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중심의 노인복지전달체계
대한노인회 중심의 노인복지전달체계
  • 차흥봉 세계노년학회 회장
  • 승인 2017.07.07 11:24
  • 호수 5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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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부터 몇 달간 대한노인회 전국 지회를 순방할 기회가 있었다. 지회장들과 사무국장들로부터 수많은 애로사항을 경청했다. 한결같은 이야기가 지회 운영이 어렵다는 것이다.
‘지회 사업과 재정이 취약하다’, ‘경로당운영비 지원이 얼마 되지 않는다’, ‘직원 신분보장이 불안하다’, ‘임직원 급여수준이 다른 노인복지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등 애로사항은 끊이지 않았다.
그 중에 공통적으로 지적한 것은 시‧군‧구 지방간의 형평성 문제였다. 지회나 경로당 운영비 지원은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같은 대한노인회 조직인데도 지회 사무국장 급여수준이 세 배에서 네 배까지 차이가 난다. 지회사업의 재원이 각기 상이하다보니 중앙정부 지원사업과 지방정부 사업 간의 체계가 맞지 않다. 한마디로 대한노인회 지회사업의 체계적 형평성이 부족하고 정부재정 지원의 통일된 기준이 없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됐는가? 대한노인회 50년 역사와 우리나라 노인복지발달 40년 역사를 함께 들여다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사단법인 대한노인회는 1969년 법인으로 창립됐고, 우리나라 노인복지는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으로 시작됐다. 1980년 보건복지부는 노인복지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그 당시 약 2000여개 소에 이르는 경로당과 노인정을 기초조직으로 하여 설립된 대한노인회를 지원, 노인복지전달체계의 축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정책방향을 설정했다.
그 이후 1980년대부터 국가의 노인복지정책이 본격화되면서 노인복지전달체계도 지속적으로 발전했다. 노인복지전달체계란 노인들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복지서비스의 사업, 재정, 조직, 인력 등의 체계를 말한다. 이러한 노인복지전달체계는 1980년대 중앙단위의 국가복지체계로 형성된 이후 1995년 지방자치제도 도입이후 각 지방별로 발달했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 수준에서 노인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각종 복지기관, 시설, 사업들이 많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당연히 시‧군‧구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러한 노인복지사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방단체장 선거 때문에 시장, 군수, 구청장들이 노인복지사업을 다투어 지원한 측면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국의 대한노인회 지회도 지방자치단체와 관계를 맺어 경로당지원 사업 등 노인복지사업을 수행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시‧군‧구 지방자치단체의 형편이나 대한노인회 지회의 형편에 따라 사업이나 재정지원 수준이 각기 상이하게 발전하게 된 것이다.
원래 복지사업의 전달체계는 중앙단위에서 먼저 만들어지고 그 다음에 지방으로 확산되는 것이 우리나라 모든 복지정책의 전통이다. 그런데 노인회 중심의 노인복지전달체계는 그 순서가 뒤바뀌게 됐다. 노인회 중앙회가 중앙정부 차원의 노인복지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최근 10년 밖에 안 된다.
1990년대 이후 지방화 시대를 맞이해 노인복지전달체계가 지방차원에서 한창 발달하는 상황에서 중앙정부 차원의 노인복지사업을 늦게 시작했다. 그 결과, 전국적으로 통일된 사업체계나 재정지원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각 지회별 사업과 재정지원 체계가 각기 상이하게 고착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유사한 전달체계인 노인복지관 사업의 경우 1980년대 중앙정부 차원의 사업이 먼저 발달하고 1990년대 이후 지방화하는 단계를 거치면서 지금도 전국적 통일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답은 간단하다. 지금 이 순간에라도 중앙차원에서 노인회 중심의 노인복지사업 운영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국가의 노인복지정책 차원에서 여가활동, 건강관리, 일자리, 자원봉사, 노인교육 등 각종 노인복지사업에 대해 노인회 조직이 일정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국가와 지방자치 단체가 이를 지원하는 노인회 중심의 노인복지전달체계를 수립하는 것이다.
이 정책을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방법은 노인회와 관련되는 노인복지법을 개정해 경로당 지원 등 노인의 사회참여지원 사업을 노인회 조직에 위탁하는 근거조항을 두면 된다. 이렇게 노인복지법을 개정해 노인복지사업을 노인회 조직에 위탁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상응하는 재정지원을 하도록 제도화하면 전국적으로 통일된 사업운영 체계와 재정지원 체계가 수립될 수 있다. 이렇게 할 때 노인회 지회의 사업도 활성화되고 노인회도 전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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