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커피향 맡으며 예술작품 감상 ‘색다른 맛’
구수한 커피향 맡으며 예술작품 감상 ‘색다른 맛’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7.07 13:50
  • 호수 5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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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술관 ‘카페 소사이어티-끝나지 않은 여름이야기’ 전

‘콜드부르’ ‘다크로스팅’ 등 커피용어로 공간 구성… 국내외 34명 작품
여러 시점서 그린 이윤정 ‘티 타임’, 무로스의 반려견 사진 작품 눈길

▲ 전시장을 카페처럼 꾸며 커피를 마시며 즐길 수 있는 이색전시가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전시에 소개된 요이한 작가의 ‘Feet in the sand’(2016).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카페는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제공하는 장소였다. ‘천재시인’ 이상은 한때 다방을 운영했고 불세출의 화가 고흐는 ‘밤의 카페테라스’라는 명작을 남겼다. 서울 대학로 학림다방에 남아 있는 수많은 예술가들의 흔적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정기를 이어받듯 지난 6월 30일 서울 부암동에 이색 다방이 하나 들어섰다. 여느 카페처럼 입구에서부터 고소한 커피 냄새를 풍겼지만 다른 게 있었다. 전문 미술관이라는 점이다.
미술관 전체를 카페처럼 꾸민 이색 전시 ‘카페 소사이어티-끝나지 않은 여름이야기’ 전이 오는 9월 10일까지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방’, ‘스윗블라썸’, ‘콜드부르’, ‘다크로스팅’, ‘크레마’ 등 카페 용어별로 어울리는 작품들을 모아 공간을 구성했다. 장욱진, 도상봉 등 근현대 회화 거장들부터 사진작가 다니엘 무로스 등 총 34명의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먼저 ‘다방’에서는 1950년대 전후 작가들의 예술 세계를 소개한다. 당시 예술가들에게 다방은 단순한 만남의 장소가 아닌 미술품을 소개하는 미술관의 역할을 했고 수많은 작가들을 탄생시켰다. 기라성 같은 작가들 중 장욱진의 작품을 눈여겨볼 만하다.
장욱진은 근현대미술사에서 한국적 추상화를 확립한 거장 중의 한 명으로 평가 받는다. 그는 동화, 전설, 주변의 풍경, 가족 등을 소재로 한국인의 삶을 함축적이고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전시에 소개된 ‘까치와 아낙네’가 이를 잘 보여준다. 해가 떠있는 나무를 배경으로 소박한 차림의 여인 그리고 소, 까치가 등장하는데 사람과 자연의 조화와 섭리를 상징한다. 단순하면서도 대담한 구성이 돋보이는 그의 그림은 동양적 철학과 때 묻지 않은 순박한 한국인의 정서를 잘 보여준다.
분홍과 흰색 배경으로 달콤하게 꾸민 스윗블라썸에선 통통 튀는 젊은 작가들의 화사하고 도발적인 작품들을 볼 수 있다. 60~70년대 유행하던 비키니를 입은 여인들이 등장하는 요이한의 작품들이 특히 인상적이다. 요이한은 옛날 사진, 지난 여행의 기억, 즐겨들었던 노래 가사 등 자신의 삶 속에 남겨진 단편적 이미지와 감정들을 그림으로 표현해 왔다. 이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허함을 지적하며 현재를 즐기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윤정이 대표작 ‘티 타임’을 비롯해 주요작품에서 시도한 ‘다(多)시점 회화’도 신선함을 선사한다. 동양 산수화의 중심인 삼원법(三遠法)을 재해석해 일상적 소재를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시점에서 관찰하고 각도와 크기가 각기 다른 여러 개의 캔버스에 다양한 시점으로 풍경을 펼쳐나간다. 이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일상과 상상의 풍경이 뒤섞인 세상을 상상하도록 자극한다.

▲ SNS 인기견공 ‘부르마’를 담은 스페인 작가 무로스의 작품.

요새 가장 관심을 끄는 커피 중 하나인 콜드브루의 이름을 붙인 공간에서는 주목받는 현대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SNS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스페인 사진작가 다니엘 무로스의 작품이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반려견 ‘부르마(Bruma)’이다. 그는 부르마를 사람처럼 옷을 입히거나 단장해 행복하거나 우울한 일상생활의 모습부터 평범을 거부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 등을 담아냈다. 이를 통해 그는 관람객에게 삶을 즐기는 태도와 함께 동물의 권리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을 생각하게 한다.
다크로스팅에서는 어두운 내면세계를 포착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변웅필의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그의 연작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은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일그러진 표정을 하고 있는 모습의 인물을 담고 있는데 이를 통해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낯선 공간 안에서 숨바꼭질 하듯이 움직이고 있는 자신의 신체 일부만을 촬영한 기슬기의 작품들도 묘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또한 7월 8일부터 30일까지 주말(7월8~9일, 7월15~16일, 7월22~23일, 7월29~30일)마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서울미술관 3층 행사장에서 네스카페 크레마 브랜드 행사도 진행된다. 롯데네슬레코리아는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즉석에서 신선한 커피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전시회 관람객 전원에게는 네스카페 크레마 스틱원두커피를 증정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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