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함도’ 개봉 ‘지옥섬’에 갇힌 강제징용 한국인들의 참상 ‘생생’
영화 ‘군함도’ 개봉 ‘지옥섬’에 갇힌 강제징용 한국인들의 참상 ‘생생’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7.28 13:28
  • 호수 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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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하시마섬에서 탈출하는 과정 그려… 순제작비만 220억원
섬을 재현한 초대형 세트 인상적… 황정민‧송중기‧이정현 등 열연

▲ 군함도라 불리는 하시마섬에서 강제노역을 하다 탈출하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순제작비만 220억원이 투입됐다. 사진은 영화 속 한 장면.

짬뽕으로 유명한 일본 나가사키 시(長崎市)에 위치한 하시마 섬(端島)은 그 모습이 마치 군함과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군함도’(軍艦島, 일본명 군칸지마)라고도 불린다. 2015년 7월 개최된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의에서 군함도를 포함해 일본이 신청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철강, 조선, 탄광’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외형만 보면 일본의 눈부신 성장으로 기록한 업적 같지만 실상은 달랐다. 한국인 5만8000여명 등 수많은 외국인들의 강제노역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군함도에서만 수백명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오랜 시간 어둠 속에 묻혀 있던 이 진실이 올 여름 극장가에 모습을 드러냈다. 영화 ‘군함도’를 통해서 말이다.
하시마 섬에서 벌어진 가슴 아픈 우리 역사를 다룬 영화 ‘군함도’가 7월 26일 개봉했다. 일제강점기 경성 반도호텔의 악단장으로 일했던 강옥(황정민 분)과 그의 어린 딸 소희를 중심으로 군함도에서 벌어졌던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강옥과 소희, 종로 일대를 주름잡던 칠성(소지섭 분), 일제 치하에 온갖 고초를 겪어온 말년(이정현 분) 등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한국인들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군함도에 모인다. 하지만 그곳은 ‘지옥섬’이었다. 한국인들은 해저 1000미터 깊이의 막장 속에서 가스 폭발의 위험을 감수하며 강제노역을 당했다.
모두가 벗어나려 하는 이 섬에 몰래 잠입한 무영(송중기 분). 광복군 소속 OSS(CIA의 전신, Office of Strategic Service) 요원인 그는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자 독립운동의 주요 인사를 구출하라는 작전을 지시 받고 군함도에 들어온다. 때마침 일본 전역에 미국의 폭격이 시작되고 패색이 짙어진 일본은 군함도에서 한국인에게 저지른 모든 만행을 은폐하기 위해 이들을 갱도에 가둔 채 폭파하려 한다. 이를 눈치 챈 무영은 강옥, 칠성, 말년을 비롯한 조선인 모두와 군함도를 빠져나갈 계획을 세우지만 뜻하지 않은 위기에 맞닥뜨린다.
작품은 시작부터 군함도의 처참한 실상을 묘사한다. 남자들은 평균 45도까지 치솟는 해저 1000m 탄광에서 마땅한 옷가지도 없이 훈도시(일본 전통 남자 속옷)만 입고 허리조차 펴지 못한 채 채굴작업을 했다. 비좁은 공간에 들어가야 했기에 어린 소년들도 강제 징용됐다. 가스 폭발 사고에 노출된 곳에서 목숨을 내놓고 12시간 이상 노역에 시달렸다. 극 초반 체구가 작은 소년들이 좁은 굴에 들어가 강제노동을 하는 모습과 얼굴을 알아보기도 힘든 노동자들의 빼빼 마른 몸은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여자들은 유곽에 몰아넣어져 일본군 위안부, 즉 성노예로 희생당했다. 어린 여자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반도에서 일어났던 일제의 야만적인 만행이 군함도에서도 똑같이 행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일이 벌어진 데는 인간의 이기심이 있었다. 무작정 일제를 비판하는 작품은 아니다. 일본인은 무조건 악할 것이고, 한국인은 무조건 선할 것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착한 일본인과 나쁜 조선인’도 등장한다. 제국주의로 고통 받은 한국인들을 재조명 하면서, 전쟁의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약해질 수 있고 또 강해질 수도 있는가를 보여준다. 자유의지를 박탈당하고, 비인간적 노동 환경에 내몰린 사람들이 가족에 대한 사랑과 생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목숨 건 탈출을 감행하는 과정을 통해 전쟁의 잔혹함과 인간의 이기심을 낱낱이 비판한다.

▲ 실제 하시마섬의 모습. 멀리서 보면 군함과 닮았다 하여 군함도로 부른다. 영화 ‘군함도’는 이 섬으로 끌려간 강제징용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다.

홍보비를 제외하고도 220억원의 제작비를 쏟아 관객이 800만명은 돼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작답게 생생하게 당시를 재현한 세트도 인상적이다. 1945년 당시 군함도의 3분의 2를 재현한 세트는 이곳의 상징인 지옥계단을 비롯한 거주구역, 선착장과 학교 운동장, 번화한 유곽과 강제 징용이 이뤄지는 탄광 내외부가 섬세하게 구현돼 몰입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작품은 황정민·소지섭·송중기‧이정현 등 초호화 배우진의 진정성 있는 연기로 감동을 더했다. KBS ‘태양의 후예’에 이어 광복군 소속 OSS 요원을 맡은 송중기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조선인들의 탈출에 앞장서는 박무영 역할을 완벽하게 선보인다. 또 황정민은 순발력과 눈치로 일본인들을 회유하지만 위기의 순간에 부성애를 발휘하는 강옥을 연기해 극에 무게감을 더한다.
현실에 타협하면서도 동지애를 잃지 않는 칠성 역의 소지섭과 위안부로 끌려갔음에도 강인함을 잃지 않는 말년 역의 이정현 역시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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