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과학 전문가 박문호“30년 간 대입 준비하듯 세게 공부하면 치매 안 걸려요”
뇌 과학 전문가 박문호“30년 간 대입 준비하듯 세게 공부하면 치매 안 걸려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6.30 13:32
  • 호수 57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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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간 혼자 뇌 과학 연구… 뇌 전공 의사들도 강연 들을 만큼 권위
자연과학 공부 모임 사이트 운영 통해 일반인 뇌 훈련… 노인도 많아

“대학입시 준비하듯 치열하게 공부하면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
뇌 과학 전문가로 유명한 박문호(58)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에게 치매 예방법을 묻자 이같이 놀라운 대답이 돌아왔다. 박 연구원은 13년간 혼자서 뇌 과학을 공부해 이 분야의 전문가 이상의 지식과 권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 대구에서 의사들을 대상으로 8주간 뇌 과학 분야의 강의를 하기도 했다. 지난 6월 말, 대전의 대덕단지에서 만난 박 연구원으로부터 치매 예방법과 뇌의 기능에 대해 들었다.

-노화는 왜 일어나나.
“세포가 분열하는데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고 사춘기 때까지 50번 하면 스톱이에요. 정자 등은 90세가 돼도 계속 분열합니다만, 결국은 사람은 죽게 돼 있는 존재입니다.”
-치매는 유전이 되는가.
“유전보다는 복합적인 겁니다.”
-치매는 완치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브레인(뇌)에 관한 건 벌어지고 나면 퇴행성으로 가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정상으로 되돌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벽에 X칠할 때까지 산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경우도 치매인가.
“치매가 극단적으로 가면 그렇게 됩니다. 사람은 어릴 적 학습했던 것의 역순으로 잊어요. 태어나서 대소변 가리는 걸 배웁니다. 그 전에는 그냥 싸버립니다. 단추를 채우는 등 옷 입는 것도 모두 학습을 통해 배웁니다. 치매에 걸리면 나중에 배운 것부터 사라지면서 최후가 되면 변을 못 가려요.”
-치매 예방은 어떻게 하나.
“치매는 바로 옆의 사람도 진단이 가능합니다. 손자 이름도 모르고 손자 얼굴도 모르고 바로 전날 한 일도 기억 못합니다. 그런데 생각을 바꿔보세요. 90세, 100세가 돼도 기억을 잘 하면 치매가 아니지 않는가요. 그렇게 하면 답이 보입니다. 그 나이가 됐다 하더라도 기억을 한다면 문제가 없다는 말이지요.”
-미당 서정주(1915~2000)가 기억력을 유지하려고 산 이름을 외웠는데.
“그분은 직감적으로 안 거지요. 그러나 그런 정도로는 치매예방이 안됩니다.”
-치매에 걸리는 사람이 따로 있나.
“그건 복합적이에요. 현대생물학 DNA를 3,4년 공부해야 알 수 있는 문제에요. 쉽게 말해 암에 대한 치료법이 아주 많지만 여전히 인간이 암을 정복한 건 아닌 것과 같은 이치예요. 그러나 뇌를 안 쓰는 이들, TV만 노상 보거나 외톨이로 있거나 넋을 놓고 있는 이들은 치매에 걸리기 쉬워요. 뇌는 목적이 없으면 빈둥거립니다.”
-치매는 해마와 관련이 있다고 들었다.
“치매에 걸리면 해마가 거의 사라집니다. 원래 해마는 커요. 뇌 안쪽에 두 개가 있는데 그게 전적으로 기억을 만듭니다. 해마는 기억을 만들지만 저장은 하지 않아요. 저장은 대뇌피질 전체에서 이루어집니다. 정신분열증 환자는 해마가 반으로 줄어듭니다.”
-왜 그런가.
“기억을 안 하니까 그렇습니다. 운동을 안 하면 근육이 줄어드는 것과 같아요.”
-해마를 너무 써도 얇아진다고 하는데.
“어디서 그런 말을 해요. 그렇지 않아요.”

박 연구원은 영국 택시기사의 뇌를 연구한 유명한 논문을 예로 들었다. 영국에서 택시를 운전하려면 200개의 골목을 다 알아야 한다. 베테랑 택시기사 뇌를 찍어보았더니 오른쪽 해마가 커진 것을 확인했다. 이는 똑똑하다거나 아이큐가 높다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고 한다.

-경로당에서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도 치매 예방으로 볼 수 있나.
“물론 그런 것도 좋지만 강도가 문제에요. 예를 들어 시를 암송한다고 할 때 한두 편이 아니라 수백 편을 암송해야 합니다. 소설을 쓰는 것도 좋아요. 악기를 연주한다고 할 때 베토벤‧쇼팽의 곡을 연주할 정도로 전문가 수준이 돼야 합니다.”
-그런 것들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엔 너무 힘들다.
“경로당에 나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외출하는 게 뇌에는 엄청난 로드(부하)를 줍니다. 뇌를 많이 쓰는 거지요. 그렇게 자연적으로 쓰는 것은 없는 상태보다는 도움이 되지만 결정적인 예방은 안 됩니다.”

박 연구원은 사람에게는 세 가지 패턴이 있다고 말했다. 노인 중 70%는 사망할 때까지 기억력이 서서히 떨어지고, 일부는 60이 넘는 순간 급격히 기억력이 감퇴한다. 그런 반면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나 함석헌(사학자), 민관식 전 문교부 장관 같은 이들은 80이 넘었지만 젊은이와 다를 바가 없거나 없었다. 박 연구원은 “그분들 같은 경우는 1000명에 한 명꼴”이라며 “50~60세부터 30년 과정을 잡고 대학 수준의 물리학을 공부하면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미국 텍사스 A&M 대학에서 전자공학 석‧박사를 마쳤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반도체를 연구하며 개인적으로 뇌 과학을 공부했다. 600장의 뇌 그림을 곁들인 저서 ‘그림으로 읽는 뇌 과학의 모든 것’은 31회 과학기술도서상 저술상을 받았다. 현재 공익사단법인 ‘박문호의 자연과학세상’ 이사장으로 있다.

-뇌 과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는.
“어릴 적 별을 보는 거나 천문학 공부를 좋아했어요. 우주시대가 열리게 됐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종교와 철학에 연연합니다. 왜 그럴까 궁금해서 뇌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뇌 과학은 인간생활에 어떤 도움을 주나.
“가령 누구를 미워한다고 했을 때 그런 감정이 생겨나는 뇌의 회로를 알게 되면 이해를 하게 되고 그 순간 미워하는 감정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집니다. 뇌가 작동하는 과정을 알면 초연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감정이 더 강해 완전한 건 아니지만요.”
-AI(인공지능)가 인간을 능가할 수 없는 분야는.
“감정과 운동입니다. 한 전문가는 로봇의 움직임이 개미 수준 정도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5억년 전에 나타난 척추동물에게는 수중환경과 지구의 중력환경 속에서 진화해온 운동학습이 유전돼 왔는데 AI는 그런 유전자가 없기 때문에 움직임을 통한 감정 표현이 서툽니다.”
-‘박문호의 자연과학세상’은 어떤 모임인가.
“137억년 전 일어난 우주의 전체 흐름이 어떻게 나에게까지 오게 됐는지 이유를 알기 위해 자연과학분야를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모임입니다. 우리 사이트에 회원이 7000명인데 노인이 대부분이에요. 물리학‧천문학‧지질학 모든 걸 다 배웁니다. 몽골‧호주‧뉴질랜드 등지를 17번을 다녀와 관련 책도 냈어요. 몽골에선 공룡을, 뉴질랜드에선 화산과 지질학을 공부했습니다. 단순한 관광이 아니에요. 이런 사이트가 있다는 걸 노인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부산에 사는 노인은 저희 사이트에 있는 동영상 100개를 다 보고 수첩에 옮겨 외웁니다. 이렇게 공부하면 치매에 걸리지 않아요.”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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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2017-06-30 13:56:48
노벨상을 받을 만한 혁명적인 통일장이론으로 우주의 기원과 운행을 새롭게 설명하면서 기존의 이론을 부정하는 책(제목; 과학의 재발견)이 나왔는데 과학자들이 침묵하고 있다. 학자들은 침묵하지 말고 당당하게 반대나 찬성을 표시하고 기자들도 실상을 보도하라! 이 책은 과학과 종교의 모순을 바로잡고 그들을 하나로 융합하면서 우주의 원리와 생명의 본질을 모두 밝힌다. 가상의 수학으로 현실을 기술하면 오류가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