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마음
듣는 마음
  •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명예교수
  • 승인 2017.08.04 11:24
  • 호수 5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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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을 지혜롭게 살려면
마음을 열어 경청의 자세로
상대의 말을 많이 들어주고
상대 감정을 상하지 않으면서
내 느낌을 표현하는 게 좋아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으로 솔로몬을 꼽는다. 솔로몬은 이스라엘 왕국 제3대 왕으로 현명한 판단과 결단력으로 인해 ‘지혜의 왕’으로 알려져 있다. 한 아이를 차지하려는 두 어머니에 대한 판결은 명 재판으로 유명하다.그런데 어느 날 밤 하나님이 꿈에 나타나 그에게 무엇을 줄까 구하라 했을 때, 그는 많은 백성을 재판할 때 선악을 분별할 수 있는 ‘듣는 마음’을 달라고 요청했다. 어떤 성경은 이를 ‘지혜’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하나님은 솔로몬의 이러한 겸손을 기뻐했고 그에게 지혜와 총명은 물론 부와 장수까지 허락했다는 것이다.
그렇다. 지혜란 듣는 마음에서 나온다. 듣는 마음이란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그의 심중에 무엇이 있는지를 분별해 내는 능력이다. 또한 듣는 마음이란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려는 열린 자세이다.
만나는 사람에게 먼저 인사하고 미소 띤 얼굴로 쾌활하게 말하는 것, 모든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고 긍정적인 화법을 쓰는 것, 인간의 다양성을 인정해 경청과 수용의 자세를 갖는 것,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거나 독선적인 화법을 피하는 것, 쓸데없이 성내거나 욕하지 않는 것,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는 것 등은 일반적인 대화법의 ABC에 해당되는 것이고, 특히 지혜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노인들에게는 필수사항이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은 노인들은 주위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지 못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대방과 대화할 때 많이 들어줘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게 잘 안 된다. 말을 하다 보면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내 말만 하기도 하고, 상대방의 말을 채뜨려 반격하기도 한다. 특히 노인이 되면 말이 많아진다. 어떤 노인은 마이크를 잡고 “나이를 많이 먹으면 말이 많아진다고 해서 오늘은 짧게 얘기 하겠다”고 해놓고도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시내 중심가에서 개최되는 학술회의나 세미나에서 주제발표와 지정토론이 끝난 후 자유토론 시간에 노인이 마이크를 잡으면 사회자는 긴장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은 없는데 길게 얘기하는 데다 주제와 별 상관이 없는 성토성 발언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자는 노인이 마이크를 잡으면 “짧게, 짧게”를 연발한다. 듣는 마음과는 거리가 있는 사례들이다.
노인 단체에서 가끔 강의 후 그룹토의를 하는 경우가 있다. 참가자들에게 그룹토의 하는 요령을 알려주고, 진행자에게는 한 사람이 대화를 주도하지 않고 모두가 골고루 얘기할 수 있도록 잘 통제할 것을 당부한다. 경험 있는 진행자에 의해 이뤄진 그룹토의는 참가자들에게 큰 만족을 준다. 왜냐하면 절제된 분위기에서 자기 속마음을 충분히 표현했으며, 또한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통해 좋은 정보를 얻었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설득해 마음을 움직이고자 할 때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논리적인 설득력을 구사해 상대방을 납득시키는 방법, 강한 확신을 보여줌으로 신뢰를 얻는 방법, 큰 소리로 위협해 마지못해 따라오게 하는 방법 등이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효과적인 방법은 나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다. 때로는 조용한 소리로 살짝 얘기하는 게 더 좋은 경우가 있다.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나의 불편한 느낌을 전하는 것, 이런 대화법을 심리상담학에서는 느낌언어(feeling talk)라고 한다. 상대방은 오히려 그게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아 나를 이해하고자 하는 자세를 갖게 된다. 한편, 나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상대방의 불편한 느낌을 받아주는 것을 반영적 경청(reflexive listening)이라 한다.
성격과 습관을 고치는 것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이나 사회에서 노인의 위상을 높이고, 자애롭고 고상한 어르신으로 대접받기 위해서는 대화법에 바람직한 변화가 필요하다. 내 말은 적게 하고 상대방의 얘기를 많이 들어주는 방향으로의 변화이다.
노년을 지혜롭게 살기 위해서는 세븐업(Seven up)을 잘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마음은 열고(Open up), 지갑도 열고(Pay up), 입은 다물고(Shut up), 옷은 잘 입고(Dress up), 몸은 깨끗하게 하고(Clean up), 모임에 부르면 나가고(Show up), 주위 사람들을 격려하라(Cheer up)!
바야흐로 피서 시즌이다. 피서라 해서 유원지나 관광지에 가봐야 젊은이들의 눈꼴사나운 광경만을 볼 뿐이다. 올 여름 피서로는 구청이나 주민 센터에서 운영하는 쾌적한 도서관에서 대화법에 관한 책을 읽거나, 종교기관이나 상담소 같은 곳에서 하는 명상 프로그램에 참가해 듣는 마음을 넓힐 수 있는 훈련을 받는 게 좋지 않을까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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