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성형이라고?
회춘성형이라고?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
  • 승인 2017.07.14 11:28
  • 호수 5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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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늙어도 예뻐야 하는가보다. 진화심리학자 이야기를 들어보면 남녀 불구하고 건강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유는 보다 매력적인 대상을 찾고 더 나은 후손을 보기 위한 전략적 선택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 아이 낳을 일없는 노년의 아름다움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세월을 경험한 많은 노년들은 한결같은 농담을 하곤 했다. “늙으면 미모 평준화!” 누군가에게는 참으로 기쁜 소식이고, 예쁘고 잘생겼던 누군가에게는 참 가슴 아픈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노년들 사이에도 유행이란 늘 있어 왔다. ‘늙으면 미모 평준화’라는 말은 이제 세월 지난 말이 된 듯하다.
최근 ‘곱게 늙기’ 국가 프로젝트가 있듯이 멋쟁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도심을 누비고, 커피숍마다 아메리카노의 향을 즐기며 향수냄새를 덤으로 얹어 보여주는 어르신들이 즐비하다. 세련되고 멋있게 늙어가면서 변하는 세상을 누리고자하는 이 방향은 비단 마음에서만 끝나지는 않는다. 최근 60~70대 노년층에서 급격히 늘고 있는 성형돌풍이 이를 말해준다.
과거에야 연예인들이나 하고, 늘어진 눈꺼풀에 진물이 나서 견딜 수 없으니 의료적인 목적으로 늘그막에 쌍수(쌍꺼풀 수술을 요즘은 아예 이렇게 부른다)를 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치료의 목적이라기보다 미용과 아름다움 추구의 목적으로 성형을 하는 분들이 급격히 늘었다.
입춘이 두 번 들어 있어 결혼하면 길하다고 알려진 쌍춘년이던 2015년에는 엄청난 청춘들의 결혼식 몇 달 전 혼주들의 발걸음에 성형외과 문지방이 반들거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일명 ‘회춘성형’ 바람이 불고 있다.
세월을 억지로 잡아놓고 나는 반드시 30대, 40대로 봐달라는 것이 아니라, 급격한 노화로 생겨난 다소 안 좋았던 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일명 ‘쁘띠성형’이 주를 이루고 있다. 보톡스로 미간을 펴고, 얼굴을 살짝 당기고, 성근 눈썹에 문신을 하는 등 간단한 시술 수준이 대부분이다. 전신마취를 통해 사지백체 오장육부를 새것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마음이야 할 수만 있다면 생체다리미가 있어서 피부를 다려줘 늘어진 팔뚝과 뱃살이 반들거리면 참 좋겠고, 알약 하나만 먹으면 초년의 붉은 뺨과 팽팽한 광대와 선명한 눈매가 살아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콕 찌르는 주사 한방에 불편한 관절이 쭉 펴지며 윤기 나는 혈관과 새로운 조화를 이룬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그야 뭐 아직까지는 인류의 소망일 뿐이다.
그것이 보톡스이던 필러이던 레이저건을 이용한 간단한 성형을 통해서이던 아니면 맘먹고 수술대에 눕던 간에 이런 새로운 시도를 하는 신인류 노인들은 무엇을 원하는 걸까? 간단하다.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누구나 아름답고 싶고, 그 누구나 중에는 노인도 있다. 노인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말하고 내려 올때야 비로서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꽃을 본다고 말하지만 노인도 빠르고 싶고, 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꽃이 되고 싶다.
한때 유행했던 유행가 가사를 기억할 것이다. 누구를 원망해/ 이 못난 내 청춘을/ 분하게도 너를 잃고/ 돌아서는 이 발 길/ 아 야속타 생각을 말자해도/ 이렇게 너를/ 너를 못잊어 운다
세월을 원망하고 싶다. 내 청춘을 앗아가고 야속하다 말 한 마디 못 던지고 그새 늙어버린 이 노구도 청춘이 그립다. 과거에야 그리움은 그리움으로 남을 뿐이었으나, 21세기 우리는 그리우면 찾아가고, 기억을 더듬고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뒤져서 50년도 넘은 지난 친구를 만나기도 하는 세상을 맞게 되었다.
이 좋은 세상에 친구만 찾아야 하나? 내 청춘도 찾아보자는 데 어디 불만 있는 사람 나와 봐라. ‘늙어 회춘’이 어떤가. 젊은 애들이야 돌아갈 청춘이 없지 않은가? 맘만 젊게 돌리는 시절은 끝났다. 몸도 젊게 돌리는 세상이 왔다.
아, 진짜 좋은 세상이다. 우리 노인들의 이 미학을, 이 예술적 성찰과 과감한 파격과 도전을 나무라지 마라. 젊은이들아, 너는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다. 그래서 누구보다 젊음의 값을 잘 안다. 회춘성형이던 쁘띠성형이던 뭐던, 맘이 간다면 한번 해보자. 이 나이 이 세월에 무엇이 두려우랴. 대신 싫다면? 안하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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