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지적인 ‘수다’ 방송가 대세로 떠올라
남자들의 지적인 ‘수다’ 방송가 대세로 떠올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7.14 13:30
  • 호수 5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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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남자 지식인들이 등장해 사회·역사·문화 등을 주제로 수다를 떠는 ‘교양예능’이 방송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대표 교양 예능인 ‘알쓸신잡’

‘알쓸신잡’ ‘밝히는 과학자들’ 등 남성 수다 내세운 교양예능 대세
사회‧역사‧문학‧과학‧경제 각종 이슈 지식인의 관점서 풀어내 인기 

수다. 쓸데없이 말수가 많음, 또는 그런 말을 지칭한다. 네이버‧다음 등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수다의 연관검색어로 처녀, 아줌마 등 여자가 주를 이룬다. 역시 해당 포털에서 제공하는 수다 관련 사전 예문에서도 주어를 대부분 여자를 들 정도로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방송가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남자들의 수다가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신변잡기만 늘어놓는 것도 아니다. 사회 주요 이슈부터, 역사, 문학, 철학 등 교양영역 등 전방위적으로 수다를 떨고 있다.
방송가가 남자들의 수다로 시끌벅적하다. 집단 토크쇼를 통해 연예인들의 수다는 이미 보편화됐지만 최근 부는 바람은 다르다. 전문 방송인이 아닌 과학자, 소설가, 역사가 등 지식인들이 출연해 연예인 못지않은 입담을 선보이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남자들의 수다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은 JTBC ‘비정상회담’이다. 미‧중‧일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각국의 다른 문화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프로그램으로 과거 KBS에서 큰 인기를 끈 ‘미녀들의 수다’의 남성버전이다. 아류로 시작했지만 장위안, 샘 오취리 등 외국인 스타를 배출하며 원작을 뛰어넘었다.
이처럼 현재 남성들의 수다가 눈길을 끄는 건 전문 방송인이 아닌 지식인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 지식인들은 교양 프로그램에 나와서 자신의 분야에 대한 일반인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제한된 역할을 했었지만 이제는 전면에 나서서 재치 있는 언변과 온갖 잡다한 지식을 쏟아내며 ‘교양예능’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이들을 가장 잘 활용한 대표적 방송이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이다. 분야를 넘나드는 잡학박사들이 국내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를 펼쳐 내는 수다여행 프로그램으로 가수 유희열을 비롯해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자 스타작가 유시민,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소설가 김영하, 물리학자 정재승이 출연하고 있다.
‘알쓸신잡’에 일반적인 예능프로그램처럼 원초적인 웃음은 없다. 대신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재’들의 술자리 수다로 시청자의 귀를 쫑긋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엿듣다 보면 어느 순간 피식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더불어 역사, 문학, 미식, 과학, 정치, 경제 등 온간 잡다한 지식을 통해 쏟아내는 풍성한 이야깃거리는 시청자들에게 지적 포만감을 선사한다.
XTM ‘밝히는 과학자들’ 역시 색다른 조합으로 만들어낸 수다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농구 국보급 센터에서 방송인으로 전향한 서장훈이 MC를 맡은 것도 이색적이지만 출연자들 역시 기존 방송에서 전혀 볼 수 없는 과학자들로 구성됐다. 과학 콘텐츠계의 유재석이라 불리는 원종우, 서울시립과학관장 이정모, 괴짜 통계물리학자 김범준, 입자물리학자 이종필, 로봇박사 한재권 등 국내 대표 과학자들이 출연해 미세먼지 없애는 법, 랜섬웨어와 비트코인, 북한 미사일 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악수법, 해피벌룬의 위험성 등 최근 이슈를 과학적 관점에서 풀어내며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의 대표들이 각 나라 역사를 토대로 토론을 벌이는 TV조선의 ‘영웅 삼국지’도 맥을 같이한다. 7월 7일 방영된 첫 방송에서는 ‘희대의 악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 대표로는 심용환 역사 작가와 배우 김응수, 중국 대표로는 통번역사 리야오와 방송인 장위안, 일본 대표로는 저널리스트 요시카 타베키, 배우 타케다 히로미츠가 참여해 가깝고도 먼 삼국의 역사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MC 정형돈과 서장훈이 적재적소에 웃음코드를 풀어내 자치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면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대놓고 남자맞춤형 수다를 표방하는 방송들도 있다. XTM ‘잡학다식한 남자들의 히든카드 M16’과 ‘남원상사’(남자원기상승주식회사)가 대표적이다.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를 선정해 남자 출연자들이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지적 호기심을 풀어주고 있다.
다소 인기가 주춤해진 기존 예능프로그램도 남성들의 수다로 포맷을 전향해 반전을 꾀하고 있다. 10년 넘게 방영 중인 KBS 대표 예능 ‘해피투게더’는 MC 유재석과 함께 연예계 대표 수다클럽으로 알려진 ‘조동아리’ 멤버 김용만, 김수용, 박수홍, 지석진을 영입하며 전격 개편을 단행했다. 이들은 ‘보고싶다 친구야’, ‘위험한 초대’, ‘공포의 쿵쿵따’ 등 과거 인기를 끌었던 코너들을 재현하면서 쉴 새 없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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