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서 발레 배우고 주민센터서 목욕하고
파출소서 발레 배우고 주민센터서 목욕하고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6.30 14:27
  • 호수 57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민 친화적으로 변신하는 파출소‧주민센터
▲ 민원업무를 처리하는 대표 기관으로 딱딱한 이미지가 강했던 파출소와 동주민센터가 최근 리모델링과 문화프로그램을 통해 주민친화적으로 변하고 있다. 사진은 ‘문화파출소 강북’ 앞에 마련된 쉼터에서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

문체부·경찰청, 전국 10개 문화파출소 운영… 발레·통기타 교실 등 인기
서울 동주민센터, 사랑방 변신… 성동구 사근동주민센터는 목욕탕 설치

서울 강북구에 거주하는 강명화(64) 씨는 지난해부터 발레를 배우고 있다. 늦은 나이지만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시작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발레복이 아닌 트레이닝복을 입고 한다는 점도 과감하게 결단하는데 한몫 했다. 다만 매주 발레를 배우기 위해 그가 가는 곳이 독특했다. 발레학원이나 문화센터가 아닌 마을 치안을 유지하는 파출소였다. 강 씨는 “평생 드나들지 않으려고 결심했던 파출소에서 발레‧통기타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즐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민원업무를 처리하는 대표 기관으로 딱딱한 이미지가 강했던 파출소와 동주민센터가 최근 주민친화 공간으로 잇달아 변신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칙칙한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갖추며 주민들에게 먼저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경찰청,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함께 지역 내 치안센터를 문화예술교육공간으로 바꾸는 문화파출소 사업이 대표적이다. 현재 서울 양천‧강북구, 강원 춘천, 울산 등 전국 10곳의 문화파출소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파출소는 단순히 치안센터 공간을 재단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주민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지원하고 있다. 또 치안센터장과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문화보안관이 상주해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있다.
‘문화파출소 강북’의 경우 대표적으로 누구나 편한 옷을 입고 손쉽게 배울 수 있는 ‘추리닝 발레’, 꽃과 식물을 활용해 생활 속 다양한 원예소품을 만드는 ‘꽃과 만나는 시간’ 등을 운영해 남녀노소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또 어린이 대상으로 한 연극 활용 안전교육 프로그램 ‘오감자극 놀이극’을 진행해 주민들의 높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서울시 역시 통폐합 등으로 방치된 파출소를 매입해 시민 공간 조성에 나섰다. 우선적으로 용산구 한남동 옛 용단파출소, 서대문구 충정로3가 옛 충정로지구대, 강동구 성내동 옛 경찰 CCTV 관제센터 등 3곳을 문화·복지시설로 꾸밀 예정이다. 이들 건물은 경찰청에서 기획재정부로 소유권이 넘어갔다가 현재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위탁관리 하는 중인데 서울시는 8월까지 시청 전 부서를 대상으로 이들 건물 3곳에 대한 수요조사를 벌여 구체적인 건물 활용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또한 서울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이하 찾동) 사업을 통해 동주민센터를 동네 사랑방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찾동’이란 기존의 민원‧행정기능 중심이던 동주민센터를 ‘찾아가는 복지’, 주민참여활성화의 거점으로 개편해 주민중심의 복지생태계를 조성하는 사업을 말한다. 2015년 74곳을 시작으로 지난해 말 현재 18개구 283개동에서 시행하고 있다. 올해는 7개구 59개동이 찾동 사업에 참여해 총 24개구·342개동으로 대상이 확대될 예정이다.
찾동으로 대표적인 곳이 구로구 독산3동 주민센터다. 이곳은 평일 저녁 6시가 되면 민원데스크 위에 설치한 스크린을 내리고 민원실 전면 통유리를 개방해 ‘독산극장’으로 변신한다. 영화관이 멀어 찾기 힘든 어르신부터 아기 때문에 조용한 극장은 엄두를 내지 못 하던 젊은 부부들까지 이웃이 함께 모여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됐다.
서대문구 홍제3동 주민센터와 은평구 응암2동 주민센터는 사용하지 않는 창고 등을 개조해 공유부엌으로 꾸며 호평을 받고 있다.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싱크대 등 각종 조리 장비를 갖춰놓고 지역주민들과 소외받는 노인들이 한데 모여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정동섭 응암2동장은 “새롭게 리모델링한 동 주민센터를 주민들이 더 많이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공유부엌을 생각하게 됐다”며 “주민센터가 이웃끼리 음식을 준비함으로써 친밀감을 높이고, 완성된 음식을 다 같이 둘러앉아 먹는 소통의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주민센터 청사를 새로 지으면서 각종 주민편의 시설을 들인 곳도 있다. 지난 3월 문을 연 성동구 사근동 주민센터는 동주민센터와 어린이집, 노인복지센터, 목욕탕 등이 결합한 공공복합청사로 조성됐다.
총면적 3701㎡,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로 조성된 이곳은 지하 2층은 목욕탕과 헬스장, 지하 1층에는 어린이집과 어린이 도서관이 운영된다. 지상 1층에는 동주민센터, 마을건강이음터가, 2~3층에는 노인복지센터와 데이케어센터가 각각 들어섰다.
서울시 자치구 중 처음으로 청사에 대중목욕탕이 들어선 게 눈에 띈다. 사근동에 목욕탕이 한 곳도 없어 목욕을 하려면 차를 타고 왕십리까지 나가야 한다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주민센터 안에 대중목욕탕을 넣기로 한 것이다. 146.1㎡(45평) 규모인 목욕탕은 2평 규모의 사우나 시설까지 갖췄고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이 무료로 이용하도록 했다. 성동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내년 완공되는 성수1가2동주민센터 역시 복합청사로 조성해 동주민센터뿐만 아니라 자치회관, 치안센터, 글로벌영어하우스 등의 공공시설과 데이케어센터, 치매지원센터, 인지건강센터 등 병원급 보건지소도 함께 갖출 예정이다.
성동구 관계자는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춰 주민센터가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