥스Media)

 

안중배 /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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