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쉽게 찾게 집안 곳곳 스티커
물건 쉽게 찾게 집안 곳곳 스티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7.14 11:02
  • 호수 5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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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가 만든 ‘치매안심하우스’ 가보니…

서울 서초구의 한 ‘모델하우스’에 들어선 이영진(35) 씨는 집 이곳저곳을 꼼꼼하게 살폈다. 25평(81.55㎡) 규모의 아담한 집은 넒은 거실은 물론이고 베란다에는 작은 정원도 갖췄다. 다만 조금 독특한 것이 있었다. 주방을 비롯해 집안 곳곳에 각종 스티커가 큼직하게 붙어 있었고 일반 모델하우스에서 볼 수 없는 용구들을 갖췄다. 그냥 모델하우스가 아닌 치매환자를 둔 가정이 집안을 리모델링할 때 참고하면 좋은 ‘치매안심하우스’였던 것이다. 이 씨는 “경증치매를 앓는 시어머니를 위해 집을 꾸밀 때 참고하려고 방문했다”면서 “당장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사진은 무엇이 들어있는 지 쉽게 확인할 수 있게 스티커를 붙인 수납장①, 색채대비로 구분이 쉽게한 변기 덮개와 변좌 ②, 그리고 치매환자를 위한 전동침대와 안전손잡이③의 모습.

일종의 모델하우스… 치매가정에 도움 주려 설치
자신 모습 보고 놀라지 않게 화장실 거울에 블라인드

전국 최초의 치매가정 모델하우스인 서울 서초구 치매안심하우스가 7월 17일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지난해 서울시 주민제안사업으로 선정돼 시비 1억원을 들여 만든 안심하우스는 서울시 인지건강 주거환경(인지건강 디자인) 가이드북을 적용한 집으로 치매 환자를 둔 가정이 인테리어를 새로 할 때 참고하도록 한 일종의 모델하우스다. 여기서 인지건강 디자인이란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겪는 경도 인지 장애(치매 전 단계)나 치매 환자를 포함한 65세 이상 노인들을 위해 그들의 눈높이에 맞게 환경을 바꾸고 인지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고안된 디자인을 말한다.
지난 7월 10일 미리 방문해본 안심하우스는 얼핏 보면 일반적인 가정과 큰 차이가 없었다.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거실 쇼파를 비롯해 가구와 집 구조는 여느 가정집과 비슷했다. 하지만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자 큰 차이가 나타났다.
먼저 인상적인 건 곳곳에 붙어 있는 스티커이다. 인지능력이 떨어지면 수납공간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몰라 이것저것 뒤지다 자칫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때 어떤 물건이 들어 있는지 알기 쉽게 수납장마다 무엇이 들어있는지 글씨와 그림으로 표시한 스티커를 붙여놓으면 큰 도움이 된다. 돈을 많이 들이지 않더라도 치매가정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이다. 어렵게 그림을 그릴 필요도 없이 서울시 및 시 광역치매센터 홈페이지에서 ‘인지건강 주거환경 가이드북’을 내려 받아 해당 파일에 실린 침구류, 속옷, 바지, 양말, 냄비, 그릇 등이 직관적으로 그려진 수십 개의 도안을 출력해 사용하면 된다.
눈이 침침해진 어르신들을 위해 형광등을 LED등으로 바꾸는 것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를 부르면 교체하는데 등 하나당 30만원 내외의 비용이 소요되지만 직접 교체하면 10만원이 채 들지 않는다.
화장실 거울에 설치한 블라인드도 눈길을 끌었다. 치매환자들은 증상이 심해질수록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더 이상 인지하지 못해 깜짝 놀라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데 블라인드를 활용하면 여기서 발생하는 혼란스러움을 방지할 수 있다.
인접해 있는 사물들끼리 분명한 색채대비를 한 것도 참고할 만하다. 변기의 경우 색채가 대비되는 덮개와 변좌를 사용해 인지하기 쉽도록 조성하는 것이 좋다. 안심하우스에서는 덮개는 녹색으로, 변좌는 먹색으로 해 헷갈리지 않게 했다. 이불과 매트리스, 벽지와 스위치‧콘서트 등도 색으로만 구분할 수 있게 대비를 하는 게 좋다.
인지기능 유지를 위해 베란다 등 집 일부에 화분이나 화단을 꾸미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이때 계절에 따라 변하거나 환자에게 익숙한 식물을 키우는 것이 좋고 해당 식물마다 관련 정보와 물주는 날을 표시해 환자가 직접 돌볼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안심하우스에서 일반적으로 접하기 힘든 치매환자용 복지용구도 미리 사용해볼 수 있다. 이동변기, 목욕의자, 안전손잡이, 욕창예방방석, 전동침대, 욕창예방 매트리스 등 치매환자의 생활을 보다 편리하게 해주는 각종 복지용구를 직접 써 보고 구매 또는 대여할지 고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안심하우스를 방문한 신동명(72) 어르신은 “지은 지 30년이 넘은 낡은 집을 리모델링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큐레이터를 교대로 배치해 환자나 가족이 방문할 경우 자세한 설명과 함께 환자에게 어떤 가정환경이 도움 되는지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견학 후에는 현재 거주환경을 어떻게 바꾸면 되는지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자가 점검표를 제공한다.
서초구 관계자는 “인지력이 떨어지는 노인을 돌보는 가정에서도 집 안팎의 작은 변화만으로 치매를 대비할 수 있고 인지건강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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