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인생처럼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게이트볼’
[기고]인생처럼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게이트볼’
  • 이철규 명예기자
  • 승인 2017.07.28 10:45
  • 호수 5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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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볼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고 격하지 않아 힘도 그리 많이 들지 않는 운동이다. 남녀노소 즐기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노인이나 하는 운동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곳곳에 전천후 구장이 들어서고 있지만 젊은 후계자는 거의 없는 상태다. 어쨌거나 승부를 내야하는 스포츠고 단체전이다 보니 뒷말이 무성해 누구 땜에 졌느니 하며 여운이 남는 이유도 진입장벽을 높이는 이유일 것이다,
필자가 거주하는 강원 양양 서면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회원 모집 현수막 게시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해 남자 4명, 여자 3명의 회원을 영입했다. 큰 수확이요 경사가 아닐 수 없었다. 신입 회원들도 대부분 60대 젊은 노인이었다.
여전히 우리 면의 회원은 20여명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 대회인 강원 영월 단종제와 강원 고성에서 열린 도지사기 대회에 출전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연습은 실전같이 시합은 연습같이’ 라는 슬로건 아래 훈련에 돌입했다. 어쩌다 보니 필자가 주장을 맡았다. 게이트볼 구력이 8년이나 됐지만 도 대회급 주장은 처음이고 선수들도 경험이 적었다.
경험을 쌓기 위해 출전한 단종제에서 예선전 3경기에 출전해 전패를 하고 말았다. 하지만 시련만 있었던 건 아니다. 탈락 후 본선에 오른 다른 팀들의 경기 장면을 면밀히 관찰했다. 이를 바탕으로 도지사기 대회 준비에 돌입했다.
한달 간 매일 오후 2시에 모여 5시까지 실전처럼 시합을 했고 결전의 장소인 강원 고성으로 향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예선 첫날 1경기를 12대10으로 이겼고 두 번째 경기는 20대6으로 대승을 거뒀다. 큰 점수 차이로 이겨 예선통과는 무난하리라 마음먹고 기쁜 마음으로 이날을 마무리했다. 선수들과 함께 대회가 열린 경기장 인근 횟집에서 뒤풀이를 한 후 숙소로 이동했다. 다음날 예선 마지막 경기가 있었지만 경기력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소주를 곁들여 작전회의도 했다.
이때 강원 원주에 사는 셋째 누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큰 누님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이었다. 큰 누님은 5남매의 맏이이자 형제자매들의 기둥이었다. 경기도 중요했지만 그 길로 큰누님에게 향했다. 결국 우리 팀은 마지막 경기에서 23:10으로 석패하며 본선진출이 좌절됐다. 주장인 필자에게 벌어진 예상 밖의 일로 도전은 아쉽게 마감했지만 얼마든지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두 번의 대회였다.
게이트볼은 이변이 많은 경기다. 바둑처럼 다양한 수가 존재하기에 아무리 잘하는 팀이라도 한 번의 방심으로 경기를 그르칠 수 있다. 마치 사람의 인생처럼 말이다. 늘 배우는 자세로 오늘도 게이트볼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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