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기압 낮아지면서 잇몸의 예민한 근육 팽창해 통증
치통 시 찬물 머금으면 완화… 기내 양치질, 잇몸 손상 위험
바야흐로 여름 휴가철이다. 일 년에 딱 한 번 오는 소중한 기회인만큼 마음 먹고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기내 환경은 기압변화가 심해 귀가 멍멍해지는 등 우리 몸은 평소와 다른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기압상승으로 인한 ‘항공성 치통’을 겪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비행기가 상승하면 기내 기압이 갑작스럽게 낮아지면서 체내압력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이때 잇몸의 예민한 근육도 함께 팽창돼 치통을 유발시키는데, 이를 ‘항공성 치통’이라 한다. 평소 충치가 있거나 치아 내 염증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보다 민감하게 기압 변화를 느끼고, 잇몸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여행 전 치과치료 마치기
치수염은 대부분 충치가 깊거나 치아에 금이 간 경우에 생긴다. 따라서 비행기를 타기 전 치과검사를 통해 감염된 치수(치아 내부에 위치한 섬유성 조직)를 제거하고 그 부분을 적당한 재료로 메우는 신경치료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신경치료를 하는 도중이라면 비행기를 탔을 때 통증을 크게 느낄 수 있으므로 비행기를 타기 전 신경치료를 완전히 끝내는 것이 좋다.
평소 별다른 이상이 없던 사랑니도 압력이 높아지면서 통증이 생길 수도 있다. 사랑니는 보통 입 속 가장 깊숙이 자리해 충치가 생겨도 방치되기 쉽고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고 옆으로 누워나는 경우도 많아 잇몸을 자극해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비행기에서 내린 뒤 휴가지에서 갑작스럽게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사랑니는 여행 전 치료하는 것이 좋다.
여행 전에 스케일링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압력으로 인해 잇몸이 부으면 잇몸 속에 쌓여있던 치석을 압박해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심할 경우 잇몸 염증을 유발하거나 혈관 내 혈전이 생기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평소에는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의 미미한 잇몸질환도 비행기 안에서는 신경이 예민해져 고통스러운 통증이 생길 수도 있다.
◇기내에서 양치질은 위험
해외여행 시 기본적인 약품을 꼭 챙겨야 한다. 특히 진통제는 화물 가방에 넣지 말고 본인이 직접 소지해야 갑작스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또한 기내에서 양치질하는 것은 위험하다. 높은 고도로 인해 잇속과 잇몸혈관이 확장돼 있는 상태에서 잇몸을 압박하는 칫솔질을 할 경우 잇몸손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타기 전 치과 치료를 받지 못했다면 기내에서 칫솔질보다는 깨끗한 물수건으로 부드럽게 이를 닦거나 구강청결제 등으로 입안을 헹구어 내는 것이 자극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치아에 음식물이 끼었다면 이쑤시개를 사용하기보다는 치실을 사용해 제거하는 것이 좋다. 이쑤시개를 잘못 사용할 경우 잇몸을 찌르거나 잇몸 사이에 이쑤시개 조각을 남겨 놓아 오히려 잇몸을 더욱 자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항공성 치통 겪었다면 여행 후 치료를
만약 비행기에서 갑작스런 항공성 치통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경우에는 입 속에 찬물이나 얼음을 머금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입 속이 차가워지면 팽창된 혈관이 다시 수축되면서 통증을 완화시켜주기 때문이다.
항공성 치통은 기내에서는 참을 수 없을 만큼 강한 통증을 유발하지만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면 곧 괜찮아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항공성 치통을 겪었다는 것은 이미 치아와 잇몸 내부에 치과적 질환이나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이므로 여행 후 즉시 치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평소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받거나 치아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사정상 행하지 못했다면 여행 전이라도 치과를 방문해 치아를 점검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배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