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흔적
  • 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17.07.21 11:06
  • 호수 5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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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흔적

소식이 머물던 자리에도
저리 많은 흔적이 남는데
그대 떠난 내 마음에 흔적은
추억으로 낭자하다.

이시향(시인)

**

비에 찢기고 바람에 날려 사라져버린 전단지를 대신해 겹겹의 테이프들이 아직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저 테이프를 붙이던 손의 간절함을 잊지 못한 마지막 잎새처럼 아직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소식지 한 장 붙였던 자리에도 저렇게 많은 흔적이 남는데 그대가 떠나버린 내 마음에는 얼마나 많은 회한과 슬픔과 추억이 남아 있을 것인가.
그러나 회색 시멘트벽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저 담쟁이 넝쿨이 아니라면 너덜너덜해진 저 자리가 얼마나 삭막하겠는가. 상처만 가득한 벽으로 보일 것인가. 담쟁이는 온 몸으로 상처를 덮고 새로운 희망을 써 나가고 있다. 내가 추억의 힘으로 다시 일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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