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답 귀농‧귀촌에서 찾는다”
“저출산 답 귀농‧귀촌에서 찾는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7.07 11:26
  • 호수 5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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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 중 절반이 30대 이하… 애 낳지 말라고 해도 낳을 것”

‘부천서 성고문사건’의 권인숙(53)씨를 기억하는 젊은이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노인 대부분은 이 여성을 잘 알고 있다. 권씨가 문모 경찰관으로부터 성고문을 당한 과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글들이 항간에 떠돌 정도로 화제가 됐던 사건의 피해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건의 변론을 맡아 권씨를 돕기도 했다. 권씨는 사건 후 미국으로 건너가 클락대에서 여성학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와 현재는 대학교수로,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존경 받는 삶을 살고 있다. 그가 최근 저출산과 관련해 이런 글을 발표했다.
“세미나 수업을 같이 하던 학생들이 아이를 가지는 것은 재앙과 같은 부담이고 잘 키울 수도 없으면서 아이를 낳는 것은 가장 무책임한 짓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데 놀라웠다.” 이런 말도 들어있다. “미혼모 출산지원시설의 관계자로부터 ‘몇 년 전만 해도 아이를 낳으면 직접 키우려는 미혼모가 많았지만 요즘은 거의 없다. 이전에는 ‘어찌하다보면 되겠지’ 라며 아이를 키웠지만 이제는 더 이상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는 막연한 환상도 없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정상적으로 태어났던 비정상적으로 태어났던 아이를 키우는 일은 더 이상 낭만적이고 행복한 일은 못 되는가 보다. 청년들의 생각이 이러할 진대 출산율이 오를 리가 없다. 그런데도 전문가들은 저출산 해결 방안에 대해 현실성 없는 말만 나열한다.
KDI(한국개발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저출산 문제는 자녀교육, 청년고용, 주택마련, 일·가정 양립 등 다양한 사회구조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며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결혼, 출산부터 자녀를 양육·교육하고 취업·결혼을 통해 독립시키는 데까지의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 이를 위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보육과 근로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며,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시장 개혁, 과도한 교육·주거 비용을 낮추는 정책적 개입도 동시에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은 산불을 막기 위해 온산을 뒤지고 다니며 담배꽁초를 찾자는 말과 진배없다. 포럼이나 정부 대책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런 수준의 대책을 묘안이라고 내놓고 교통비를 타가기도 한다. 이런 정책들을 구체화하려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고 과연 저출산이 해소될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지난 10년간 정부는 저출산 해결에 100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최저란 사실이 그것을 말해준다.
저출산은 그대로 놔두면 자연적으로 해결된다. 출산율은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게 돼 있다. 저출산이나 고출산(?)은 인간이 손을 쓸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일찍이 아담 스미스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모든 인간 생활, 경제생활이 자동 조절되어 끊임없는 발전이 이루어진다고 말했듯이 사회의 자율‧자동 능력에 의해 저출산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는 말이다.
벌써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젊어진 귀농‧귀촌이 그 중 하나다. 지난해 도시를 떠나 농어촌으로 간 2명 중 1명은 30대 이하의 젊은 층이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귀농‧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촌을 택한 49만6000명 중 24만9700명이 30대 이하였다. 이유는 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삶이 팍팍해진 젊은이들이 농촌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일자리를 찾기 때문이다. 그들은 농산물 생산, 가공, 서비스 등 농업의 6차 산업에 종사하기 위해서 도시를 등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그들을 농촌으로 이끈다는 아담 스미스적 분석이 가능하다.
농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인력이다. 밭에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데 사람의 손이 없으면 안된다. 국가가 안방에다 대고 ‘아이 낳아 달라’ 통사정하지 않아도 된다. 한두 명에 그치지 않는다. 해가 떨어지고 사방이 깜깜해지면 어디 갈 데도 없다. 긴긴밤이 저출산의 장막을 거두는 ‘트리거’(방아쇠)이기도 하다.
정부는 효과 없는 곳에 혈세를 쏟아 붓는 헛발질을 멈추고 농어촌으로 발길을 돌리는 젊은이들에게 영농정착자금, 농업기술교육, 농민 보호 우선의 한미 FTA 재협상 같은 국가적 지원이나 잘 챙겨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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